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과 퇴마가 만났다…전 세계 매혹시킨 K-애니 ‘케이팝 데몬 헌터스’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 1위…93개국에서 10위권
K팝과 오컬트의 신선한 결합
BTS·트와이스 작업진 참여…OST도 빌보드 석권

‘K팝 데몬 헌터스’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한국계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고 우리 문화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며 글로벌 K콘텐츠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작품은 한국의 전통과 문화 요소, 케이팝 생태계를 현실감 있게 녹여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 작품은 2주 만에 3300만회 이상의 시청 수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 1위에 올랐다. 동시에 93개국에서 TOP10에 진입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역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을 장악했고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에서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작품의 줄거리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스타디움을 팬들로 가득 채우는 인기 케이팝 그룹 ‘헌트릭스’는 무대 밖에선 초자연적 위협에 맞서는 악마 사냥꾼으로 활동한다. 이들은 신예 그룹 ‘사자 보이즈’가 실은 비밀을 감춘 악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음악과 퍼포먼스로 악령을 쫓아낸다.

실제 활동 중인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을 연상시키는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의 설정은 글로벌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작품에는 남산서울타워, 기와집, 한복, 호랑이, 저승사자 등 한국 고유의 문화적 디테일이 곳곳에 배치돼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국내 시청자들도 이러한 요소에 높은 호응을 보이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 작품의 인기 요인으로 “K팝 팬덤이라는 코어 팬층을 전제로 퇴마·오컬트라는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장르를 결합한 것이 흥행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기존 오컬트물과는 달리 동양적 정서를 담고 있고 인물에 감정을 부여하는 ‘K-신파’가 더해지며 차별화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음악적 완성도 또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은 “단순한 배경 음악이 아닌 진짜 K팝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BTS와 트와이스 등과 작업한 경력이 있는 음악진들과 함께 OST를 제작했고 트와이스 정현, 지효, 채영이 OST에 참여했다. 한국 음악 레이블과 협업해 ‘K팝의 정체성’을 작품 전반에 녹여냈다는 점이 글로벌 팬들의 공감을 얻었다.

전통문화의 섬세한 묘사도 눈길을 끈다. 조선시대 사인검(四寅劍), 민화 속 호랑이와 까치, 식당에서 수저 아래 냅킨을 까는 풍습, 아이돌 팬들의 ‘덕질’ 문화까지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코믹하고 로맨틱한 서사 전개 역시 한국 드라마의 문법을 반영해 글로벌 시청자에게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재미를 제공한다.

공동 연출을 맡은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Maggie Kang) 감독,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 등 제작진은 “모든 장면과 디자인에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하자”는 원칙을 세웠다. 매기 강 감독은 북촌의 가파른 골목길부터 명동 거리의 벽돌 디자인까지 세밀하게 관찰하고 사진으로 기록해 배경 디자인에 반영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은 국내 콘텐츠의 해외 진출 범위가 애니메이션, 문학, 뮤지컬, 클래식 등 비주류 분야까지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그간 대중가요와 드라마, 영화에 편중됐던 K콘텐츠가 더욱 다양한 영역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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