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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예측한 멍거가 지적한 '경제학의 문제점'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멍거 다시 읽기⑧

머니투데이 김재현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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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예측한 멍거가 지적한 '경제학의 문제점'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멍거 다시 읽기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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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이번에는 멍거의 투자와 삶의 지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로이터=뉴스1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로이터=뉴스1


2003년 10월 멍거는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UC 샌타바버라)에서 경제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학제 관점에서 본 경제학의 강점과 문제점에 대해 연설했다. 멍거는 경제학을 소프트 사이언스(정치학·경제학·사회학·심리학 등 사회 과학·행동 과학)의 여왕으로 표현하며 높이 평가했지만, 경제학의 문제점도 조목조목 짚었다.

재밌는 건 당시 80세의 멍거가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었지만, 경제학 과목을 단 한 번도 수강한 적은 없다고 연설에서 밝힌 점이다. 멍거는 2가지 경험을 통해서 경제에 대해 유용한 통찰을 얻었다고 말했는데, 바로 버크셔 해서웨이와 독특한 교육이력이다.

버핏이 버크셔를 인수하던 시점(1965년)에 버크셔 시가총액은 약 10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38년 지난 2003년에는 시총이 약 1000억달러로 1만배 증가할 만큼 버크셔는 성공가도를 달렸다(현재 버크셔 시총은 1조달러를 돌파했다). 멍거는 버크셔가 실패 사례도 거의 없이 성장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버핏과 자신의 미시경제학 지식이 유용했음을 뜻한다고 자신했다.


효율적 시장 이론을 무시하는 버크셔와 멍거의 다학제 교육 이력

멍거는 주가는 해당 기업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반영하므로 초과 수익률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강형 '효율적 시장 가설'(EMH·Efficient Market Hypothesis)에 털끝만큼도 관심을 두지 않고서 이 모든 실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이 완벽하게 효율적일 수 없다는 사실이 멍거에게는 항상 명확했으며 이를 10대 시절 패리 뮤추얼(pari-mutuel, 영어로는 mutual betting) 베팅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오마하 경마장에 가보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경마장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베팅을 하며 베팅된 금액에 따라 배당률이 바뀐다. 즉, 상호간 베팅(mutual betting)인데,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멍거는 딜러인 경마장의 몫이 17%지만, 돈을 걸 때마다 손실이 항상 17%보다 적은 사람들이 있고 항상 17%보다 훨씬 큰 사람들이 있는 걸 보고 오마하 경마장의 패리 뮤추얼 시스템이 완벽히 효율적인 것은 아니었으며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멍거의 말인즉슨, 말과 배당률 분석에 탁월한 사람들이 장외 경마에서 실제로 돈을 번 사례가 있으며 주식 시장에도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도 틀림없이 있다는 의미다.


멍거의 다학제 교육 이력도 경제학에 대한 이해를 키우는 데 영향을 미쳤다. 멍거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물리학에 빠져들었는데, 육군 항공대에 입대한 멍거는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물리학을 더 공부해서 기상장교가 됐다.

멍거는 그때 칼텍에서 하드 사이언스(물리학·화학·생물학·지질학·천문학 등 자연 과학)의 모든 기본 특성과 사상에 매료됐으며 이 경험은 엄청나게 유용했다고 회고했다. 멍거는 (경제학 과목을 한 번도 수강하지 않고 경제학과 학생 앞에) 뻔뻔스럽게 선 것은 자신의 이력도 독특하지만, 젊은 시절에도 멍청하지는 않았다며 하버드 법학대학원에 다니던 첫해, 약 1000명 중 2등을 한 것을 들었다. 똑똑한 사람들은 항상 많지만, 멍거도 두뇌 게임이라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경제학의 강점

멍거는 경제학은 다른 소프트 사이언스보다 다학제 성향이 항상 더 강했으며 필요한 개념이 외부에 있으면 그냥 가져다 사용했다고 표현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맨큐의 경제학'(Principles of Economics)를 예로 들었는데, 맨큐는 UC 샌타바버라의 생태학 교수 개릿 하딘이 말한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을 경제학 교과서에 담았다. 공유지의 비극은 사람들이 공유 자원을 과도하게 사용해 자원이 고갈되는 현상을 말한다.

