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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한참 남았다” 위기의식 없어…국힘, 윤석열과 단절한다더니 윤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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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한참 남았다” 위기의식 없어…국힘, 윤석열과 단절한다더니 윤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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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주류, 인적 쇄신안 반발…안철수 이어 윤희숙 혁신위도 좌초 위기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인적 쇄신 등 개혁방안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인적 쇄신 등 개혁방안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주간경향] “우리가 지금 탄핵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있는데, 더 이상 사과와 반성할 필요가 없다는 분들은 당을 죽는 길로 다시 밀어 넣는 것.” 7월 13일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사과와 반성을 거부하는 인사들’을 ‘인적 쇄신 0순위’ 대상으로 꼽으며 비판했다. 앞서 안철수 전 혁신위원장은 구주류에 대한 인적 쇄신안이 거부되자 이에 반발해 사퇴했다.

전한길씨, 연이어 발표자로 등장


다음 날인 7월 14일 국회에서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무엇을 할 것인가? 자유공화 리셋코리아를 위하여’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불법 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론을 주장한 전한길씨가 발표자로 나섰다. 전씨는 이날 토론회에서 국민의힘의 지지율 하락이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과 부정선거론 회피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게 돌을 던질 만큼 잘했나. 당신들에게 윤 대통령의 뜨거운 진정성과 구국적 마음이 있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를) 해결 못 하면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에서 보수 우파가 집권 못 한다”라고 했다. 토론회에는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포함한 20여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다. 다음 날인 15일 장동혁 의원이 주최한 ‘국민의힘 새로운 길은 있는가? 신우파의 길’에도 전한길씨가 등장했다. 장 의원은 전씨를 포함한 토론회 발표자들을 “누구보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현장에서 몸소 행동으로 옮기는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혁신위가 쇄신을 주도한다는 당의 공식 기조와 달리, 이를 무색하게 하는 행보가 계속되면서 혁신위가 사실상 좌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당이 극우 성향으로 방향을 전환하자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중진들이 해당 행사에 대거 참석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쪽에서는 혁신위를 띄워 쇄신을 외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부정선거론자인 전한길씨를 무대에 세운다”라며 “쇄신을 하겠다는 건지 ‘윤 어게인’을 하겠다는 건지 국민이 이 모순된 행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나”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 ‘쌍권’(권영세 비대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체제에서는 그래도 당 지도부가 극우적 흐름과는 어느 정도 선을 그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도부가 직접 토론회에 참석했다. 국민의힘의 실질적인 비대위원장이 전한길씨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며 “상황이 너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송언석 원내대표는 7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부정선거론은) 우리 당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라며 “해당 토론회는 일반적인 세미나로 알고 참석했으며 일부 발언은 듣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같은 날 윤희숙 위원장은 송 원내대표와 나경원, 윤상현, 장동혁 의원을 지목하면서 이들이 과거와의 단절에 저항하고 있다며 거취를 표명할 것을 요구했다. 또 2차, 3차 인적 쇄신 명단도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당 주류가 혁신위의 인적 쇄신안에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권영세 의원은 7월 14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107명이 똘똘 뭉쳐서 해도 부족할 판에 여기 떼고 저기 떼고 뭘 하겠다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인적 쇄신에 반대했다. 그러면서 “인적 청산이 필요하더라도 시기를 차기 총선으로 미루자”고 제안했다. 윤 위원장의 거취 표명 요구에 대해 송 원내대표는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고, 장 의원은 “윤 위원장의 오발탄”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희숙 위원장이 일단 강경한 목소리를 내긴 하겠지만 지금의 구조상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각성과 쇄신 없는 국민의힘의 현주소


