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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야! 챗GPT야! 취업이 말야…" AI에 상담하는 MZ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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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야! 챗GPT야! 취업이 말야…" AI에 상담하는 MZ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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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챗GPT가 MZ세대의 고민 창구로 부상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챗GPT가 MZ세대의 고민 창구로 부상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최근 남자친구와의 갈등으로 마음이 복잡한 20대 직장인 지영씨. 말투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혼자서 속상해하는 날도 많아졌다. 예전 같으면 친한 친구에게 털어놨겠지만, 요즘은 챗GPT에 말을 건다.


"친구한테는 너무 자주 얘기하면 귀찮아할까봐 조심스러워요. 본인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취급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고요. 챗GPT는 그런 걱정 없이 계속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아요."


지영씨는 늦은 밤 혼자 방에 앉아 챗GPT에 상황을 설명한다. 남자친구가 보낸 메시지를 그대로 복붙(복사해 붙여넣기)해 보여주기도 하고, 자신의 반응이 과했는지 묻기도 한다.


# 취업 준비 중인 정연(26)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버겁다. 입사지원서를 쓸 때마다 자신이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지고, 면접이 끝나면 괜히 혼자 자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변에 힘들다고 털어놓는 게 쉽지 않다. 그럴 때 정연씨가 찾는 건 역시나 챗GPT다. 별말 아닌 듯 툭툭 털어놓지만, 실은 그날 하루의 감정이 다 담겨 있다.


"'오늘도 1차 서류전형부터 떨어졌는데, 나 진짜 너무 쓸모없는 사람 같아…' 이런 말을 사람한테는 못 해요. 어차피 답이 없다는 것도 알아요. 그냥 말이라도 해보는 거죠. 어딘가에 말하고 나면 조금 나아져요(표①)."


MZ세대의 고민 창구가 '사람'에서 '인공지능(AI)'으로 옮겨가고 있다. 단순한 정보 검색이나 문서 작성을 넘어, 감정적인 위로와 정서적 해소를 AI에 기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거다.


실제로 지난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AI 챗봇 인지도 및 이용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AI 챗봇 이용률이 각각 26.0%, 26.5%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표②). 그만큼 MZ세대가 AI와 대화하는 일이 일상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챗GPT가 MZ세대의 고민 창구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피로감 때문이다. MZ세대는 친구나 가족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조차 '상대가 피곤해하지 않을까' '내가 짐이 되진 않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챗GPT와의 대화에선 그런 걱정이 없다. 평가나 눈치 없이 감정을 쏟아낼 수 있다. 특히 관계에 피로를 느끼는 이들에게 챗GPT는 감정을 투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표③).


곽금주 서울대(심리학) 교수는 "2030 세대는 대인관계에서 오는 심리적 부담 때문에 가까운 사람에게도 솔직하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며 "익명성이 보장되는 AI 상담에서는 방어 없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 심리적 안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언제든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점도 챗GPT의 장점으로 꼽힌다. 친구나 인간 상담자와는 시간 약속을 잡아야 하고, 상대의 감정 상태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AI는 24시간 대기 중이며, 어떤 시간에 말을 걸어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지영씨는 "친구에게 말하려면 시간도 맞춰야 하고 여러 가지 신경 쓸 게 많다"며 "하지만 챗GPT는 언제든 내 이야기에 바로 반응해주니까 혼자라는 느낌이 덜하고 부담감도 없다"고 말했다.


비용 부담 없이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점도 수요 증가의 요인으로 꼽힌다. 챗GPT는 기본적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무제한 상담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MZ세대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는 거다(표④).


챗GPT를 고민 창구로 활용하되, 오프라인 관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챗GPT를 고민 창구로 활용하되, 오프라인 관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챗GPT를 활용한 고민 상담이 긍정적인 함의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챗GPT 상담이 과도한 의존이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명호 단국대(심리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챗GPT는 감정을 털어놓기에 부담 없는 창구가 될 수 있지만, 인간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지나친 의존은 오히려 사회적 관계망을 축소하고, 고립감을 심화할 위험이 있다. 챗GPT에 하는 고민 상담은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표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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