또한 경제학이 초기부터 소프트 사이언스에서 최고의 두뇌를 끌어들였으며 현실 세계와의 상호작용도 다른 학계보다 많았다고 평가했다. 경제학 박사인 조지 슐츠(레이건 행정부 국무장관)와 로렌스 서머스(클린턴 행정부 재무장관)가 장관에 임명되는 등 훌륭한 성과도 거뒀다. 또 멍거는 경제학이 초기부터 세계 역사상 최고의 저술가도 끌어들였다며 애덤 스미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 그리고 최근 인물로는 폴 크루그먼을 들었다.


멍거가 말하는 경제학의 9가지 문제점

멍거가 말한 경제학의 9가지 문제점/그래픽=윤선정

멍거가 말한 경제학의 9가지 문제점/그래픽=윤선정


멍거가 말하는 경제학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①치명적 단절성: 정량 요소만 중시하는 '망치 든 사람 증후군' 유발

멍거가 제시한 경제학의 문제점은 9가지인데, 첫 번째는 학문 사이의 치명적 단절성이다. 각 분야의 교수들은 다른 분야의 모형을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여러 분야 학문을 통합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행동 방식은 이른바 '망치 든 사람 증후군'을 유발한다. 망치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는 말에서 따온 표현인데, 이 증후군은 모든 전문직, 모든 학문 및 우리의 일상 생활에 놀라울 정도로 영향을 미친다.

그럼, 망치 든 사람 증후군을 피하는 방법은 뭘까. 유일한 해결책은 망치뿐 아니라 모든 도구를 갖추는 것이다. 멍거는 여기에 한 가지 요령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이 도구들을 체크리스트 방식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요할 때마다 적합한 도구가 저절로 튀어나올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멍거는 숫자로 측정할 수 없지만 대단히 중요한 요소도 있는데, 사람들은 숫자로 표시되지 않는 요소를 무시한다며 자신은 이런 실수를 피하려고 평생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②인용 표시 누락: 하드 사이언스의 사상에 따른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음

멍거는 '맨큐의 경제학'의 문제점은 다른 학문에서 가져온 개념에 인용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른 학문에서 가져온 기초 지식의 출처가 물리학인지, 생물학인지, 게임이론이지 제대로 밝히지 않았으며 이런 방식이라면 엉성한 자료 정리 시스템으로 사업을 벌이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③물리학 선망

멍거가 짚은 경제학의 세 번째 문제점은 이른바 '물리학 선망'(physics envy)다. 경제학은 하드 사이언스의 기초 사상을 받아들이고 충실하게 인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지만, 물리학 선망에 빠져 과도한 정밀성을 갈망해서는 안 된다고 멍거는 말했다.

경제학에 포함되는 시스템은 너무도 복잡하기 때문에 열역학의 볼츠만 상수 같은 정밀한 공식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인데, 멍거는 물리학의 기초 사상은 받아들이되, 물리학 같은 정밀성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④거시경제학을 지나치게 중시

경제학의 네 번째 문제점은 거시경제학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나머지 미시경제학을 경시한다는 점이다. 마치 해부학과 화학도 모르는 채 의학을 통달하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멍거는 미시경제학은 매우 재미있는 학문으로 거시경제학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에도 유용하지만, 거시경제학은 그 정도로 재밌지도 않고 너무 복잡한 탓에 자주 틀린다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멍거는 어려운 문제를 풀 때는 머릿속에 있는 검색 엔진을 체크리스트 방식으로 가동하면서 수많은 복잡계에서 작동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이례적인 성공은 다음의 요소들이 결합할 때 나타난다는 식의 알고리즘이다.

A) 1~2개 변수의 극대화나 극소화. 예: 코스트코의 대량 구매와 가성비.

B) 성공 요소들을 계속 추가하면 이들이 더 많이 결합하여 성공하게 된다. 그러면 중단점(breakpoint)과 임계 질량(critical mass) 개념이 시사하듯, 비선형적으로 큰 성과가 나올 수 있다.

