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하이닥 언론사 이미지

'서초동', 소아 환자 수술 후 사망… 의료 소송 휘말리게 한 '대장 게실'이란?

하이닥 권태원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원문보기

'서초동', 소아 환자 수술 후 사망… 의료 소송 휘말리게 한 '대장 게실'이란?

서울흐림 / 2.4 °
[권태원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화제의 드라마 tvN <서초동> 3화에서는 극 중 한 소아 환자가 '천공을 동반한 대장 게실'로 응급 수술을 받은 뒤, 당일 밤 사망하는 에피소드가 그려졌다. 환자의 부모는 의료 과실을 의심하며 소송을 제기하고, 변호사 강희지(문가영 분)는 수술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집도의 측을 변호하게 된다.

'대장 게실'은 어떤 병이길래 어린 환자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을까? 내과 전문의 현일식 원장(시원누리내과의원)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봤다.


대장벽 돌출되어 생기는 주머니, 대장 게실… 소아 환자 발생 드물어
'게실'은 위나 소장, 대장과 같이 내부에 공간이 있는 장기의 바깥쪽으로 돌출되어 생긴 꽈리 모양의 주머니를 말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대장'에 많이 생겨 흔히 '대장 게실'로 많이 알려져 있다.

대장 게실은 다시 '진성 게실'과 '가성 게실'로 구분할 수 있다. '진성 게실'은 대장의 근육층을 포함한 장벽 전체가 돌출되어 생기는 것으로, 정확한 발생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주로 선천적으로 발생하고 우측 대장에 흔하게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가성 게실'은 대장벽 중 점막층과 점막하층만 돌출되는 게실로, 주로 후천적으로 발생하고 서양인에게 흔하게 발병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습관의 영향으로 동양인의 발병률도 늘어나고 있다.

드라마 <서초동>에서 자세히 다루진 않았지만, 극중 환자가 어린아이인 점을 고려했을 때 '진성 게실'인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현일식 원장은 "소아에도 선천적으로 게실이 발생할 수 있고 대표적으로 '메켈 게실'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메켈 게실은 대장이 아닌 소장에서 발생하므로, 소아 환자의 대장 게실염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나이 들수록 잘 생기는 게실… 약해진 대장벽 따라 발생
게실은 변비나 복압 상승 등의 원인으로 장 안의 압력이 반복적으로 높아지면서 발생한다. 현일식 원장은 "특히 대장 내 혈관이 지나가는 부위는 구조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이 부위를 따라 점막과 점막하조직이 바깥으로 밀려나가며 발생한다"라며, "주로 나이가 들수록 대장벽이 약해지기 때문에 40~50대 이후에 잘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저섬유질의 식이, 비만, 흡연과 음주, 운동 부족 등도 대장 게실을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게실은 그 자체만으로는 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게실에 대변이나 음식물 찌꺼기 등 이물질이 쌓여서 염증을 일으키면 '게실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때는 복통이나 배변 습관의 변화,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대량의 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장 천공에, 출혈까지… '게실염'보다 무서운 '합병증'
게실염은 심각한 증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항생제 치료를 통해 대부분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게실염의 재발이 합병증의 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게실염은 회복 후에도 약 30%는 5년 이내에 재발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 경우 합병증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주요 합병증으로는 농양, 천공, 누공, 복막염, 장폐색 등이 있다.


'농양'은 게실염이 점점 심해지면서 주변으로 발생하는 고름을 말한다. 이때는 열이 나고 극심한 복통이 발생하며 염증이 지속되면 결국 게실이 터져 구멍이 생기는 '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 이어 천공을 통해 장 내용물이 장 밖으로 나가면 '복막염'을 일으키게 된다. 현일식 원장은 복막염이 대장 게실염의 가장 위험한 합병증 중 하나라며 "복막염이 생기면 복통의 강도는 최고조에 이르고 숨이 가빠지면서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한다. 응급 수술을 하지 않으면 패혈성 쇼크로 사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장게실은 만성 염증으로 방광이나 다른 장과의 연결 통로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를 '누공'이라고 하며 복통과 함께 소변 이상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드물게 게실에 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선홍색의 혈변을 볼 수 있고, 대부분은 내시경을 통한 지혈이 가능하다. 하지만 내시경을 통한 지혈이 어려울 정도로 출혈량이 많으면 혈관 조영술을 통해 혈관을 막거나, 출혈 부위의 장을 절제하는 경우도 있다.


현 원장은 이외에도 "심한 게실염은 장이 주변 장기에 들러붙는 '유착'이나 음식물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지는 '협착' 등의 후유증을 남겨 장폐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장내 압력 낮추는 생활습관… 지속적인 건강검진도 중요
대장 게실염은 복부 CT 촬영을 통해 가장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은 가벼운 경우에는 항생제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증상이 심해서 약물 치료로 소용이 없거나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 발병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게실염 예방의 핵심은 장내의 압력을 낮추는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현일식 원장은 게실염 예방을 위해 다음의 5가지 생활습관을 지키기를 권했다.

1. 식이섬유 섭취
- 채소, 과일, 통곡물을 통해 대변 양을 늘리고 장 운동을 돕는다.

2. 충분한 수분 섭취
- 장의 원활한 혈액순환을 돕고 변비를 예방한다.

3. 규칙적인 배변 습관
- 변비를 예방하고 염증 발생 위험을 낮춘다.

4. 운동
- 걷기 등 복압을 높이지 않는 유산소 운동이 좋다.

5. 지속적인 건강검진
- 50세 이상은 정기적 대장 내시경 통해 게실과 같은 이상 소견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저작권자 Copyright ⓒ 하이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권태원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