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0일 일본 도쿄의 자민당 본부에서 참의원 선거 결과 게시판을 지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일본 집권 연립여당이 참의원(상원)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자민당 총재를 겸하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해 중의원(하원)에 이어 참의원에서도 과반을 잃었지만 ‘즉각 퇴진’에는 선을 그었다.
21일 오전 8시 기준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하루전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39석을 얻은 것으로 집계했다. 공명당이 얻은 8석을 더하면 두 연립여당이 이번 선거에 걸린 125석 가운데 47석을 확보했다. 이 시각 현재 당선자가 확정되지 않은 의석은 1석으로, 연립여당이 목표치인 50석을 넘기지 못하면서 참의원 전체 과반의석 실패가 확실해졌다.
6년 임기의 일본 참의원은 전체 248석을 놓고 3년마다 선거를 치러 절반씩(124석) 의석을 교체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는 지역구 75석(보궐 1석 포함)과 비례대표 50석 모두 125석이 걸렸는데,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연립여당 과반을 선거 목표로 내걸었다. 연립여당은 지난 2022년 참의원 선거에서 얻은 75석을 유지하고 있어 이번에 50석 이상을 얻어야 총원 248명 중 과반 유지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취임 직후 치러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했던 이시바 총리는 이번 참의원에서도 다시 과반을 잃을 경우, 거취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 일본에선 일본에선 이번 선거를 ‘이시바 총리에 대한 중간 투표’, ‘정권에 대한 신뢰를 묻는 선거’로 평가해왔다. 자민당에서는 1989년 우노 소스케, 1998년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가 참의원 선거 참패 직후 사임한 사례가 있다. 엔에이치케이는 이날 출구조사 뒤 자민당 한 고위 관계자가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이시바 총리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선거 직후 이시바 총리는 일단 퇴진 의사가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시바 총리는 엔에이치케이와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이 매우 엄중하며 겸손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의석수 기준) 제1당으로서의 책임이 무겁고 임금 인상이나 지방 활성화 등 정책을 실행해 나갈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엔에이치케이는 “이시바 총리가 직을 계속 수행할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21일 자민당 임시 집행부 회의에서 총리직을 이어갈 뜻을 전달한 뒤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와 만나 공동 정부 운영 방침을 재확인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자민당 총재를 겸하는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후 참의원 선거 결과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다. 방송은 “이시바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자민당 총재를 계속 맡을 것을 공식적으로 밝힐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자민당이 뺏긴 의석을 보수 성향 소수 야당들이 대부분 가져갔다. ‘서민 주머니에 들어오는 실수령액 확대’라는 구호로 최근 각종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국민민주당이 17석(참의원 전체 22석)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다.
선거 직전 참의원 전체 9석에서 두 배 넘는 의석을 갖게 됐다. 국민민주당은 실수령액 증가를 비롯해 소득세·주민세·소비세 감세, 젊은 세대들의 사회보험료 경감 등 서민들이 선호할 만한 공약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일본 정치권의 ‘일본인 우선 정책’ 분위기에 편승해 ‘외국인 토지 취득 제한’ 등 외국인 권리 제한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국민민주당으로선 참의원 전체 20석 이상을 확보해 다른 정당 힘을 빌리지 않고 단독으로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됐다. 참의원에서 특정 정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필요한 의석은 11석, 예산이 동반된 법안은 21석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전 불과 2석 밖에 없었던 참정당은 단숨에 14석(전체 16석)을 얻는 돌풍을 일으켰다. 참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일본인 퍼스트” 구호를 전면으로 내세워 일본인을 위한 정당임을 부각했다. 가미야 대표는 지난 18일 선거 유세에서 한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써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21석(전체 37석)을 확보해 제 1야당으로 체면을 유지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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