C) 다수 요소에서 탁월한 성과. 예: 토요타

D) 큰 파도(추세) 올라타기. 예: 오라클

멍거는 가족에게 냈던 어려운 문제를 예로 들었다.

"한 미국인이 1대1 경기에서 전국 우승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65년 후 또 전국 우승자가 되었습니다. 어떤 경기일까요?"

청중들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으며 멍거는 자신의 가족도 마찬가지였지만, 자신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고 훈련을 받은 물리학자 아들이 곧바로 정답을 냈다고 말했다. 추론 방식은 다음과 같다.

손과 눈을 함께 사용하는 경기는 절대 아니다. 85세가 되면 아무도 전국 테니스 대회는 물론 전국 당구대회에서도 우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멍거의 아들은 체스를 매우 잘 두는데, 체스도 복잡한 게임이라 체력 소모가 커서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체커(checkers) 게임을 떠올리고 외쳤다.

"아하! 85세도 풍부한 경험만으로 우승할 수 있는 게임이지." 체커는 체스판에 말을 놓고 하는 보드 게임이다.

⑤통합 부족

경제학의 다섯 번째 문제점은 통합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통 경제학은 외부와의 통합도 부족하지만, 경제학 내부에서의 통합도 부족하다.

멍거는 경영대학원 학생 중에서도 경제 문제를 통합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다며 머리가 좋은 학생들이 학부에서 경제학 과목을 4개 수강하고 경영대학원에 진학해서 온갖 과제물을 작성하고서도 전혀 통합적으로 생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멍거는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가르쳐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교수들도 통합적 사고를 잘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멍거는 교수들이 잘하는 분야는 다른데, 케인스 아니면 갤브레이스가 말했다며 '경제학 교수들은 아이디어를 가장 경제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라고 유머스럽게 말했다. 대학원에서 배운 아이디어 몇 개를 평생 써먹기 때문이다.

⑥심리학에 대한 무지

경제학의 여섯 번째 문제점은 다학제 관점 부족에 포함되는 문제로 심리학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극심한 부작용이다.

여기서도 멍거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문제를 냈다.

"여러분이 라스베이거스에 소규모 카지노를 갖고 있다고 가정합시다. 카지노에는 슬롯머신 50대가 있는데, 겉모습도 똑같고 기능, 배당률도 똑같습니다. 배당률 산정공식도 당첨 확률도 똑같습니다. 그런데, 기계 하나는 어느 곳에 설치해도 결국 다른 기계보다 수익이 25% 더 나옵니다. 고장 때문은 아닙니다. 이 기계는 무엇이 다를까요?"

한 학생이 "사용자가 더 많습니다"라고 답하자 멍거는 왜 사용자가 많은지 알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멍거는 이 기계가 다른 점은 전자 장비를 이용해서 '근접실패'(near miss: 당첨에 근접한 실패) 확률을 높인 것이라고 정답을 공개했다. 예컨대 'BAR, BAR, 레몬'이나 'BAR, BAR, 자몽' 같은 조합이 다른 기계보다 자주 나와서, 사람들이 레버를 더 많이 당기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 기계는 기초적 심리 반응을 촉발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처럼 심리 요소들을 이해하면서 머릿속에 그 목록이 들어있는 사람이라면 답을 찾을 수 있지만, 심리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은 답을 찾아내지 못한다.

⑦파급효과에 대한 관심 부족

경제학의 여섯 번째 문제점은 2차, 3차 파급효과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특정한 결과는 2차 파급효과를 낳고, 2차 파급효과는 3차 파급효과를 낳는 식으로 계속 진행돼 매우 복잡해진다. 멍거는 기상장교로 일하던 시절 이런 파급효과가 매우 거슬렸는데, 경제학에서는 이런 파급효과가 기상학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멍거는 무역 당사자 양쪽이 모두 혜택을 본다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도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적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짚었다.

멍거가 말한 내용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의 발생을 예측하고 있다. 자세히 들어보자.

"미국이 중국 같은 나라와 무역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중국은 매우 가난하지만 유능한 후진국이고, 미국은 선진국입니다. 미국은 중국과 장기간 자유무역을 하게 됩니다.

