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원 군인권보호관 겸 상임위원이 지난 14일 열린 인권위 제14차 전원위원회 개회 직전 자리에 앉아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
군 사망 사건 유족들의 염원 속에 탄생한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이 채 상병 특검 조사를 앞둔 처지에 놓였다. 외부에서 군 내부 문제를 감시하는 본래 역할은커녕 채 상병 사망 사건 연루 의혹을 받는 상황에까지 내몰리자, 군인권보호관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논의도 이어진다.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은 채 해병 특검법에 수사 대상으로 적시됐다. 특검은 조만간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을 불러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은폐·무마·회유·사건조작 등과 관련한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2022년 7월 출범한 군인권보호관은 군부대 방문조사, 군인 등의 사망사건 조사·수사에 대한 입회 요구 권한을 갖고 군대 내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한다. 이를 바탕으로 군에 시정조치나 정책권고를 내린다. 권고 등에 강제성은 없지만, 사건 초기부터 군 내부를 직접 조사할 권한을 지닌데다 이를 공표해 군대의 변화를 압박할 수 있다. 군 인권지킴이로써 군인권보호관의 중요성을 군 사망 사건 유가족들이 지속해서 이야기해 온 이유다.
하지만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은 2023년 임명 이후 줄곧 군 사망사고 유족과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2023년 8월9일 국방부 외압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가 같은 달 14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 뒤 돌연 입장을 바꿨다는 의혹을 받는다. 지난해 1월 본인이 위원장을 맡은 군인권보호위원회(군인권소위)에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긴급구제 안건과 인권침해 진정 사건에 대한 군인권보호국의 조사 보고서를 주도적으로 기각했다는 의혹도 있다.
군인권보호위원회 소속 위원들. 김용원 군인권보호관 겸 상임위원, 한석훈·이한별·강정혜 위원.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
앞선 군 사망 사고 유족과도 극한 대립을 이어갔다. 윤 일병 유족과 군인권 활동가들이 ‘윤 일병 사건 사인 조작 진상 규명’ 진정 각하에 항의하며 2023년 10월18일 인권위 건물에 항의 방문하자 이들을 특별감금 등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해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이다. 윤 일병 어머니 안미자씨는 “(아들을 죽게 한)가해 병사보다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이 더 밉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간리)이 인권위에 대해 특별심사 개시를 결정하는 주요한 이유가 됐다.
반면 비상계엄 연루 장성들에 대해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됐다.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은 2월18일 군인권소위에서 소속 위원들과 함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내란사태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고위장성 4명에 대해 ‘최고급 지휘관의 명예’를 이유로 ‘신속한 보석 허가와 포승·수갑 미사용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런 사정 탓에 국회에는 군인권보호관 소속을 인권위에서 국회로 옮기는 국회군인권보호관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제안 이유에는 “군인권보호관이 (박정훈 대령 긴급구제 등) 군 인권침해 사안을 의도적으로 축소·은폐·기각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고 적혔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소속 기관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군인권보호국은 “인권위가 축적해온 전문성과 제도가 정착중인 상황에서 군인권보호관의 국회 이관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표명안을 전원위에 제출했다. 다만 “군인권보호관 전담 상임위원의 증원, 지명 또는 선출 방식 재검토 등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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