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왕숙 신도시 조감도. |
이재명 정부 주택 공급 정책의 핵심은 단연 3기 신도시다. 4기 신도시 구상이 보류된 상황에서 실제 공급 효과를 내려면 이미 지정된 3기 사업의 조속한 마무리가 필요해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속도전에 돌입한 모습이지만 전문가들은 공급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수량 확대 등 근본적인 설계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3기 신도시의 공급 속도 끌어올리기에 나선 상태다. 일부 지구의 본청약 일정을 확정한 데 이어 군부대·공장 이전 문제 해소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3기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7만5000가구), 하남 교산(3만7000가구), 고양 창릉(3만8000가구), 부천 대장(1만9000가구), 인천 계양(1만7000가구) 등 총 5개 지구로 구성돼 있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발표해 2019~2020년 지구 지정을 완료했고 모두 첫 삽을 뜬 상황이다. 공급 예정 물량은 총 18만6000가구에 달하며 이중 공공주택 물량은 총 8만7101가구로 전체의 47%를 차지한다.
하지만 사업은 계획만큼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애초 올해부터 3기 신도시의 첫 입주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지난해에서야 일부 지구가 착공에 들어갔고 본청약도 연이어 연기됐다.
사업 지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행정 절차와 인허가 지연, 부대·공장 이전 문제 등이 겹치면서 사업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자재비와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공사비가 올라 사업성 부족으로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
실제 지구별 사업 진행 현황을 살펴보면 현재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는 인천 계양도 착공이 진행된 곳은 A2·A3 블록 두 곳뿐이다. 입주 예정 시점은 2026년 하반기로 3기 신도시 중 가장 빠르지만 공급 물량은 1106가구로 지구 전체 물량의 7%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른 지구들도 비슷하다. 올해 상반기 본청약을 진행한 고양 창릉 4개 블록(1792가구), 하남 교산 A2(1115가구)은 당초 지난해 9월 본청약이 예정됐지만 올해 3월로 미뤄져 2027년 하반기 이후에야 입주가 가능하다. 부천 대장 4개 블록(1964가구)은 지난 4월 본청약을 마쳤으나 역시 2027년 이후 입주가 예상된다.
3기 신도시 중 가장 많은 분양이 예정된 남양주 왕숙지구 6개 블록(3067가구)도 올해 7월과 11월에 본청약이 예정돼 있지만 당초 지난해 11월에 청약이 이뤄질 계획이던 것이 공사비 상승 탓에 착공이 지연돼 연기된 상태다. 이들 역시 2027년 이후 입주 예정이다.
LH가 발표한 3기신도시 연도별 입주계획에 따르면 2026년 입주 예정 물량은 1285가구, 2027년은 9614가구다. 2029년까지 누적 입주 물량은 3만8764가구로, 전체 계획의 약 20%에 불과하다. 더욱이 군부대와 기업 이전 등 선행 과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마저도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급 지연이 장기화되면서 수요자의 이탈도 현실화되고 있다. 작년 본청약이 진행된 인천 계양 A2·A3 블록에서는 사전청약 당첨자의 40% 이상이 본청약을 포기했다. 고양 창릉 A4 블록에서도 1400여 명 중 27%가 본청약에 참여하지 않았다. 일정 지연, 교통망 부족, 사업성에 대한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연 사태를 단순한 일정 문제가 아닌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3기 신도시 사업 전반의 구조적 병목으로 진단한다. 특히 현재와 같은 공급속도와 수요 이탈 흐름이 이어진다면 공공분양 사업의 실효성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본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공공이든 민간이든 공급 지연이 반복되면 실수요자 이탈로 이어지고, 특히 공공분양은 정책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주민 협의, 토지보상, 기반시설 구축은 결국 ‘사업 유인’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급 속도와 물량 모두 계획 대비 낮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계획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지금이야말로 공급 총량을 다시 짚어볼 시점”이라며 “현재 200% 수준인 3기 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을 300~350%로 상향하면 약 20만 가구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녹지 비율이 평균 34%에 달하는데 이를 20% 이하로 줄이면 주택용지 확보가 가능하다”며 “공공이든 민간이든 착공 전인 지금이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투데이/천상우 기자 (1000tkdd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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