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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피난가고·고향에서 추방되고…우크라 주민들 ‘생지옥’서 산다

헤럴드경제 신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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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피난가고·고향에서 추방되고…우크라 주민들 ‘생지옥’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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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 한화와 협력해 해군 신형 프리깃함 건조"
안전하던 키이우도 매일밤 공습 경보
수면부족·스트레스에 너나없이 인지장애
러시아 점령지 주민은 조지아 등에 추방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23세의 어머니가 10개월 된 아들을 안고 러시아의 공습을 피해 지하 방공시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AP]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23세의 어머니가 10개월 된 아들을 안고 러시아의 공습을 피해 지하 방공시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최근 총공세를 감행하면서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생지옥을 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여겼던 수도 키이우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공습경보가 울려 주민들이 밤잠을 설치며 대피하고, 러시아 점령지에서 살던 주민들은 조지아 등 제3국으로 추방되는 등 안타까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지난 두 달간 밤마다 키이우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으면서 370만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키이우는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최전선의 다른 도시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평가됐지만, 최근 러시아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면서 더이상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키이우에 사는 다리아 슬라비츠카는 최근 일주일 새 며칠씩 폭격을 피해 지하철역 대피소를 찾았다. 저녁마다 공습경보가 울리다 보니 밤잠을 설치는 건 이젠 특별한 일도 아니다. 슬라비츠카는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텔레그램을 확인하다가 공습경보가 울리면 요가매트와 이불을 챙겨들고 두 살 배기 아들과 함께 지하철역으로 뛰어간다.

이날도 지하철 선로 옆 기둥에서 웅크리고 밤을 보낸 슬라비츠카는 “예전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곳에 왔지만, 이제는 일주일에 두세번씩 와야 한다”고 호소했다.


러시아 드론의 공격으로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내 일대가 폐허로 변해 있다. 우크라이나전을 기점으로 드론 공격이 값비싼 정밀유도형 순항미사일 공격을 대체하고 있다. [EPA]

러시아 드론의 공격으로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내 일대가 폐허로 변해 있다. 우크라이나전을 기점으로 드론 공격이 값비싼 정밀유도형 순항미사일 공격을 대체하고 있다. [EPA]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밤 지하철역을 찾은 사람들은 16만5000명으로 전달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키이우 군 행정 책임자인 티무르 트카츠헨코는 “올해 상반기에만 키이우에서 78명이 숨지고 400명이 부상했다”며 “공격 규모와 치사율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대피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슬라비츠카는 그나마 집 근처에 대피소가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집에서 반경 3km 이내에 대피소가 없는 스토로즈후크는 올해 초 2000달러를 들여 강철로 만든 ‘캡슐 오브 라이프’라는 상자를 구입했다. 그는 밤마다 애완견과 함께 강철 상자 안으로 대피하고 있다.

예전엔 우크라니아 땅이었다가 전쟁 이후 러시아가 점령하게 된 곳의 주민들은 언제 추방될까 전전긍긍이다. 러시아는 전쟁으로 얻게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교도소 수감자 등 주민들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대신 조지아 등 제3국으로 추방해 떠돌이 신세로 만들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시민을 조지아로 내몰며 추방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비하 장관은 “6월 이후 러시아는 전과자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국민을 조지아 국경으로 추방하는 일이 크게 늘었다”며 “적절한 서류가 없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발이 묶였다”고 지적했다.

시비하 장관은 “나머지 국민들을 우크라이나로 이송하기 위해 조지아 및 몰도바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으나 러시아가 강제 추방자 숫자를 더 늘리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면서 “러시아에 이 같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직접 이송할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3년 이상 이어진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상당항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심리학자 카테리나 홀츠베르흐는 폭격에 따른 수면 부족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일으켜 어린이와 성인 모두의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잘츠부르크대에서 수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안톤 쿠라포우 박사는 “길거리에 나갔다가 눈앞에서 사람이 총에 맞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상상해보라”며 키“이우에서는 시민들이 매일 이런 상황을 경험하고 있고 이런 스트레스가 평생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