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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조태열 전 외교장관 "고군분투한 고통과 인내의 시간"

머니투데이 조성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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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조태열 전 외교장관 "고군분투한 고통과 인내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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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12·3 비상계엄 반대한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절대 고독의 의미를 절감해야만 했던 절박한 상황"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6.24.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6.24.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장관직을 내려놓으며 "운명처럼 다가온 위기의 순간과 국무위원으로서 감내한 무거운 짐은 피할 수 없는 숙명임을 깨달으며 고군분투한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조 전 장관이 회한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장관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이뤄진 외교부 장관 이임식에서 "절대 고독의 의미를 절감해야만 했던 절박한 상황 속에서 외교부 직원 여러분의 격려와 응원이 아니었다면 견뎌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국무위원들에게 예고했을 당시 여러 차례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같은 해 12월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비상계엄 선포 관련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해 "외교적 파장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지난 70여년 간 쌓아 올린 모든 성취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도 있을 만큼 심각한 사안이니 재고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이날 이임식에서 "상상조차 못 할 일로 중도에 하차한 미완의 정부 외교부 장관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아쉽다"며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비상시국, 정상외교가 작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교 수장으로서 우리 외교를 책임지며 이끌어야 했던 시기였다. 위기 관리자로서 책임과 불안은 오히려 더 컸다"고 했다.

이어 "지난 1년 반의 시간은 한껏 고양된 국가적 위상을 온몸으로 느끼며 심신의 고달픔을 잊고 일하게 한 영광과 보람의 시간이었다"며 "혼돈과 불확실성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계엄·탄핵 정국과 이후 시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한미동맹을 흔들림 없이 지키고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유엔(UN) 안보회의, 주요 20개국(G20),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외교장관 회의 등 다자 무대에서 훼손된 국가 이미지와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어 "일본·폴란드·프랑스·베트남 등 인도·태평양 지역과 유럽의 전략적 협력국들을 차례로 방문해 정상외교의 공간을 메운 것도 큰 보람"이라며 "올해 4월 초에는 시리아 전격 방문해 외교관계 수립해 지난해 2월 쿠바와의 수교에 이어 재임 기간 중 우리 외교의 숙원 과제였던 유엔 전 회원국과 수교하는 영광도 누렸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외교부 직원들에게 "무거운 짐 벗는 제 마음이 마냥 홀가분하지만은 않은 것은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직면하게 될 대외환경이 너무 엄중하기 때문"이라며 "여러분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직무 임하냐에 따라 위기가 기회로 바뀐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의 안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고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길 바란다"며 "전대미문의 지정학적 대격변기 속에서 우리 외교 국가 안보를 지키고 번영의 토대를 굳건히 다져나가기 위해 눈앞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나라의 미래 내다보며 긴 호흡으로 더 크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은 "국제질서 균형추 흔들리고 기존 질서의 균열이 커질수록 우리와 같은 중견국 움직일 공간 커졌다"며 "국제질서에서 더는 강대국의 노력으로만 움직일 수 없는 다극 체제로 이미 전환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강대국들과의 관계에서도 전략적 운신의 폭을 넓혀나가기 위해서는 확고한 원칙을 토대로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 높여야 한다"며 "실용은 원칙에 단단히 발을 딛고 섰을 때 비로소 신뢰와 설득 힘 얻는 것 명심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훌륭한 선배이자 가까운 동료인 조현 신임 외교부 장관의 지혜를 믿기에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다"며 "조 장관의 리더십 아래 외교부 모든 식구가 하나되 밀려오는 높고 험한 파도를 슬기롭고 담대하게 헤쳐 나가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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