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최초 보도 이후 ‘김건희 집사 게이트’ 수사에 착수한 특검은 이제 김건희 집사 연관 회사인 IMS에 돈을 댄 대기업들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IMS에 30억 원을 투자한 카카오모빌리티는 투자 당시 ‘김건희 집사’의 존재를 몰랐다는 입장이지만 뉴스타파는 그에 반하는 정황들을 다수 확인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내부에서 IMS에 대한 투자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이 모 CFO는 ‘당시 전결이 불가능했다’고 뉴스타파에 해명했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내부 전결 규정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전결이 가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또 이 CFO가 평소 김건희 집사 김 씨와의 친분을 과시했다는 복수의 내부 증언도 확보했다. 한편 김건희 집사 김 씨는 지금도 카카오 계열사 중 하나인 카카오페이의 자문역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FO 전결, 규정상 가능했다
지난 2023년 6월 김건희 집사 김 모 씨가 지분을 갖고 있던 IMS에 30억 원을 투자한 카카오모빌리티, 뉴스타파는 관련 취재를 시작한 올해 초, 카카오모빌리티의 특정 임원이 해당 투자를 주도했다는 내부 제보를 받았다.
당시 CFO, 즉 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던 이 모 씨가 김건희 집사 김 씨의 이름을 언급하며 투자를 강하게 주장했고 내부에서 논란이 일자 결국 전결로 처리했다는 제보였다. 전결이란 원래의 결재권자 대신 중간 결재자가 결재한다는 뜻이다. 이 씨는 지난 4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회사 규정상 투자와 관련된 사항을 전결로 처리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전결로 이렇게 할 수 있는 회사 의사 (결정)은 없고요. 그리고 당연히 단돈 몇 억이라도 이제 투자라는 게 이루어지려면 다른 보고들이나 이런 것들이 다 이루어져야 되고 승인도 그렇게 해야되고.. 그게 없이 그렇게 막 전결로 이루어지는 금액은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 씨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뉴스타파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자금 전결 규정을 입수해 살펴보니 카카오모빌리티의 IMS 투자는 CFO 전결로 가능했다.
- 이00 / 카카오모빌리티 전 CFO
우선 일반적인 비용 지출의 경우 액수에 따라 전결 범위가 달랐다. 2천만 원 이하는 경영기획담당의 합의 하에 팀장이,1억 원 이하는 경영기획담당과 경영기획팀장의 합의 하에 팀장과 실장이 결재해야 한다. CFO, 즉 최고재무책임자와 CEO, 대표가 등장하는 건 5억 원 초과부터다. 5억 원을 넘는 비용 지출은 CFO 합의 하에 CEO가 최종 결재를 하도록 되어 있다.
‘투자’의 경우는 어떨까? 일반 투자의 경우는 위에서 설명한 일반 비용의 지출 전결 규정과 동일하다. 전략 투자는 팀장과 실장, 부문장은 물론 CFO와 CEO까지 모두 결재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IMS 투자 당시 전결이 불가능했다는 이 모 CFO의 설명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IMS에 직접 투자를 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직접 투자를 하는 대신 오아시스 에쿼티가 만든 ‘오아시스 제3호 제이디 신기술조합’에 가입을 했고, 해당 조합이 IMS에 투자를 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런 경우 해당하는 전결 규정은 따로 있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내부 전결 규정에 따르면 해당 투자는 자금 운용(금융 상품 가입)에 해당한다. 금융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 만기 6개월 이하는 팀장 전결, 만기 6개월 이상은 CFO 전결이 가능하다.
이 투자가 정치권이랑 관련있다고 인지한 류긍선 대표가 결재하지 못하겠다고 주장했고 그래서 이00 CFO가 전결로 처리한 것입니다.
- 카카오모빌리티 내부 제보자의 제보 내용 중
“김건희 집사와 친분 과시” 복수 증언… 다른 임원들도 친분
이 전 CFO는 지난 4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김건희 집사 김 씨를 모른다고도 주장했다.
(사장님은 김00씨는 개인적으로 모르시는 사이인가요?)그러나 뉴스타파는 이 전 CFO가 김건희 집사와의 친분을 자주 과시했다는 복수의 내부 증언을 확보했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증언들이 있지만 제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일반적인 진술 두 가지만 소개한다.
네 모릅니다.
