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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노란봉투법에 입 연 최태원..."친기업 정부라면 규제도 풀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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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노란봉투법에 입 연 최태원..."친기업 정부라면 규제도 풀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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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하계포럼 기자간담회]
입법 반대보단 균형 대응 강조
"기업 성장 위해 규제 없애야"
韓제조업 '잃어버린 10년' 비유
"AI 못 하면 다 퇴출" 작심 경고
日 손잡고 AI 경쟁력 강화 제안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17일 경주에서 대한상의 하계포럼을 계기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17일 경주에서 대한상의 하계포럼을 계기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이재명) 정부가 친기업 정부라고 강조하는데 나쁜 것만 하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7일 경북 경주시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 기자 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 등 재계가 우려하는 규제 법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재 정부·여당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조법 개정안과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 회장은 '반대'의 뜻을 내비치진 않았지만 규제 입법을 상쇄할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업이 더 성장할 수 있게 많은 규제를 없애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최 회장은 "한국 제조업이 잃어버린 10년을 맞았다"고 했다. 2000~2010년대 한국 제조업은 초고속 성장하는 중국에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중간재를 수출해 호황을 누렸다. 그런데 철강, 석유화학, 2차전지 등 대부분 산업에서 중국산 중간재 경쟁력이 높아지며 한국 제조업은 위기를 맞았다. 그는 "반도체도 미국 제재 이후 추격이 빨라져 중국이 턱밑까지 쫓아왔다"며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10년 전부터 새로운 산업 정책,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전략의 부재가 제조업의 잃어버린 10년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최태원(오른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경북 경주 라한셀렉트에서 열린 제48회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정신아 카카오 대표. 대한상의 제공

최태원(오른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경북 경주 라한셀렉트에서 열린 제48회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정신아 카카오 대표. 대한상의 제공


최 회장은 "인공지능(AI)으로 제조업을 일으키지 못하면 10년 후에는 상당 부분 퇴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기반의 제조업 생산 혁신으로 중국 추격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한국과 일본이 경제 권역을 묶는 '한일경제연합'을 구축해 제조 데이터를 공유하는 등 AI 분야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 연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습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최 회장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역할과 관련해 "공공 분야의 AI 발주 등 시장을 만들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많이 구입해 스타트업 등에 나눠주는 식으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현재 1,000개 남짓한 AI 스타트업을 2만 개까지 늘리면 과거 벤처 붐처럼 AI 붐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6월 20일 울산에서 열린 '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AI 교육을 대학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 대통령은 "AI 의무 교육을 초·중·고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최 회장은 10월 말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두고 "(숙소, 교통 등) 물리적인 부분은 어떻게든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조금 더 소프트적인 것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APEC 기간에 양해각서(MOU) 체결이나 타국 기업과 AI 협력 등 구체적 내용이 나와야 한다는 것. 그는 "APEC을 통해 관세 문제를 깨끗하게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경주=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