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매일경제 언론사 이미지

“부자처럼 보이고 싶다면 여기로”…올 여름 ‘인스타 인증샷’ 성지로 떠오른 이 나라 [박민기의 월드버스]

매일경제 박민기 기자(mkp@mk.co.kr)
원문보기

“부자처럼 보이고 싶다면 여기로”…올 여름 ‘인스타 인증샷’ 성지로 떠오른 이 나라 [박민기의 월드버스]

서울구름많음 / 0.0 °
유럽 휴양지 호텔, 명품 브랜드 손잡아
테이블부터 비치타올까지 전부 ‘럭셔리’
하락세인 명품·여행 산업 매출 회복 차원
300만원 명품셔츠는 투숙객만 구입 가능
‘여행객들 과시 성향에 정확히 부합’ 평가
무리한 협업·브랜드 가치 하락 등 리스크도


이탈리아 나폴리 포실리포 해변 [사진 출처 = EPA 연합뉴스]

이탈리아 나폴리 포실리포 해변 [사진 출처 = EPA 연합뉴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동부 해안에 위치한 타오르미나의 포시즌스 산 도메니코 팰리스 호텔은 올해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본격적인 ‘관광객 끌어모으기’에 돌입했습니다. 그러나 호텔 측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시칠리아가 자랑하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장엄한 자연 경관을 홍보하지 않습니다. 대신 호텔 측은 시설 전체를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명품 브랜드로 장식해놨습니다. 투숙객들을 위한 풀장에 설치된 수십개의 선베드는 럭셔리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D&G)의 비치타올로 꾸며졌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해당 풀장에 비치된 테이블부터 냅킨, 화분, 햇빛을 가리기 위한 파라솔까지 모두 돌체앤가바나입니다. 관광객들은 온전히 돌체앤가바나로 꾸며진 화려하면서도 이색적인 이 공간에서 인증샷을 찍기 바쁩니다. 이는 올 여름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시즌스 호텔과 돌체앤가바나의 협업 전략의 일환입니다.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적극 활용해 여행객들이 평소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면서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는 여행·명품 산업 매출도 회복하려는 것입니다.

고가의 명품을 통해 직관적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동시에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여행객 심리를 충족하는 ‘럭셔리 인증 여행’이 올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뜨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을 비롯한 대다수 주요 휴양지에 위치한 호텔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모으기 위해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국 서머싯에 위치한 한 호텔은 또 다른 명품 브랜드 버버리와 협업해 호텔 전체를 ‘버버리 콘셉트’로 꾸며놨습니다. 이탈리아 캄파니아주 살레르노도의 한 호텔은 명품 브랜드 디올과 손을 잡았습니다.

이들 호텔은 여름철 성수기 매출 확대를 위해 투숙객이 아닌 일반 관광객들에게 입장료를 받고 시설 이용권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진행 중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꼭 1박에 1000달러(약 140만원)에 달하는 숙박비를 내지 않고도 럭셔리 브랜드 체험을 해볼 수 있고, 호텔도 입장료를 통해 매출을 늘릴 수 있어 ‘윈윈(Win-Win)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일반 관광객들은 입장료를 지불하면 명품 브랜드 펜디 로고 형태로 코코아 가루가 뿌려진 밀푀유를 맛보는 등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으로 명품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과 분위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호텔 투숙객과 일반 관광객이 누릴 수 있는 경험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호텔 측은 투숙객에게만 명품 브랜드 제품을 직접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포시즌스 호텔의 경우 돌체앤가바나 비치타올을 개당 656달러(약 90만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호텔에서 판매되는 약 300만원짜리 돌체앤가바나 실크 셔츠를 구입할 수 있는 특권 역시 숙박객들에게만 주어집니다.

포시즌스 산 도메니코 팰리스 호텔이 풀장을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D&G)로 꾸며놓은 모습 [사진 출처 = 포시즌스 호텔 홈페이지]

포시즌스 산 도메니코 팰리스 호텔이 풀장을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D&G)로 꾸며놓은 모습 [사진 출처 = 포시즌스 호텔 홈페이지]


전 세계 주요 휴양지의 호텔들이 최근 이 같은 전략을 적극 펼치는 이유는 여름 휴가철이 1년에 단 한 번 있는 대목이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 때가 ‘휴양지 호텔 업계의 크리스마스’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행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큰 비용을 투자해 특별한 경험 제공을 암시하는 분위기로 호텔 전체를 꾸미고,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호텔을 찾은 여행객들의 제품 구입 등 소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전략입니다.


호텔 입장에서는 화려한 장식과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이를 통해 얻는 이익이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푸엔테 로마노 마르베야 호텔에서 진행된 펜디와의 3개월간의 협업에는 60만달러(약 8억3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갔지만 이를 통해 100만달러(약 13억8000만원)의 추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행사 진행을 통한 대대적인 언론 노출 등 홍보 효과는 덤입니다.

이 같은 명품 브랜드와 호텔의 결합은 최근 여행객들이 추구하는 ‘과시 성향’과도 정확히 부합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인생은 오직 한번 뿐(You Only Live Once·YOLO)’이라는 인식과 함께 이를 겉으로 드러내기 위한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인증샷 올리기가 확산한 가운데 명품 브랜드와 호텔이 협업하는 럭셔리 관광 상품은 그 어느 여행보다 자신을 타인에게 과시하기에 적합한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향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제로 명품 업계와 호텔 업계 모두 반사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스위스 명문 레로쉬 호텔경영대학에서 럭셔리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과정을 교육하는 크리스티나 보르헤스는 “명품 브랜드는 부유한 고객층에게 제품을 손쉽게 노출시킬 수 있고, 호텔은 투숙객에게 독점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윈윈 공식’”이라며 “호텔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고객들이 제품 구매를 위해 지갑을 여는 경우가 더 많다”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


호텔과 명품 브랜드 양 측의 이익을 위한 협업이지만 이 같은 전략에는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콘셉트 면에서 어울리지 않는 무리한 협업이 진행되거나 해당 명품 브랜드 또는 디자이너가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휘말리게 됐을 때 매출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게 될 수 있습니다.

호텔의 입장에서는 명품 브랜드와 너무 잦은 협업을 할 경우 그 호텔이 해당 브랜드의 광고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일부 호텔들은 명품 브랜드의 로고를 전면에 배치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방식으로 협업을 강조하면서 투숙객들을 대상으로 명품 제품 판매에 주력하는 전략을 펼치는 곳도 있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