과거에는 당의 정치적 위기 국면에서 핵심 인사들이 책임을 지고 자리를 내려놓는 상징적인 조치라도 있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공천 파동과 계파 갈등이 격화되며 새누리당은 선거에서 패배했다. 혁신위가 출범했고, 친박계 핵심 인물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새누리당은 인명진 목사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친박 핵심 인물의 책임 있는 퇴진을 포함한 인적 청산을 당의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책임 있는 인사들의 자진 탈당과 의원직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당시엔 한계가 있었지만 책임을 묻는 기류는 존재했다. 지금처럼 불법 계엄이나 대통령직 파면에 대한 책임 문제조차 힘을 얻지 못하는 상황과는 다르다. 윤 위원장은 7월 17일 페이스북에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을 거론하며 “2004년 당이 존폐의 위기에 처했을 때 37명의 중진이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당을 소생시키고 젊은 정치에 공간을 열어줬다”며 “지금의 중진들은 그분들이 열어준 공간에서 정치를 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7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긴급토론회 ‘무엇을 할 것인가?, 자유공화 리셋코리아를 위하여’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오른쪽)가 윤상현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7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긴급토론회 ‘무엇을 할 것인가?, 자유공화 리셋코리아를 위하여’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오른쪽)가 윤상현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당의 잘못과 실패에 대해 지도부에 책임을 묻는 기류조차 희미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답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직 총선까지 한참 남았고, 당 지지율이 하락해도 당장 자신의 자리는 보전된다는 당 주류의 인식이 위기감을 무디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은 감옥에 갔고 총선은 3년 뒤에 열린다. 지금 의원들은 방송에 안 나가고 언론 접촉을 피하면 그만이다. 지역구 활동에도 특별한 지장이 없다”라고 말했다. 리더십의 부재도 문제다. 윤 실장은 “만약 대선주자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당의 실패가 곧 자신의 정치적 타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좀더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지금 지도부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타격받을 일이 없다”라며 “그나마 정치적 욕심이 있고 수도권에서 다음을 노리는 사람들만 답답해하고 있다.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당은 살아 움직이는데 지금 국민의힘은 ‘답답하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아 쇄신하기 어려운 구조다”라고 말했다.

각성과 쇄신 없는 국민의힘의 현주소를 설명하는 배경으로 ‘언더찐윤’의 존재가 거론되기도 한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상욱 민주당 의원이 처음 사용해 화제가 된 이 용어는 언론에 드러나지 않고 막후에서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세 그룹을 지칭한다. 김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등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로 당의 쇄신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와 차기 공천에 주된 관심이 있다. 김 의원은 “지역에서 권한은 누리되 나서서 책임질 생각이 없는 이들이다. 이들은 드러나길 꺼리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적임자를 지도부에 세워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모색한다”라며 “이들은 대개 당내 주변에 머물러 있었지만, 자리에 대한 의지는 강한 이들을 리더로 내세운다. 일종의 바지사장인 셈이고, 이들은 뒤에 숨어 이권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서 더 깨져봐야”


국민의힘이 쇄신이 아닌 극우적 흐름으로 기운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범여권은 ‘내란특별법’과 ‘정당해산심판청구법’ 등을 통해 국민의힘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전방위로 높이고 있다.


7월 16일 조국혁신당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무부에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이 여전히 저강도 내란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며 헌법과 정당법이 규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해산 심판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후보들이 나서 ‘내란특별법’과 ‘정당해산심판청구법’을 발의했다. ‘내란특별법’에는 내란죄 유죄 판결을 받은 자를 배출한 정당의 국고보조금 지급을 즉시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당해산심판청구법’은 정당해산 청구권을 정부뿐 아니라 국회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방적 시도”라며 “국민이 단호히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7월 10일 발표된 NBS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9%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대 지지기반인 TK에서도 31%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민주당(28%)에 불과 3%포인트 앞섰다. 반성과 쇄신 없는 국민의힘에 여론의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범여권의 위헌정당해산 카드는 계속 거론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8월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 상태로는 전당대회를 치러도 위기 수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 지지층 일부가 여전히 극우 성향 세력으로 남아 있으니 국민의힘은 그 잔여 지지에 기대 연명하는 형국이다. 지금의 당은 좀비 상태에 가깝다”라며 “차라리 더 망해야 한다. 지지율이 더 떨어지고 고인 물이 스스로 물러나는 상황이 오지 않는 한 변화는 어려울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더 깨져봐야 그나마 바뀔까”라고 말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당내 인사들이 내란특검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오르고, 출국 금지 조치까지 내려진 가운데 앞으로 더 큰 위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이다”며 “혹독한 겨울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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