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가을]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차미’는 SNS 속 내가 현실에 나타난다는 상상력으로부터 시작된 창작 뮤지컬로, SNS에서 완벽한 이미지를 꾸며온 ‘또 다른 나’가 현실의 주인공 앞에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SWTV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재의 카페에서 뮤지컬 ‘차미’의 ‘차미호’ 역을 맡은 임예진과 만나 작품과 배우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차미’는 SNS 속 내가 현실에 나타난다는 상상력으로부터 시작된 창작 뮤지컬로, SNS에서 완벽한 이미지를 꾸며온 ‘또 다른 나’가 현실의 주인공 앞에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SWTV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재의 카페에서 뮤지컬 ‘차미’의 ‘차미호’ 역을 맡은 임예진과 만나 작품과 배우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8년 ‘삼총사’로 데뷔해 ‘베어 더 뮤지컬’, ‘겨울나그네’, ‘부치하난’, ‘해적’ 등 소극장과 대극장을 오가며 활약 중인 임예진은 올해 세 번째 시즌을 맞는 ‘차미’에 뉴캐스트로 처음 참여하게 되었다.
“사실 ‘차미’라는 작품을 몰랐고, 공연을 본 적도 없는데 저를 잘 알고 좋아해 주시는 분이 ‘차미호’라는 역할에 제가 딱 맞는다고 말해주셨어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글 자체가 너무 좋고, 미호랑 저랑 비슷한 점이 많아서 너무 좋았죠. 공연을 할 때마다 위로받고 있고, 공감되는 것도 많아요.”
그가 연기하는 미호는 취업 준비와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는 평범한 청춘으로,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매사에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고, 눈치를 보지만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선한 인물이다. 스스로에게는 잣대가 엄격하지만, 남을 볼 때는 긍정적인 눈으로 보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임예진은 자신이 연기하는 배역인 미호에 대해 “우울하고 약한 존재로 보일 수도 있지만, 성장하고 싶어 하는 열망이 드글드글하게 끓고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특히 자신과 닮아있는 인물이라 말했다. 그래서인지 이날 인터뷰는 작품과 배역만을 파고들기보다는, 인간 임예진과 맞닿아있는 접합점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자존감이 높지 않은 것도 비슷하고, 남의 눈치를 보는 태도가 비슷해요. 저는 원래 남에게 드러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옛날에 입시를 처음 시작했을 때 종이를 한 장 주고 자신을 표현해 보라는 식의 과제들을 줬었는데, 전국에 있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와서 현란한 종이접기를 보여주기도 하고, 색을 엄청나게 칠하기도 하면서 자신을 표현했어요. 그런데 저는 그 사이에서 저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종이를 계속 꾸깃꾸깃하게 접고 저는 이렇게 폐쇄적인 사람이라고 한 적도 있죠.”
미호에게 취업이라는 두려움이 있다면, 그에게는 오디션이 있었다. 이를 아직 완벽하게 극복하지는 못했다고 말한 임예진은 그와 동시에 내적 성장을 이루고 있는 현재를 전했다.
