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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 감독 “‘전독시’ 시리즈 제작도 고려…비판 충분히 이해한다” [인터뷰]

헤럴드경제 손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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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 감독 “‘전독시’ 시리즈 제작도 고려…비판 충분히 이해한다” [인터뷰]

서울흐림 / 7.0 °
23일 개봉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메가폰
‘PMC: 더 벙커’ 이후 7년 만의 작품
“비판 이해…나도 ‘원피스’ 실사화 화냈다”
‘연대’ 키워드, 완결성 갖춘 한 편의 이야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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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아주 어려웠던 문제를 잘 풀어낸 느낌이에요”.

‘PMC: 더 벙커’ 이후 7년 만의 작품이다. 늘 영화를 직접 쓰고 연출해 왔지만, 이번엔 누적 조회수 3억뷰 글로벌 메가히트 IP(지식재산권)로 만든 대본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방대한 세계관의 판타지 웹소설을 2시간짜리 영화로 ‘잘’ 옮겨놓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미션. 그는 지난 달 제작보고회에서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야 하나’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긴 고민 끝에 그가 내놓은 해답이 오는 23일 전국 극장에서 공개된다. “기대되고 설레고, 무서운 느낌 입니다”. 지난 17일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의 김병우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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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 감독이라면 잘 만들었을 거예요”. 전독시 개봉을 앞두고 한 영화계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더 테러 라이브’(2013)를 통해 ‘충무로의 괴물 신인’으로 이름을 알린 후 어느덧 ‘믿고 보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그다. 특유의 섬세함, 그리고 철저하게 짜인 콘티와 계산된 연출. 영화 ‘전독시’에 대한 기대는 원작의 실사화에 대한 관심이면서, 긴 공백을 깨고 나온 김병우 감독에 대한 기대이기도 하다.

예상대로 ‘전독시’의 영화화는 김 감독에게도 풀기 쉽지 않은 문제였다. 동시에 그것은 김 감독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기도 했다. 그는 “처음 연출을 맡기로 했을 때 할 것이 너무 많고,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 어려운 문제를 잘 풀어보고 싶다는 욕심에서 연출을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사화 소식이 나왔을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원작 팬층이 두터운 만큼, 캐스팅을 시작으로 제작 내용이 공개될 때마다 뾰족한 시선들이 날아들었다. 김 감독은 “(비판적인 시선은) 너무나 예상했던 지점이었다. 저도 넷플릭스에서 만화 ‘원피스’를 실사화한다고 했을 때 ‘이게 말이나 되냐’고 했던 사람 중 한 명”이라며 “충분히 그 마음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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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 감독은 “그런 시선들 때문에 저희도 (영화 제작을) 시작할 때 조심스러웠다”면서 “하지만 조심스럽다고 몸을 사리면 안되는 것 아니겠냐. 팬들의 반응을 염두는 해두되, 펼쳐야 할 것은 펼쳐보자는 것이 우리의 방향이었다”고 덧붙였다.

영화화 과정에서 원작을 여러 방향으로 각색했다. 김 감독은 “한 편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했다. 원작의 행간에서 발견한 ‘연대’란 키워드를 각색의 중심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 키워드를 중심으로 사건들을 엮어 서사를 꾸렸다. 영화 ‘전독시’는 원작의 초반부만 다루지만, ‘인간은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간다’는 메시지를 담은 완결성 있는 한 편의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김 감독은 “영화는 기승전결이 있고 그 안에서 온전히 작동하는 토픽이 있는, 한 덩어리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편의 영화로 관객에게 만족감을 줘야 하는 것이 영화란 매체가 갖고 있는 특징”이라면서 “원작의 ‘연대’라는 키워드가 와닿았고, 그것을 구심점으로 사건을 들여다보고 붙여보니 한 덩어리의 이야기가 됐다”고 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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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와 설정의 취사선택 및 변경은 불가피했다. 원작에서 세계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배후성’(주인공들에게 후원이나 도움을 주는 존재)의 내용이 영화에서는 대부분 빠졌다. 충무공을 배후성으로 둔 이지혜(지수 분) 캐릭터의 스킬은 칼에서 총으로 바뀌었다. 김 감독은 “(배후성을) 뺀 것이 아니다”며 해명했다.

그는 “이 영화는 보기 전에 관객들이 알아야 하는 세계관에 대한 정보가 있다. 그것을 너무 물리지 않게 순차적으로 자연스럽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했다”면서 “배후성이 주목받지 못한 것은 영화가 다루는 원작 초반부에서도 그 설정이 부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뒤에 나오는데 미리 당겨서 펼쳐낼 필요가 없었고, 당겼을 때 오히려 정보의 범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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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논란도 있었다. 주인공 ‘김독자’는 지극히 평범한데, 배역을 맡은 안효섭은 너무 ‘크고 멋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안효섭 안에서 ‘평범함’을 보고 캐스팅한 것이 맞다고 답했다. 더군다나 안효섭은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모든 액션을 직접 다 소화했단다. 감독 입장에서는 ‘200%’ 만족할 수밖에 없는 캐스팅이었다.


김 감독은 “안효섭을 처음 보기 전에 그가 출연한 드라마를 많이 봤고, 외적으로는 수려하지만 그 안에 보편성과 평범함을 가진 배우라고 생각했다”면서 “특별함과 평범함을 동시에 갖춘 캐스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열심히 연기해 줘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는 후속편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감독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영화가 얼마나 사랑받는지에 후속 제작 여부가 달렸다”고 했다. 당초 시리즈 제작도 고려했던 작품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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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시리즈)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판타지라는 장르를 재밌게 보는 방법은 극장에서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현실적 예산에 대한 부분도 있었고, 영화로 만드는 것이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부분들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후속편에 대한 구상과 관련해선 “있지만 하나도 말씀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감독은 영화 ‘전독시’가 편하게,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으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우려와 걱정, 기대가 모두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정말 ‘그냥 재밌는 것 하나 없나‘란 생각으로 편하게 봐주셨으면 해요.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충분히 보답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