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사진=클레이하우스 제공) 2025.07.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앞으론 달게 살어. 온통 쓴 것만 삼키는 인생이, 기다린다고 달콤해져? 쓴 건 콱 뱉고, 얼른 단 걸 집어삼켜야지. 그래야 인생도 끈적해지지. 꼭 달고나 녹은 거처럼 놓고 싶지 않아진다고."
어른은 보살핌이 필요 없을까. 이 질문의 해답을 담은 김슬기의 소설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가 출간됐다. 책은 카카오의 도서출판 공모전 '브런치북' 제12회 대상 선정작이다.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작품답게, 지칠 대로 지친 어른들에게 '위로'라는 괴력을 발휘한다.
저자는 집 근처 주민센터 화장실에서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광고판을 우연히 보게 됐고, '완전히 망가진 외로운 사람이 어딘가에서 회복하는 이야기'를 막연히 떠올렸다고 한다.
몸도 마음도 약한 서른셋 청년 '강하고'는 재개발 철거 지역 빈집에서 고립된 채 하루하루를 버티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중 하고의 무기력한 삶을 구원해 줄 할머니가 등장한다. 근육질의 몸 좋고 강인한 세 할머니 영춘, 길자, 원주가 그를 납치해 바다마을 구절초리로 데려간다.
처음에는 달갑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보살핌'으로 하고의 인생에도 한 줄기의 빛이 점차 찾아온다. 이 할머니들이 가진 인생 가치관을 자기 삶에 대입하면서 활력을 회복하는 하고를 통해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내 주변의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또 '가족'의 개념을 재정의한다. 혈연으로 얽힌 사이가 아닌 각자의 허기, 즉 허전함을 채워주는 '연대의 공동체'라고 말한다. 하고가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애정을 받지 못한 불평을 토로하자 할머니들은 오히려 다그친다. 본인들도 지금 가족이 없다고. 대신 서로 챙겨주고, 위로하며 살아가는 삶을 일깨워주며 하고의 가족이 되어준다.
"가족이 별것 아니더라고. 맛있는 거 나눠 먹고, 서로 간섭하고, 등 밀어주고. 이런 게 가족이지. 엄마 없는 게 대수인가. 여기 할매들은 엄마 없는 지 오래야. 아무도 신경 안 쓴다. 우리를 뭐라고 부르면 좋으려나. 그래. 거대가족. 구절초리 거대가족!" (3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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