“‘내가 가진 걸 다 못 보여주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는 두려움이 있었고, 그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다가 더 못 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근데 요즘은 내가 가진 것을 다 못 보여줘서 그 사람들이 날 그 정도밖에 아닌 사람으로 알게 되는 것 자체가 무서워지더라고요. 그게 제 이미지가 되면 어떻게 하나 싶어서 이겨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또 원래 연습 초반에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적응을 잘하지 못하는데, 이번 ‘차미’를 준비할 때는 그렇게 적응하지 못하는 과정이 많이 없어져서 신기했어요. 제 자신이 내면적으로 단단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무대 위에서 관객의 모든 시선을 받는 배우라는 직업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격처럼 보이지만, 되려 “임예진이라는 사람의 모든 면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좋다”고 말한 그는 캐릭터를 표현할 때는 일종의 해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차미’는 별개의 캐릭터보다는 본체 임예진과 비슷한 인물인 만큼, 다른 방식으로 이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이번에는 제가 무언가를 해서 해소된다기 보다는, 남들이 저한테 해주는 말들에 해소감을 느껴요. 저랑 너무 비슷한 상황의 캐릭터이고 극 자체가 자존감이 낮은 친구를 북돋아 주고 깨울 수 있게 노력하는 내용이다 보니까 고대와 함께 ‘너를 원해’나 ‘스크래치’와 같은 넘버를 부르고, 차미와 대화하고 점점 나를 알아가면서 해소되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임예진에게 있어서 해소와 성장을 겪게 해준 ‘차미’는 일종의 테라피와도 같았다. “저 자신을 알아갈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한 그는 이 작품을 알려준 지인에게 메신저로 장문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면서, “이제는 남보다는 나를 더 신경을 쓸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가 친구가 많지 않아요. 좁고 깊은 관계를 유지해서 만나는 친구들만 만나는데, 최근에 스스럼없이 얘기하다가 그 친구가 ‘너는 정말 사람을 잘 봐주고, 심리적으로 잘 아는 것 같다’고 말했어요. 분명 그 친구들은 그동안 그런 말을 많이 해왔지만, 이제야 내가 그런 장점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차미’ 덕분에 작은 말 하나라도 다 의도와 의미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받아들이게 되었죠.”
작품은 평범한 현실을 살아가던 미호의 앞에 SNS 속 보정된 나 ‘차미’가 등장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옹고집전’과 ‘손톱 먹은 들쥐’ 등 진짜와 가짜가 양립하는 이야기에서 대부분 가짜가 진짜의 자리를 위협하는 상황이 그려지지만, ‘차미’의 경우는 다르다.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리면서도 결국 차미는 미호의 행복을 바라고, 그의 내적 성장을 돕게 된다.
“처음에는 굉장히 부러운 동경의 대상이었죠. 나와 너무 다르니까 질투라는 감정조차도 허용할 수 없는 대단한 사람이었는데, 결국은 차미 자체도 미호의 안에서 나온 거로 생각해서 점점 나와 하나가 된다고 생각하고 공연을 하고 있어요. 결국 내 안에 단단해질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또 다른 나라고 생각해요.”
차미가 탄생하게 된 SNS는 현대인의 자아 문제를 고찰하는 작품의 중요 요소로 등장하지만, 평소 SNS를 잘 활용하지 않는 임예진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고는 싶은데 잘 모른다”고 말한 그는 사진첩에 자신의 얼굴이 없고, 고양이랑 음식 사진밖에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따라서 극 중 미호가 다른 사람의 퍼즐 조각을 하나씩 가져와 자신을 만든다는 개념은 잘 와닿지 못했다고 말한 그는 SNS 대신 자신의 경험을 대입했다고 말했다.
“저도 어렸을 때 부러워했던 사람들이 되게 많았거든요. 대학에 들어갔을 때 잘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때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 나보다 더 많은 것들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멋져 보이는 저 사람 인생을 내가 살면 어땠을까 같은 생각들을 많이 했던 때가 있어서 그런 경험을 접목하려고 했어요.”
만약 미호와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더 완벽한 나 대신 지금의 자신을 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건네자 임예진은 조금의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예진아, 난 네가 만들어낸 너야’ 이러면 너무 무서울 것 같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일단 저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게 너무 싫어요. (웃음) 다른 데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은데 차미는 저를 너무 혼란스럽게 할 것 같아서 거부하고 싶어요. 또 저는 자존감은 낮지만, 자기애는 있어서 부족한 저라고 해도 제가 직접 이겨내고 싶어요. 노래를 정말 잘하시는 분들이 공연이나 연습하는 걸 보면 어떻게 저렇게 하나 싶고, 내가 뭘 해야 저 사람처럼 될 수 있나 싶어서 막 물어보고 싶죠. 그래도 그 사람이 제 인생을 대신 산다면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저는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수단적인 게 아니라 행복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제가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누르면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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