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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도 형식도 없다 경계 넘나드는 한여름 축제

매일경제 정주원 기자(jnw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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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도 형식도 없다 경계 넘나드는 한여름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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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없앤 싱크 넥스트 25 개막작 '루시드폴, 정마리, 부지현'. 관객들이 바닥에 앉거나 누워 보컬리스트 정마리의 한국 전통 정가를 자유롭게 감상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지난 4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없앤 싱크 넥스트 25 개막작 '루시드폴, 정마리, 부지현'. 관객들이 바닥에 앉거나 누워 보컬리스트 정마리의 한국 전통 정가를 자유롭게 감상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여름철 '오프 시즌', 어둑어둑한 로비와 굳게 걸어 잠근 문은 옛말이다. 올여름 공연장들은 그 어느 때보다 활짝 문을 열고 장르의 경계를 허문 실험성으로 무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세종문화회관의 '싱크 넥스트'는 장르도, 형식도 없앤 공연 11편(총 32회 차)을 준비했다. 이달 4일 개막해 9월 6일까지 매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테크노, 앰비언트, 현대음악, 네오솔, 힙합 등 다양한 음악을 중심으로 공연을 펼친다. 개막작이었던 '루시드폴, 정마리, 부지현 온 싱크 넥스트 25'는 아예 무대와 객석이라는 틀조차 깼다. 한 공간에서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앰비언트 음악을, 보컬리스트 정마리가 한국 전통 정가를 연주하고, 부지현은 빛을 활용한 설치미술을 선보였다. 관객들은 자유롭게 앉거나 바닥에 누워 자기 방식대로 공연을 감상했다.

또 해금 연주자 주정현과 현대음악 작곡가 최재혁이 협연하는 '앙상블블랭크, 주정현', 전통연희를 동시대 공연 언어로 되살리는 리퀴드사운드의 'OffOn 연희해체 프로젝트Ⅱ', 한국 무용가 해니와 체코 무용가 미스터 크리스가 협업한 신작 '우리' 등도 선보인다. 배우 겸 코미디언 문상훈,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상을 받은 가수 수민&슬롬, 래퍼 제이통 등도 각각 공연으로 축제에 참여한다.

이달 4~26일 진행되는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은 2010년 처음 행사가 개최된 이래 누적 관객 8만2000여 명이 다녀간 대표적인 여름 음악 축제다.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줄임말로, 경계 없이 다양한 한국 음악을 선보인다. 중반부를 지나간 올해 축제의 주제는 '민요 나라로 떠나는 여행'. 국립극장 달오름극장과 하늘극장을 무대로 역대 최다인 200여 명의 아티스트가 총 12개 작품에 참여했다. 씽씽밴드 등에서 활동하며 세계에 우리 음악을 알려온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이 예술감독이다.

여우락 페스티벌 중 지난 9~10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두 사랑 이야기' 공연에서 함께 노래하는 가수 인순이와 서도민요 소리꾼 유지숙(왼쪽부터).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중 지난 9~10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두 사랑 이야기' 공연에서 함께 노래하는 가수 인순이와 서도민요 소리꾼 유지숙(왼쪽부터). 국립극장


공연은 이춘희(경기소리)·김광숙(서도소리)·김수연(남도소리) 등 명창들을 전통의 '수호자'로, 민요에 색다른 시각을 더할 대중가수와 무용수, 연주자, 밴드를 '마법사' '연금술사'로 명명했다.

예컨대 지난 9~10일 가수 인순이와 서도민요 소리꾼 유지숙은 '마법사'를 테마로 함께 공연을 펼쳤다. 이날 인순이는 서도민요 '수심가' '배치기' 등을, 유지숙은 가요 '착한 여자' 등을 선보이며 장르의 경계를 넓혔다. 듀엣으로 전통 민요 '개타령'을 들려주기도 했다.


축제 마지막 날인 26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의 폐막극 '팔도민요대전'은 경기·충청·강원·경상·평안·황해·함경·전라·제주 등 우리나라 전국 8도의 소리를 9팀의 젊은 뮤지션이 새롭게 선보이는 자리다. 밴드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는 전라남도 민요의 경쾌한 리듬에 블루스 기타와 유쾌한 퍼포먼스를 곁들이고, '맥거핀'은 황해도 민요에 록 사운드를 결합해 폭발적 에너지와 서정성을 보여준다.

지난 4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없앤 싱크 넥스트 25 개막작 '루시드폴, 정마리, 부지현'. 관객들이 바닥에 앉거나 누워 보컬리스트 정마리의 한국 전통 정가를 자유롭게 감상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지난 4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없앤 싱크 넥스트 25 개막작 '루시드폴, 정마리, 부지현'. 관객들이 바닥에 앉거나 누워 보컬리스트 정마리의 한국 전통 정가를 자유롭게 감상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한편 클래식 분야에서는 다음달 22일부터 9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등 서울 일대에서 열리는 '제8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이 기술과 음악, 문학과 클래식 음악 등 탈장르적 접점을 모색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가 기획하는 음악 축제다.

힉엣눙크는 라틴어로 '지금 여기(Here and Now)'를 뜻하는 말로, '살아 있는 21세기 클래식 음악의 현장'이란 축제의 지향점을 드러낸다.


먼저 올해 축제의 위촉작이자 세계 초연작 '키메라의 시대'는 현대음악 작곡가 김택수가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소설 '키메라의 땅'을 토대로 만든 7악장 음악이다. 8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선보인다. 베르베르가 악장마다 무대의 내레이터로서 관련 내용을 프랑스어로 낭독할 예정이다. 9월 5일 서울 소전서림에서 열리는 공연 'T.S. 엘리엇&베토벤-철학적 탐구'도 문학과 음악이 함께한다. 베토벤 현악 사중주 132번 연주와 엘리엇이 이 곡을 연구해 썼다는 시 '네 개의 사중주' 낭독을 나란히 엮었다.

이 밖에 9월 1일엔 NFT 아트에 관한 전문가 대화와 연주를 곁들인 'NFT 살롱'이 서울 삼성동 언커먼 갤러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대해 강경원 세종솔로이스츠 총감독은 "우리 나름대로의 동시대성을 찾아보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며 "환경·기술·다양성 등 사회적 키워드를 미술·문학 등을 매개로 융합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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