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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농구 대표팀 ‘원팀’ 활약에 인기 ‘업’…남은 건 ‘귀화 선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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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농구 대표팀 ‘원팀’ 활약에 인기 ‘업’…남은 건 ‘귀화 선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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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일본·카타르와 평가전에서 신구가 조화를 이룬 역동적인 경기 내용으로 인기를 얻었다. 사진은 20일 4차전에서 여준석.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일본·카타르와 평가전에서 신구가 조화를 이룬 역동적인 경기 내용으로 인기를 얻었다. 사진은 20일 4차전에서 여준석.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농알못’인데 평가전 보다가 농구의 재미를 알아버렸어요”



요즘 농구 관련 커뮤니티에는 비슷한 글이 종종 눈에 띈다. 농구를 잘 모르고 안 봤는데 앞으로는 볼 거라는 ‘선언’과 함께 관련 질문을 하는 것이다. 오는 8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을 앞두고 4차례 평가전(11~20일)에서 대표팀이 역동적인 농구를 보여준 게 컸다. 대표팀은 일본(11·13일)과 카타르(18·20일)를 상대로 모두 승리했다. 국내 선수끼리 모인 팀이 귀화 선수가 대거 포함된 카타르까지 압도하는 등 경기 내용이 좋았다.



18일 3차전이 열린 안양 정관장 아레나에서 만난 한 ‘예비 농구팬’도 “친구 따라와서 농구를 경기장에서 처음 봤다.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어서 다음 시즌 농구장에 가보려고 한다”고 했다. 평가전은 3차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가 빠르게 매진됐다. 경기장 1층에 있는 굿즈샵에는 유니폼을 사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현중(사진)과 여준석은 매 경기 20점 남짓 득점하며 대표팀의 평가전 4전 전승을 이끌었다. 협회 제공

이현중(사진)과 여준석은 매 경기 20점 남짓 득점하며 대표팀의 평가전 4전 전승을 이끌었다. 협회 제공


한국은 2022년 필리핀전을 시작으로 꾸준히 평가전을 치렀다. 한국에서 열리는 평가전은 늘 매진됐다는데, 올해 체감 인기는 유독 뜨겁다. 이른바 ‘황금 세대’로 불리는 젊은 선수들이 대거 소집되어 패기 있게 임하고, 베테랑들의 노련미가 조화를 이루면서 ‘원팀 코리아’가 제대로 완성되어서다. ‘원팀 코리아’는 안준호 대표팀 감독이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를 강조하며 내세운 대표팀 열쇳말이다.



‘국외파’ 이현중(일라와라)과 여준석(시애틀대)이 한국에서 처음 함께 뛰면서 인기와 팀워크를 견인했다. 둘은 2021년 라투아니아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성인 국가대표팀으로 데뷔했다. 4년 만에 합을 맞추는데,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에서 함께 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프로농구(NBA)에 도전 중인 두 선수는 이번 평가전에서 각각 평균 21득점, 18득점으로 활약했다.



농구의 중심지에서 다양한 것을 경험한 수년 사이 무섭게 성장한 그들을 눈앞에서 확인하는 재미는 쏠쏠했다. 둘은 득점뿐 아니라 수비, 사기 증진 등 코트 안팎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시너지를 냈다. 안준호 감독은 특히 “이현중은 허슬플레이도 열심히 하고, 수비 리바운드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팀의 에너지 레벨을 끌어올려 주고 있다”고 했다.



유기상(왼쪽)과 이정현. 협회 제공

유기상(왼쪽)과 이정현. 협회 제공


이번 평가전을 통해 한국프로농구(KBL)를 이끄는 젊은 선수들의 장밋빛 미래를 확인한 것도 성과다. 이정현(고양 소노)은 18일 경기에서 13득점에 도움주기를 10개나 하는 등 경기 운영 능력이 돋보였고, 유기상(창원 LG)은 경기마다 3점포로 슈터로서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정성우(대구 한국가스공사)는 상대를 압박하며 수비에서 헌신했다. 이승현(울산 현대모비스)과 김종규(안양 정관장) 등 베테랑들도 제 몫을 했다.



한 농구 관계자는 “개인 욕심부리지 않고 팀을 먼저 생각하는 행동이 평가전 내내 눈에 띄었다. 다음 시즌 프로농구에서 닮아야 할 점”이라고 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아시아컵을 앞두고 올해 처음 평가전을 4차례 추진했다. 아시아컵에서 같은 A조에 속한 카타르를 미리 경험하는 등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됐다”고 봤다.



평가전 1~4차전은 3차전을 제외하고 빠르게 매진됐다. 사진은 4차전 모습. 협회 제공

평가전 1~4차전은 3차전을 제외하고 빠르게 매진됐다. 사진은 4차전 모습. 협회 제공


고민거리도 남겼다. 평가전을 통해 국내 선수의 기량을 확인한 이럴 때 ‘귀화 선수’는 더욱 간절해진다. 대표팀은 아시아컵을 넘어, 내년 9월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아이치·나고야)을 바라봐야 한다. 멀게는 2028년 올림픽(LA)도 있다. 안 감독은 “국제대회에서는 귀화 선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 국내 선수들의 팀워크가 좋을 때 귀화 선수까지 있다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당장 아시아컵은 어쩔 수 없더라도 아시안게임을 생각하면 귀화 선수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2018년부터 2024년 초반까지 뛴 라건아를 마지막으로 귀화 선수를 못 찾고 있다. 여러 선수를 접촉했지만, 조건에서 맞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귀화 업무는 대한민국농구협회의 일이지만, 한국농구연맹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해결하기를 바라는 현장 목소리도 나온다. 한 농구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에게 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전적인 부분이다. 이는 특정인이 개인기로 설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협회와 연맹이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할 때”라고 했다.



안준호 대표팀 감독이 강조해온 ‘원팀’의 팀워크가 이번 평가전에서 제대로 빛났다. 협회 제공

안준호 대표팀 감독이 강조해온 ‘원팀’의 팀워크가 이번 평가전에서 제대로 빛났다. 협회 제공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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