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챗지피티 앱 모바일 신규 설치 건수가 천만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
"챗지피티(chatGPT) 써보셨어요?" "난 요즘 챗지피티에 흠뻑 빠졌잖아. 내가 머릿속에 갖고 있는 생각이나 이미지를 이토록 시원하게 표현해주다니!"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종종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상반기에 챗지피티 앱을 모바일에 신규 설치한 건수가 1,000만을 넘어섰다. 정확한 작동 원리는 몰라도 챗지피티가 데이터 기반 대화형 인공지능(AI) 로봇이라는 건 이제 꽤 익숙해졌다. 도대체 챗지피티는 사용자인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또 어떻게 쓰는 게 잘 쓰는 걸까.
이런 질문에 단초가 될 만한 연구 논문을 최근 MIT 미디어랩 연구진이 발표했다. 연구진은 대학생들이 에세이를 쓸 때의 뇌파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60명을 ①챗지피티 활용 ②구글 검색엔진 활용 ③인터넷 활용이 허용되지 않은 세 집단으로 나눈 뒤, 대입 시험에 나올 법한 질문에 대해 20분 동안 에세이를 쓰게 했다. 그 결과, ①그룹에서 뇌 영역들 간 상호작용을 나타내는 신호의 연결성이 가장 약했다. 검색엔진을 활용한 그룹에서는 주로 시각에 관련된 후두엽과 기억 연관 영역의 관여가 관찰되었다. 인터넷 없이 스스로 에세이를 작성한 그룹에서 뇌 영역들 간 신호의 연결성이 가장 활발하게 나타났고, 후두엽으로부터 고차원적 사고나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전두엽으로 뇌파 신호가 전달되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처음 에세이를 작성할 때 챗지피티를 사용하면, 이후 사용을 중단하고 에세이를 작성하더라도 뇌의 관여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는 결과였다. 반면 스스로의 힘으로만 에세이를 작성한 후 나중에 챗지피티를 사용하면 뇌 연결성이 광범위하게 증가하였다.
뇌 영역들 간 상호작용이 늘어난다는 건 브레인 파워 측면에서 보면 효율이 낮다는 말도 된다. 뇌 영역 간 연결성이 낮다고 해서 개별 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제한된 실험 시간 동안 측정된 결과를 AI 활용의 장기적 효과로 성급히 확대 예측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먼저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해보는 훈련이 뇌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그리고 이런 훈련의 바탕 위에서 AI를 활용하면 뇌의 개발이 증진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생각해보면 늘 그랬다. 선생님이 빨간 펜으로 첨삭한 글을 원본과 비교해가며 내 것으로 소화하지 않고 그냥 좋은 글이 된 것에 만족할 때도. 기억나지 않는 영화 제목이나 교향곡을 떠올리려 애쓸 틈도 없이 네이버나 유튜브에 묻기 바쁠 때도. 결국 중요한 건 고유의 생각, 적어도 그것을 만들고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에 있었다.
단지 저장된 창고에서 지식을 꺼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길고, 생각을 요하며, 창의적 답변을 주는 생성형 AI와 함께 살아가려면, 그 노력이 더욱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김채연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교수·뇌인지과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