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로마넬리 가자지구 성가족 성당 본당 주임 신부가 17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다리 부상을 입고 치료하고 있다. 바티칸뉴스 제공 |
17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유일의 가톨릭 교회의 가브리엘 로마넬리 신부는 지난 4월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까운 사이였다. 2023년 10월7일 가자 전쟁이 발발한 후 매일 오후 8시 정각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로마넬리 신부는 가톨릭 매체와의 당시 인터뷰에서 “이런 짧은 전화 통화는 우리에게 많은 힘을 준다”고 말했다.
로마넬리 신부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으로 25년 이상 이스라엘 예루살렘 교구 총 대주교청에서 근무했다.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이집트에서 2년 동안 지내며 아랍어를 공부했다. 요르단에서 사목한 뒤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인 미셸 사바 대주교가 예루살렘 베들레헴 총대주교 신학교에서 14년 동안 아랍어와 프랑스어로 철학을 가르쳤다. 2019년 가자시티의 성가족 성당 새 본당 신부로 부임해 가자 지구에 머물렀다. 2023년 10월 7일 가자 전쟁 발발 일주일 전인 그해 9월30일 로마 바티칸에서 열리는 추기경 임명식에 참석한 뒤 발이 묶여 예루살렘에 머물렀다. 지난해 5월에야 가자지구 성가족 성당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2023년 11월30일 라틴 총대주교청 미디어 실장인 이브라힘 니노 신부와 인터뷰에서 로마넬리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매일 가자 상황에 대해 물었다고 말했다. 로마넬리 신부는 “매일 우리를 불러 안부를 물으셨다. 간단한 전화 통화로 가톨릭 공동체에 대한 축복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생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 행위를 거듭 비판해왔다. 지난해에는 가자 지구 내 집단 학살 혐의에 대한 조사를 제안하고,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가족을 만나 인질 석방을 촉구했다.
가자지구로 다시 돌아온 직후 가진 가톨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로마넬리 신부는 가자지구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가톨릭신자와 무슬림, 모든 배경의 사람들에게 영적, 도덕적, 실존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이 가자지구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가자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2021년 12월24일 가자시티 성가족 성당에서 크리스마스 전야 미사를 드리는 사람들. 가자시티/AP 연합뉴스 |
가톨릭에서 가자 교구는 중요한 성지 중 하나이다. 아기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을 떠나 이집트로 예수의 부모인 요셉과 마리가 피난갈 때 가자에서 바닷길을 택했고, 갈릴리 나사렛 마을로 돌아올 때도 가자를 거쳐서 돌아왔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 중 약 1000명의 가톨릭 신자가 남아있다. 성가족 성당은 135명의 신자가 남아있다. 17일 이스라엘군의 성가족 성당 부지를 공습해 성당 관리인 등 3명이 숨지고 로마넬리 신부 등 10명이 다쳤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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