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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한 타협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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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한 타협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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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산업생산 0.9% 증가…소매판매 3.3%↓·투자 1.5%↑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대해 상호관세 유예 만료일인 8월1일까지 “협상(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밝히기 전에 참고해야 할 것은 우리와 비슷한 입장인 일본이 일곱 차례에 걸친 장관급 회담을 마치고도 여전히 타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일 협상이 이렇게까지 늦어지는 이유는 너무(!) 분명하다. ‘자동차’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관세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한·일 모두 25%)는 깎을 수도 있지만, 철강(50%)·자동차(25%)·반도체(예정) 등에 대한 ‘품목관세’엔 손댈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반대로 일본은 자동차 관세를 ‘결코’ 받아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자동차는 정말 (일본한테) 커다란 국익이다”(6월16일), “쌍방 모두의 이익” 실현을 위해 “몸이 가루가 되도록 열심히 협상 중이다”(7월2일), “안이한 타협은 피하겠다.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지킬 것은 지킨다”(8일)고 거듭 말했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일본은 너무너무 급격히 방침을 바꾸고 있다. 우리 자동차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농산물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고, 이틀 뒤엔 “일본이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한대로(상호관세 25% 부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자동차에 대한 25% 품목관세가 정착되면 일본 경제는 얼마나 큰 타격을 받을까. 일본 재무성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자동차 수출(579만8761대) 가운데 약 4분의 1(23.7%)이 대미 수출(137만6279대)이었다. 17일 공개된 올 6월 무역통계(속보치)를 보면, 대미 자동차 수출 대수는 12만4천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늘었지만, 수출액은 26.7%나 줄었다. 일본 기업들이 관세 25%를 떠안는 ‘출혈’을 감수해 가며, 가격 인상을 막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순 없을 테니,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거나 대미 수출을 포기해야 한다. 일본 제조업의 ‘심장’인 자동차와 그 연관 산업에서 대규모 실직이 우려된다.



우리는 이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가. 게다가 우리에겐 한국 제조업의 ‘심장’인 반도체까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론이 가능할까. 정부는 혹시 ‘안이한 타협’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길윤형 논설위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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