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부가 최근 몇년에 걸쳐 인하해온 증권거래세율을 다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증권거래세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인하돼왔는데 금투세 도입이 무산된 만큼 증권거래세 인상은 불가피한 조처로 받아들여진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세수가 지금 수조원이 빠져버렸는데 금투세를 도입하지 않았으니 증권거래세는 원상회복, 정상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에서는 증권거래세율의 전면 복원 대신 일부 인상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행 증권거래세율은 2020년 0.25%에서 단계적으로 인하해 현재 0.15%까지 낮아졌다. 그사이 증권거래세 징수액은 2020년 8조8천억원에서 지난해 4조8천억원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증권거래세율 인상이 부동산 대신 증시로 돈을 흘러가게 하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수 있으나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금투세가 폐지된 상태에서 증권거래세마저 이렇게 낮으면 다른 세제와의 형평성을 훼손하게 된다. 근로소득에는 6~45%의 세율을 부과하면서 주식거래 차익에만 큰 혜택을 주는 건 조세정의에 맞지 않는다. 미국 등 주요국은 대부분 금투세에 해당하는 자본이득세를 시행 중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으로 보면 금투세를 시행하는 게 바람직했다. 금투세는 주식·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차익이 연간 5천만원이 넘으면 초과 액수에 대해 22~27.5% 세율로 물리도록 설계돼 있었다. 손실과 이익을 통산해 순이익이 5천만원을 넘어야 과세 대상이 되는 만큼 손실을 봐도 세금(증권거래세)을 내야 하는 현 제도보다 훨씬 합리적이다. 우리나라 주식세제는 1979년부터 증권거래세만 물리다, 1999년 대주주의 주식양도차익 과세부터 단계적으로 대상을 확대해 금투세 도입까지 입법화가 완료됐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하고 민주당도 이를 제어하지 못하면서 일이 꼬여버렸다. 윤석열 정부 때는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계획된 증권거래세 인하마저도 되돌릴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이재명 정부에서는 이를 재검토하기로 해 그나마 다행이다. 검사 정권이 들어서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제동을 걸면서 조세정의와 자본이득과세 선진화에 역행하고 말았는데, 이제부터라도 다시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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