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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충돌’ 멈추고 휴전은 했지만…갈 길 먼 시리아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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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충돌’ 멈추고 휴전은 했지만…갈 길 먼 시리아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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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각) 시리아 남부 스와이다 지역에서 시리아 정부의 즉각 휴전 선언에도 베두인족 민병대원들이 드루즈족 민병대원들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각) 시리아 남부 스와이다 지역에서 시리아 정부의 즉각 휴전 선언에도 베두인족 민병대원들이 드루즈족 민병대원들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시리아와 이스라엘이 최근 부족 간 유혈 충돌로 불거진 양국의 분쟁을 멈추기로 했으나, 위태로운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시리아 과도정부의 장악력이 부족하고, 이스라엘이 개입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각) 미국의 톰 배럭 시리아 특사가 요르단 암만에서 요르단의 아이만 사파디 외무장관, 시리아의 아사드 샤이바니 외무장관과 3자 회담을 열어 시리아 남부 스와이다 지역의 휴전을 안정화할 방안을 논의했다고 자신의 엑스(X)에 밝혔다. 회담에선 구체적 조처로 스와이다 지역 시리아 보안군 배치, 모든 억류자 석방, 인권 침해 책임자 처벌 등을 합의했다고 배럭 특사는 전했다. 전날 배럭 특사는 시리아와 이스라엘이 튀르키에, 요르단 등의 주변국의 지지를 받아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스와이다 지역은 드루즈족의 최대 거주 지역으로, 시아파의 분파인 드루즈족과 수니파인 베두인족이 수십년간 갈등을 벌여왔다. 지난 13일 양 부족 간 무력 충돌이 벌어졌고, 시리아 과도정부가 파견한 보안군이 드루즈족 민병대와 충돌하면서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시리아 전역에서 같은 수니파인 아랍 부족민들이 베두인족을 지원하려 모여들면서 전투는 더 격렬해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군이 드루즈족 주민 처형과 납치 등 인권 침해를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에 이스라엘은 지난 16일 드루즈족 보호를 명분으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국방부와 남부 정부군에 대한 공습을 했다. 이스라엘에도 드루즈족이 거주하고, 군 고위 간부나 정계 요직 등에도 진출해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과 미국의 압박으로 시리아 정부는 지난 16일 드루즈족과 휴전에 합의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은 19일까지 드루즈족 군인 326명·민간인 262명, 시리아군 312명, 베두인족 21명 등 모두 94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이번 충돌로 최소 8만7000명이 피난을 떠났다고 추정한다.



19일(현지시각) 요르단 암만에서 아사드 샤이바니 시리아 외무장관(왼쪽)과 요르단의 아이만 사파디 외무장관(가운데) 톰 배럭 시리아 특사(주튀르키예 미국대사·오른쪽)가 3자 회담을 열어 시리아 남부 스와이다 지역의 휴전을 안정화할 방안을 논의했다. 출처 톰 배럭 X

19일(현지시각) 요르단 암만에서 아사드 샤이바니 시리아 외무장관(왼쪽)과 요르단의 아이만 사파디 외무장관(가운데) 톰 배럭 시리아 특사(주튀르키예 미국대사·오른쪽)가 3자 회담을 열어 시리아 남부 스와이다 지역의 휴전을 안정화할 방안을 논의했다. 출처 톰 배럭 X


휴전 협정이 이뤄졌으나, 시리아 과도정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교전이 진행 중이고 이스라엘도 개입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어 위태로운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스와이다 시내는 드루즈족이 치열한 전투 끝에 다시 장악했지만, 다른 스와이다 지역에선 여전히 소규모 전투가 벌어졌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날 보도했다. 기드온 샤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엑스에 “아흐마드 샤라아 정부 아래 시리아에선 드루즈족 같은 소수민족 구성원인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국제사회는 시리아 내 소수민족의 안전과 권리를 명확히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도 시리아 정부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엑스(X)에 “시리아 당국은 보안군을 동원해 이슬람국가(IS)와 다른 폭력 지하디스트들이 남부 시리아 지역에 들어오거나 학살을 벌이는 것을 막아, 이 재앙을 끝내는 것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 정부가 “베두인족과 드루즈족 사이의 충돌도 당장 멈춰게 해야 한다”며 “정부 인사를 포함해 잔혹 행위를 저지른 모든 사람을 책임지고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14년간 이어져온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지난달 말 공식적으로 해제했다. 샤라아 정부가 이슬람국가나 알카에다 같은 무장세력의 창궐을 막고,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수교는 시리아 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아사드 전 정권 지지자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어, 샤라아 과도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 이스라엘 또한 시리아 남부에서 지배권 확대와 시리아 과도정부의 약화를 꾀하고 있어, 분쟁을 일으킬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게 중동 내 주된 시각이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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