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울산 중구 다운동의 옛 삼호교 일부가 무너져 내린 모습. 이 다리는 폭우의 영향으로 전날 저녁 붕괴됐다. 울산시 제공 |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울산 옛 삼호교가 폭우에 무너졌다. 최근 무지개색 페인트 덧칠로 훼손 논란이 일었는데 이제는 존폐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21일 오전 울산 태화강을 가로질러 중구 다운동에서 남구 삼호동으로 이어진 옛 삼호교 상판 한가운데가 약 1m 아래로 움푹 주저앉았다. 상판 난간도 곳곳이 부서졌다. 이를 지탱하고 있는 아래 기둥도 상판을 따라 꺾였다. 강바닥이 내려앉은 듯 기둥 하나가 눈에 띄게 낮았다. 기둥마다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져 나가 속이 들여다보일 지경이었다. 다리 상판과 기둥 모두 기울어진 채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었다.
폭우 영향으로 지난 20일 저녁 울산 중구 다운동의 옛 삼호교 일부가 무너졌다. 울산시 제공 |
다리 일부가 무너졌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은 전날인 20일 저녁 8시33분께다. 길이 230m, 폭 5m의 이 다리는 평소 보행자만 오가는 곳이다. 이번 붕괴 사고로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옛 삼호교 들머리에 통제선을 내걸고 보행자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21일 울산 중구 다운동의 옛 삼호교 일부가 무너져 내린 모습. 이 다리는 폭우의 영향으로 전날 저녁 붕괴됐다. 주성미 기자 |
중구청 등은 최근 내린 폭우의 영향으로 옛 삼호교가 무너진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울산지역에는 최대 330㎜가 넘는 비가 내렸다. 태화강 물이 크게 불어나면서 한때 홍수주의보(태화교 지점)가 발령되기도 했다. 그만큼 강물의 흐르는 속도도 높아져 옛 삼호교의 일부 침하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본다. 중구청은 전문업체를 통해 정확한 붕괴 원인 등 조사한다.
옛 삼호교는 일제강점기인 1924년에 지어진 울산지역 최초의 근대식 철근콘크리트 다리로 2004년 9월4일 국가등록문화유산 제104호로 지정됐다. 세월만큼 부식과 파손이 반복됐지만, 이번처럼 붕괴된 적은 없었다.
붕괴된 옛 삼호교의 복구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적잖은 복구 비용과 이후 관리비용, 안전 등을 이유로 존폐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1일 울산 중구 다운동의 옛 삼호교 일부가 전날 저녁 무너져 내려 통제되고 있다. 주성미 기자 |
중구청은 2년마다 옛 삼호교를 정밀안전 진단하고, 필요에 따라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씩 들여 보수·보강공사를 해왔다. 2023년 시(C)등급을 받은 옛 삼호교는 올해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었다.
이 일대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집중돼 강물의 유속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옛 삼호교 앞뒤로 약 200m 구간에는 왕복 8차로와 보행로가 있는 신삼호교, 왕복 2차로의 차량 통행만 가능한 삼호교까지 모두 3개의 다리가 있다.
21일 울산 중구 다운동의 옛 삼호교 일부가 전날 저녁 무너져 내려 통제되고 있다. 주성미 기자 |
중구청은 앞서 옛 삼호교 보수·보강공사 과정에서 현상변경 신고 없이 난간에 무지개색 페인트를 칠했다가 논란이 일자 이달 초 공사를 중단했다. 국가유산청은 다음달 중 문화유산위원회 근현대분과를 열어 공사 내용의 적정성 여부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중구청은 이때 옛 삼호교의 복구방향 등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무너진 옛 삼호교를 어떤 방법으로 복구할지를 두고 다양한 방안을 국가유산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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