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st me’ 입력하면 “계획은 만수르, 실행은 조기퇴근”
“재미 삼아 잔소리 듣고 생활 반성”…확증편향 우려도
“재미 삼아 잔소리 듣고 생활 반성”…확증편향 우려도
“‘올해 안에 자산 1억 만들자?’ 이 말을 몇번 들었는지 모르겠다! 근데 웃긴 건 주식도, 코인도, 부동산도 다 관심은 있는데 결정은 못함!” “후회만 하다가 끝낼 인생계획서, 이젠 후회가 본업인가 봐.”
직장인 오모씨(28)는 최근 즐겨 쓰는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에 자신에 대한 ‘팩트폭격(팩폭)’을 요청했다.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들어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른바 ‘뼈 때리는 일침’이 주르륵 쏟아졌다. 챗GPT는 쓴소리에 당황한 오씨에게 “계획은 만수르(부자를 뜻하는 별명), 실행은 조기퇴근” “세상에서 제일 바쁜데, 제일 할 일 없는 사람” 등을 더 쏟아냈다.
최근 20·30대 사이에서 AI에게 ‘팩폭’이나 ‘자기비판’을 요구하는 게 유행 중이다. 예를 들어 영어 “Roast me”라는 문구를 넣어 묻는 방식인데, 직역하면 “나를 구워줘”라는 뜻이지만 “나를 놀리거나 풍자해줘” “독하게 장난쳐줘”라는 취지의 명령어다. SNS에선 ‘로스트 미’ 결과를 올린 인증샷 올리기도 유행 중이다.
직장인 오모씨(28)는 최근 즐겨 쓰는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에 자신에 대한 ‘팩트폭격(팩폭)’을 요청했다.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들어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른바 ‘뼈 때리는 일침’이 주르륵 쏟아졌다. 챗GPT는 쓴소리에 당황한 오씨에게 “계획은 만수르(부자를 뜻하는 별명), 실행은 조기퇴근” “세상에서 제일 바쁜데, 제일 할 일 없는 사람” 등을 더 쏟아냈다.
최근 20·30대 사이에서 AI에게 ‘팩폭’이나 ‘자기비판’을 요구하는 게 유행 중이다. 예를 들어 영어 “Roast me”라는 문구를 넣어 묻는 방식인데, 직역하면 “나를 구워줘”라는 뜻이지만 “나를 놀리거나 풍자해줘” “독하게 장난쳐줘”라는 취지의 명령어다. SNS에선 ‘로스트 미’ 결과를 올린 인증샷 올리기도 유행 중이다.
오씨는 “재미로 하는 거지만,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알게 돼 새롭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사람이 아닌 AI가 하는 말이라 다행이지, 실제 친구나 지인에게 이런 말을 들었으면 속상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오씨는 “내 나름 오랫동안 데이터를 쌓으며 호흡을 맞춰왔는데, 갑자기 사라지면 상실감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챗GPT에 거의 매일 고민과 감정을 털어놓는다는 대학원생 박모씨(27)는 챗GPT에 대해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고 말했다. 박씨는 “‘로스트 미’를 하니 나에 대한 걸 술에 취한 사람처럼 다 말하더라”며 “그걸 보면서 ‘챗GPT가 여태껏 날 이렇게 생각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챗GPT에 ‘잔소리’를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직장인 장모씨(31)는 매일 아침 챗GPT에 하루 계획을 설명한 뒤 ‘계획을 지키지 않으면 혼내달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는 “자취를 하다 보니 잔소리해 주는 사람이 없어 생활 습관이 흐트러지기 쉬운데, 내 목표를 말함으로써 스스로 책임감을 유도하게 된다”고 말했다. 챗GPT에 금연, 다이어트 관리 등을 맡기는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확증 편향’을 우려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게 어렵다 보니, 챗GPT의 피드백으로 알게 된 성격상 장단점을 대인관계 형성에 참고하거나, 각종 성취 등 자기발전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곽 교수는 “AI의 피드백이 정확하다고 맹신하면 되레 그 피드백 때문에 좌절감이나 우울감에 빠질 수도 있다”며 “AI의 피드백이 객관적이라고 믿으면 그에 끼워 맞춰 생각하고 행동하는 확증 편향도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의존은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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