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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107차례에 조사만 860회, 결과는 ‘무죄’…10년 만에 끝난 檢의 무리수

매일경제 강민우 기자(binu@mk.co.kr), 김민소 기자(kim.mins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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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107차례에 조사만 860회, 결과는 ‘무죄’…10년 만에 끝난 檢의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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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국정농단 사건서 출발
검찰, 삼성 관계자 300명 조사

수심위 불기소 권고에도 기소
당시 尹이 검찰총장으로 지휘

1심 판결에만 3년5개월 걸려
1·2심 무죄에도 검찰 또 상고
대법 가서야 사법리스크 탈출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에 대해 무죄를 확정한 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 회장의 변호인들이 상고심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에 대해 무죄를 확정한 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 회장의 변호인들이 상고심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건번호 2025도2805, 피고인 이재용 외 13인, 상고인 검사,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10년에 걸친 사법 리스크가 17일 마무리됐다. 이날 오전 11시께 개정을 선언한 재판부는 먼저 민사·행정 사건을 선고한 뒤 형사 사건 몇 건을 더 선고했고 11시 25분쯤 ‘2025도2805’ 사건에 대한 주문을 읽었다. 이 회장과 검찰 간 질긴 악연에 마침표가 찍히는 순간이었다.

이 회장 등 피고인 14명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김유진, 하상혁, 김현보, 장종철, 하성재 등 변호인 5명이 대신 자리를 지켰다. 변호인단은 “충실한 심리를 통해 현명하게 판단해주신 법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는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서 비롯됐다. 이 회장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을 위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접촉했다는 의혹이 발단이었다. 박영수 특검팀은 삼성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최서원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말을 뇌물로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으로 징역 2년6월을 확정받은 이 회장은 구속과 석방을 반복하며 83차례 재판에 출석했고 565일간 수감 생활을 했다.


이후 분식회계 수사는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고의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하면서 본격화됐다. 앞서 참여연대가 2016년 말 해당 의혹을 제기했지만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박 특검은 수사를 끝맺지 못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이 여러 차례 ‘분식회계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정권이 교체된 후 추가 조사가 이뤄졌고 결론이 분식회계로 바뀌었다.

분식회계 혐의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2019년 5월 삼성의 증거 인멸 정황을 포착해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겼고 이후 수사 범위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확대했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수사됐던 합병 과정을 검찰이 다시 들여다본 것이다.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이끈 수사팀은 이 회장을 두 차례 소환한 끝에 2020년 9월 불구속기소했다. 수사 개시부터 기소까지 1년9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기도 했다.

이 회장 요청으로 열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2020년 6월 10대3 의견으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수사팀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검찰은 수심위 도입 이후 이뤄진 8차례의 권고를 전부 이행했지만, 이 회장 사건에서 처음으로 불복을 택했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고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였다.


기소 시점에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이었고,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한 전 대표는 좌천된 후였다. 검찰이 막판에 업무상 배임 혐의를 추가하자 이 회장 측이 “심각한 방어권 침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후 1심 재판이 3년5개월 동안 이어졌고, 법원은 지난해 2월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동안 재판이 총 107회 열렸고 이 회장은 이 중 96회 법정에 직접 출석했다.

서울행정법원이 같은 해 8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며 분식회계 의혹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그러나 1년간 6회 재판이 진행된 2심도 결과는 무죄였다.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고 증거 2144건을 추가로 제출했지만 법원 판단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이 회장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검찰의 도를 넘은 수사와 무리한 기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은 1년9개월의 수사기간에 삼성 관계자 약 300명을 상대로 860회에 달하는 조사를 진행했다. 삼성그룹의 서버와 PC에서 23.7테라바이트(TB) 규모의 디지털 자료 2270만건을 압수하기도 했다. 아울러 1·2심 무죄 판결에도 상고를 강행했지만 대법원까지 무죄 판결이 이어지며 기계적 상고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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