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진 17일 광주 북구청 앞 침수된 도로에서 한 시민이 난간을 겨우 붙잡고 강한 물살을 버티고 있다. 뉴시스 |
시간당 최대 강수량이 100㎜를 넘어서는' 재앙급' 극한호우가 충청·영남·호남 지방을 덮치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여름은 ‘사상 최대’나 ‘100년 만의 기록’이란 말이 흔해질 정도로 극단적 집중호우가 일상화됐다. 과거 기준으로 지어져 현재의 극한호우를 감당할 수 없는 배수·저수 시설을 조속히 확충하고, 예보·경보·대피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민관의 역량을 총집결해야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17일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하루 강수량이 426.4㎜에 달했다. 보통 7월 한 달 간 내리는 비(294.2㎜)의 1.45배에 달하는 물폭탄이 몇 시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당시 광주의 시간당 강수량은 최대 80㎜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이보다 일찍 피해를 당한 충남 서산시에는 시간당 114.9㎜라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다.
극한호우의 원인은 산업화에 따른 기후위기와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우리의 여름 또한 갈수록 더워지고 길어지는데, 보통 기온이 1도 높아질수록 공기가 머금는 습기가 7% 늘어난다고 한다. 예전보다 비구름이 훨씬 더 빠르게 생성되고, 특정 지역에 위협적인 물폭탄을 터뜨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집중호우에 대비하고 침수 사고를 예방하는 인프라에 투자를 계속 늘려야 한다. 서울의 하수관거가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빗물의 양이 최대 75㎜인데, 서산에 쏟아진 비가 서울에 내렸다면 수도 한복판에 대규모 홍수가 났을 수도 있다. 시간당 110㎜는 ‘100년에 한 번 오는 폭우’라고 하지만, 지금 추세라면 그 빈도가 훨씬 잦아질 게 분명하다.
인프라 확충에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점을 감안해, 일단은 방재 관련 경계심을 높이는 게 피해 방지를 위해 필수적이다. 안전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사람을 대피시키고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점검을 거듭해야 한다. 계속 신고를 무시하다가 14명의 목숨을 잃은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침수의 비극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