(만나본 적도 없으시고요?)
글쎄요 제가 지나가면서 본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저 근데 말씀하시는 그런 스펙이 있는 사람을 제가 이제 만날 일은 없을 것 같거든요.
- 이00 / 카카오모빌리티 전 CFO
김00 (김건희 집사)이랑 제주도 여러 번 놀러갈 정도의 친분인데 모른다고 하는 것은 좀 말이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 카카오모빌리티 내부제보자 A
김00 (김건희 집사)이랑 와인 마셨다. 골프쳤다, 이런 것 자랑하는 걸 들었습니다.뉴스타파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이 전 CFO에게 다시 연락했지만 통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불가피하게 문자 메시지로 제보가 사실인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전 CFO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 카카오모빌리티 내부제보자 B
할 수 없이 카카오모빌리티 측에 다시 물어봤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뉴스타파 질의에 “당사 임직원은 특정인과의 친분을 과시한다거나 친분 관계를 유지한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한편 복수의 내부 제보자들은 김건희 집사 김 씨와 친분이 있던 또다른 임원으로 카카오의 다른 계열사 대표인 오 모 씨와 본사의 투자총괄이었던 배 모 씨를 지목했다.
한편 이 전 CFO가 특검 수사와 뉴스타파 취재를 피해 미국으로 출국하려 한 사실도 확인됐다. 특검이 김건희 집사 게이트를 수사한다는 여러 언론들의 보도가 나온 건 지난 7월 8일, 취재진이 이 전 CFO에게 김건희 집사와 친분 관계를 묻는 질의 문자를 보낸 건 그 다음날인 7월 9일이다. 그런데 이틀 뒤인 7월 11일 이 전 CFO는 출장을 명목으로 미국 출국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특검의 출국금지 명단에 올라있어 출국에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집사, 카카오페이 고문 재직 중” 확인
김건희 집사 김 씨의 46억 원 엑시트를 사전에 몰랐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장을 탄핵하는 정황은 또 있다. 김 씨가 지금도 카카오 계열사의 현직 자문역으로 재직 중인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김 씨는 윤석열 정부 출범 두달 뒤인 2022년 7월 18일 임기 3년짜리인 카카오페이 비상근 자문으로 임명됐으며 이에 따라 현재까지도 재직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연히도 보도가 나가는 2025년 7월 17일이 임기 만료일이다.
카카오페이 측은 뉴스타파 질의에 “김 씨가 카카오페이 증권의 전신인 바로투자증권 주주들과 친분이 있어 소액 주주 지분 정리 등의 역할을 맡기기 위해 비상근 자문으로 위촉한 것”이라며, 마침 임기 3년이 다 끝난 시점으로 김 씨에게 맡긴 역할이 모두 종료된 만큼 더 이상 자문 계약 연장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씨에게 지급된 자문료가 얼마인지를 묻는 뉴스타파 질의에 카카오페이 측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바로투자증권이 카카오페이 증권으로 바뀌어 출범한 건 2020년 2월로, 2년 반이나 지난 2022년 7월에 김 씨를 자문으로 위촉한 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 김건희 씨와 가까웠던 김 씨를 영입해 모종의 도움을 받으려 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이에 대해 카카오페이는 “2022년 3월에야 바로투자증권과 카카오 측의 각자 대표 체제에서 카카오 측 단일 대표 체제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소액주주 지분 정리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출범과의 시기적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영입 동기가 무엇이든, 카카오 계열사의 자문역으로 활동하던 집사 김 씨가 투자금 가운데 46억 원을 받아가는 구조였다는 걸 카카오모빌리티는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보기 어렵다.
카카오모빌리티, 집사의 46억 엑시트 정말 몰랐나
현재까지 취재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다. IMS에 대한 투자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카카오모빌리티의 이 전 CFO는 전결 규정에 대해 거짓 해명을 했고, 오히려 김건희 집사 김 씨와의 친분을 자주 과시했다는 내부 제보가 나왔다. 이 전 CFO 뿐 아니라 여러 임원들이 김 씨와 친하게 지냈다는 복수의 증언도 있다. 그리고 김건희 집사 김 씨는 현재도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의 자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투자 당시 김 씨의 46억 엑시트를 몰랐다는 주장을 여전히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뉴스타파 심인보 inbo@newsta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