이제 2차 및 3차 파급효과를 살펴봅시다. 미국은 무역 덕분에 더 번영하여 평균 복지가 개선됩니다. 그렇죠? 리카도가 입증한 사실입니다. 그러면 어느 나라의 경제가 더 많이 성장할까요? 확실히 중국입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이 입증했듯이, 중국도 자유무역을 통해서 세계의 현대 기술을 모두 흡수하면서 빠르게 발전할 것입니다. 홍콩과 타이완, 그리고 초창기 일본을 보십시오. 중국은 낙후된 소작농이 12억을 웃돌던 후진국이었으나, 결국 미국보다 훨씬 더 크고 강한 나라가 될 것이며, 더 강력한 원자폭탄까지 더 많이 보유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선도국 미국에도 훌륭한 결과인지는 리카도가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2차, 3차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았으니까요."

멍거는 이런 이야기를 경제학 교수 세 사람에게 했으며 가장 좋은 답을 준 사람이 조지 슐츠(국무장관을 역임한 경제학 교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찰리, 우리가 중국과 무역을 중단하더라도 다른 선진국들은 계속 무역을 할 걸세. 우리가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고 무역을 중단하면, 우리도 비교우위가 주는 혜택을 잃게 된다네."

멍거는 옳은 말이지만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멍거의 예언처럼 중국이 눈부신 성장을 지속하자,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을 시점으로 미국은 패권을 지키기 위해 본격적인 중국 억제에 나섰다.

⑧횡령 상당행위 개념에 대한 관심 부족

경제학의 여덟 번째 문제점은 횡령 개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멍거는 저명한 원로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하버드대 명예 교수의 아이디어를 통해서 발견한 문제점이라고 설명했다.

갤브레이스 교수는 횡령이 발각되지만 않으면 소비 촉진에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횡령을 당한 사람은 자기 자산이 감소한 사실을 모르므로 소비를 줄이지 않지만, 횡령한 사람은 구매력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멍거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빌려서 '횡령 상당행위'(febezzlement)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고 횡령과 같은 기능을 하는 행위를 찾았다. 그중 하나는 자산운용사다.

멍거는 자산운용사가 고객들의 돈으로 주식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운용보수로 받는 수십 억달러가 전혀 쓸모없이 낭비되는 돈이라고 생각했다. 주식 시장이 상승하는 동안에는 포트폴리오 평가액이 계속 상승하므로, 고객들은 자기 돈이 낭비된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운용보수를 받는 사람(펀드매니저)도 정당하게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고객에게 손해를 입히면서 돈을 벌고 있으므로, 이는 확실히 발각되지 않은 횡령 상당행위다.

자산운용업이 사회적인 부가가치를 증대시키지 못한다(대다수 펀드가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지 못한다)고 줄곧 비판해온 멍거의 생각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멍거는 자신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⑨미덕 효과와 악덕 효과에 대한 관심 부족

마지막 아홉 번째 문제점은 미덕(美德) 효과와 악덕(惡德) 효과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경제학자들은 숫자로 나타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 같은 효과를 불편해하지만, 멍거는 젊은 시절부터 경제학에 미덕 효과와 악덕 효과가 엄청나게 많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494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수도사이자 수학자인 루카 파치올리가 발명한 복식부기는 경제학에 미덕 효과로 큰 영향을 미쳤다. 미덕 효과는 특정한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사회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 복식부기를 통해 사업을 더 통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사람들도 더 정직해졌다.

또 멍거는 금전 등록기(cash register)가 도덕성 제고에 회중 교회보다 더 큰 기여를 했다며 속이기 쉬운 시스템은 문명사회를 망치지만, 속이기 어려운 시스템은 문명사회를 발전시킨다고 말했다. 1879년 미국 사업가 제임스 리티가 발명한 기계식 금전 등록기는 상품 판매 시 거래를 정확히 기록해 직원의 도난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날 마지막으로 멍거는 다학제 도구 한 세트를 모두 갖추어 능숙하게 사용하면 경제학 등 모든 분야에 유용할 것이라며 케인스의 말을 빌려 "정확하게 틀리는 것보다 대충 맞는 편이 낫다"는 말을 던졌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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