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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으로 돌파구 찾는 한일… '신중 모드' 시멘트 업계

파이낸셜뉴스 신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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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으로 돌파구 찾는 한일… '신중 모드' 시멘트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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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家 합병… 나머진 ‘현상 유지’ 택해
“출하량 5년 내 최저”… 건설경기 회복 기미 안 보여
‘저탄소’ 앞세운 ESG 전환… 생존 위한 투자 분주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전경. 한일시멘트 제공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전경. 한일시멘트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일시멘트가 자회사 한일현대시멘트 흡수 합병을 통해 경영효율화에 나서면서 시멘트업계에 구조·사업개편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시멘트 산업이 '저성장 고비용'의 구조적 위험에 빠진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한일시멘트를 제외한 주요 기업들은 우선 신중모드로 접근할 전망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77.78% 지분을 보유한 한일현대시멘트를 오는 11월 1일부로 흡수 합병하기로 의결했다. 양사는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통합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합병으로 상장사 이중 구조를 해소하고 중복투자·외부비용 절감을 통한 경영 효율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경기가 부침이 있는 만큼 설비 등 인프라 활용해 탄력적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시멘트 업계의 경영상황은 악화일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건설착공면적은 전월 대비 26.9% 감소한 620만㎡ 수준에 그쳤다. 착공면적은 통상 건설경기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시멘트 출하량도 급감했다. 올해 1·4분기 시멘트 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8% 줄어든 812만t으로, 최근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3년 1·4분기 1201만t 대비 2년 새 32.4%가 줄어든 셈이다.

그럼에도 업계 전반의 대응은 신중한 모습이다. 한일을 제외한 주요 업체들은 합병 혹은 조직개편 계획 여부 등은 없다는 입장이다. 쌍용C&E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지만 수출 덕분에 그나마 나은 상황으로 당분간 특별한 계획 없다"고 말했다. 성신양회, 한라시멘트 관계자 역시 "거래처 및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을 뿐, 지배구조 개편 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업계는 현재 위기를 수요 부진과 고정비 부담의 이중고로 보고 있다. 시멘트 산업은 설비 비중이 높아 수요가 줄어도 일정 수준의 가동과 인력 유지를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탄소배출권 비용 증가, 폐기물 처리단가 상승 등 외부 비용도 커졌다.

이 가운데 업계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환에도 동시에 대응 중이다. 시멘트 제조 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는 점에서, 탄소중립 압력이 거세져 온 탓이다. 이에 오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12%, 2050년까지 53%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석회석 대신 비탄산염 원료를 활용한 저탄소 클링커 기술, 폐합성수지·바이오매스 등 순환자원 연료 전환 기술 개발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한일시멘트의 이번 결정은 불황기의 생존 해법으로 지배구조 단순화 및 비용 최적화의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의존도가 큰 기업일수록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며 "누가 먼저 구조를 바꾸고, 얼마나 오래버티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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