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국정기획위 기획분과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정기획위원회가 18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해 최우선 변제권을 갖는 소액 임차인 범위를 넓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피해주택 매입 속도를 높이는 방안 등을 마련해 발표했다. 국정기획위는 이번 대책을 ‘신속추진 과제’로 선정할 것을 대통령실에 제안했다. 피해자·전문가들은 해당 대책이 피해 구제 사각지대를 일부 보완할 수 있지만 ‘전세사기 배드뱅크’ 등 피해 구제·예방을 위한 근본적 제도 개선책이 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국정기획위 기획분과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세사기는 청년·서민 등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민생범죄이자 사회적 재난으로, 피해자 지원 대책 보완이 시급함에 따라 신속추진 과제로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우선 ‘소액 임차인’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제안했다. 소액 임차인은 주택이 경·공매 등으로 처분될 때 가장 먼저 변제받을 권리를 갖는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소액 임차인에 대한 판단 시점이 최초 근저당권 설정일로 돼 있는데, 이를 임대차 계약일로 변경해 더 많은 임차인에게 최우선 변제권을 주자는 것이다. 박 기획분과장은 이 같은 법 개정을 통해 “약 2000명의 피해자가 최소한의 금액은 구제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절차를 보다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한 방안도 나왔다. LH는 협의·경매 등으로 피해주택을 매입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느려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달까지 LH가 매입한 피해주택은 총 1043호로, 3만1000명이 넘는 누적 피해자 수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특히 신탁사기 피해주택의 경우 지금까지 단 한 건의 매입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국정기획위는 전국 지방법원과 피해주택의 경·공매 속행 협의를 적극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약 7개월이 걸리는 건축법 위반 피해주택에 대한 매입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법은 위법 건축물을 먼저 양성화한 뒤 매입을 진행하도록 하는데, 먼저 매입한 후 양성화를 진행할 수 있도록 개정해 시간을 단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기획위는 신탁사기 피해주택의 경우 복잡한 권리관계 실태조사를 8~9월 중에 바로 착수하고, 신탁사가 LH에 피해주택 매각을 우선 협의하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다른 전세사기와 달리 신탁사기 피해주택은 신탁사가 직접 공매 등으로 팔기 때문에 LH가 싼 값에 사들이는 것이 어려웠다. 이에 신탁사와 LH 간 ‘우선 협의’ 절차를 도입해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다.
이밖에 전세사기 특별법에 따른 피해자 결정 신청이 부결될 경우 신청인에게 심의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는 등 심의 과정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 등도 제안됐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공매를 통한 LH의 피해주택 매입은 건별로 진행 상황·구제 효과 차이가 크고, 속도를 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전세사기 배드뱅크 등을 통한 일괄적 구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배드뱅크는 공공에서 금융기관이 보유한 전세사기 관련 부실 채권을 일괄 매입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안으로, 복잡한 경·공매 절차 없이 신탁사기를 포함한 여러 유형의 피해자 지원이 가능하다. 박 기획분과장은 “배드뱅크 설립 등을 포함한 실천 과제들을 향후 국정 과제 이행 계획서에 반영할 수 있도록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등은 “국정위의 신속 추진 과제에는 동의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이 요구했던 핵심이 빠진 점은 아쉽다”며 “전세가율 규제, 공공주택 공급 확대, 주택임대차 안정화 정책의 일관된 추진과 제도 개선 등 근본적인 개선 과제를 국정과제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