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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인세 원상복구’ 시사한 구윤철, 시의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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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인세 원상복구’ 시사한 구윤철, 시의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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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윤석열 정부 때 낮아진 법인세율을 원상복구하는 방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구 후보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진짜 대한민국으로 대전환할 수 있는 부분에 필요한 재원은 어디선가 충당해야 한다”며 “감세 정책의 효과 등을 점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이 기업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는커녕 성장·소비·투자가 모두 줄어드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하면서 한 말이다. 그의 발언은 2년 연속 ‘세수 펑크’로 빈사 상태에 빠진 재정 여건을 감안할 때 시의적절하다.

현재 국내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로, 윤석열 정부 때인 2022년 세법 개정을 통해 25%에서 1%포인트 낮아졌다. ‘세금을 낮추면 투자가 활성화돼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호언했으나 결과는 세수 결손이 확대되면서 예산을 세워놓고도 집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2022년 396조원이던 세수가 지난해 337조원으로 15% 감소했고, 법인세는 이 기간 104조1000억원에서 62조5000억원으로 40% 급감했다.

재계는 한국의 법인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5%)보다 높다며 세율 원상복구를 반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낮은 법인세가 투자 확대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국제통화기금(IMF)·OECD 등 국제기구 분석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CEO연구소 등에 따르면 법인세가 인하된 2023년 주요 기업들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투자액은 감소했다. 투자 판단은 법인세율 높낮이가 아닌 경제 상황이나 업황 등에 따라 하는 것이라는 점을 입증한다. 또 적자 기업은 법인세를 내지 않고, 순이익이 줄어들수록 세율이 낮아지는 만큼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과는 무관하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뿐 아니라 종합부동산세·소득세 등 주요 세목들을 감세해 재정 부담을 한껏 키웠다. 전임 정부의 감세 기조가 지속된다면 이재명 정부는 임기 내내 재정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인공지능(AI) 혁신, 에너지고속도로 등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산업 정책과 추경같이 시급한 민생 회복을 위해서도 재정 역할은 막중하며, 이를 위한 과세 기반 확충은 필수불가결하다. 이재명 정부는 전임 정부 감세 정책을 종합 검토해 되돌릴 것은 되돌리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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