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뉴스1 |
부당 합병·회계 부정 등 혐의로 기소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를 받기 시작한 이래 줄곧 짓눌려왔던 사법리스크에서 근 10년 만에 벗어나게 됐다. 혐의 입증에 실패하고서도 기계적인 상고까지 이어온 검찰의 무능과 과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 3부는 17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와 업무상 배임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2020년 9월 기소했다. 그러나 원심 법원은 “두 회사의 조율을 통해 합병이 결정됐다”고 배척했다.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두고도 “재량을 벗어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은 이런 원심 판결에 대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1·2·3심을 내리 완패하면서 의욕만 앞선 무리한 수사와 기소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 중단을 권고했음에도 기소를 강행했고, 1·2심 무죄로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는 법률심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기계적인 상고를 고집했다. 국내 최대 기업 총수를 장기간 짓눌러온 사법리스크는 삼성은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 회장이 완전한 면죄부를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 본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인정하는 정반대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준법경영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무엇보다 이제 경영 전면에 나서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성장 동력 확보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사법리스크 때문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구실은 더 이상 통할 수 없다. ‘삼성 위기론’을 돌파할 이 회장의 진짜 능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