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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자 65명 낸 광명 아파트 화재, 필로티 구조가 화 키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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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자 65명 낸 광명 아파트 화재, 필로티 구조가 화 키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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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밤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소재 오크팰리스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17일 밤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소재 오크팰리스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사망자 3명을 포함해 사상자 65명을 낸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 화재를 두고 불에 취약한 1층 필로티 구조가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소방청과 광명경찰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날 밤 9시10분께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오크팰리스 아파트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 3명, 중상 20명, 경상 42명 등 모두 65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사망자 3명은 화재 당시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중상자 중 일부도 생명이 위태로운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사망자는 더 나올 수 있다.



이번에 불이 난 아파트는 45세대 1개동 10층 구조의 이른바 ‘나홀로 아파트’다. 1층은 기둥만 둔 채 주차장으로 쓰는 필로티 구조고, 2∼10층에는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에는 116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거주자 기준 절반 이상이 인명 피해를 본 셈이다.




이처럼 피해 규모가 큰 이유를 두고 1층 필로티 구조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는 한겨레에 “필로티처럼 1층이 개방된 구조는 화재 확산을 가속하는 결정적 요소”라며 “외벽 없이 열린 형태로 돼 있는 필로티는 화재 발생 시 바람이 그대로 통과해 불길과 연기를 상층부로 빠르게 밀어 올린다”고 했다.공 교수는 또 “더욱이 필로티 공간이 주차장으로 활용되는 경우 차량 자체가 기폭제가 된다”며 “차량 연료, 타이어, 플라스틱 내장재 등이 화재 때 강한 열과 유독가스를 배출해 연쇄적인 폭발 및 연소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18일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 화재 현장 1층 주차장에 차량이 불탄 채 놓여 있다. 이준희 기자

18일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 화재 현장 1층 주차장에 차량이 불탄 채 놓여 있다. 이준희 기자


과거에도 필로티 구조로 인해 화재 피해가 커졌던 사례가 있다. 2015년 발생해 사망 5명을 포함 사상자 144명을 낸 경기도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가 대표적이다.



당시 화재를 분석한 ‘필로티 구조의 공동주택 화재 위험성 연구 - 의정부 대봉그린 도시형아파트 화재 사례를 중심으로’(2016, 최승복·최돈묵)를 보면, 저자들은 “필로티와 같은 개방된 구조는 바람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화염 확산이 빠르고 연소 하중이 높은 차량과 단열재 등으로 인해 유리 출입문이 깨어지면 건물 내부로 유입된 화염과 유독가스는 계단과 승강기, 피트 같은 공간을 통해 상층으로의 연소가 급격히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18일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 화재 현장. 불로 인해 벽이 검게 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준희 기자

18일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 화재 현장. 불로 인해 벽이 검게 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준희 기자


실제 이번에 불이 난 광명시 아파트는 사방이 뚫린 필로티 구조로, 지하주차장 입구가 있는 한쪽 면을 빼고는 나머지 면 대부분이 모두 차량으로 빽빽하게 둘러싸여 있었다. 1층 주차장에는 당시 차량 25대가 있었는데, 이들은 화재 과정에서 대부분 불에 탔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이진혁(33)씨는 “평소에도 워낙 빽빽하게 주차 차량이 들어서 있던 곳이었다”며 “뭔가 터지는 소리가 ‘쾅쾅’ 하고 아주 빠르고 연속해서 나면서 차에서 불길이 솟았다”고 했다.



이런 구조에도 이번에 불이 난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됐고, 1층 주차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아파트는 2014년 7월 사용 승인이 났는데, 소방시설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2018년 6층 이상으로 확대됐다.



공하성 교수는 “필로티 건물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1층 주차장 스프링클러 설비 설치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며 “구조적 특수성을 고려해 모든 필로티 건물에 스프링클러 등 자동식 소화설비 설치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 교수는 또 “천장 및 기둥 불연재 마감재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2019년 이후 건물에는 관련 법령이 적용되지만, 기존 건물도 개보수 지원·유도를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7일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소방청 제공

17일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소방청 제공


한편, 경찰은 18일 오전 11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전기안전공사와 함께 합동 감식을 진행한 뒤 “발화 지점은 (1층 주차장) 장애인 주차구역 천장으로, 전기적 특이점이 관찰돼 수거물에 대한 국과수 정밀 감정 뒤 발화 원인에 대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화재가 전기차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경찰은 차량 화재 가능성 자체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화재 현장인 1층 주차장에는 애초 전기차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글·사진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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