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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법리오해 잘못없다"… 이재용, 법정 102번 서고 무죄 [10년 사법족쇄 해소]

파이낸셜뉴스 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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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법리오해 잘못없다"… 이재용, 법정 102번 서고 무죄 [10년 사법족쇄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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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때
회계부정 등 의혹으로 4년10개월 재판
최지성·장충기 등 13명도 무죄 확정
"檢 기계적 상고 자제해야" 목소리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으로 4년10개월 넘게 재판을 받았지만, 1심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전부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에서 이 회장이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번 판결을 두고 재계에서는 국가 주력 산업을 이끄는 기업과 기업인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계적인 상고' 등의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檢 제시 증거 능력도 인정 안 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20년 9월 이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지 4년10개월 만이자 2심 선고 5개월여 만이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는 작업을 한 것으로 의심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0.35대 1이었는데, 이 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비율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이 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검찰의 논리였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이었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이 이 회장 등에 대한 19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2심도 추가된 공소사실을 포함해 23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합병의 주된 목적이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에만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합리적인 사업상 목적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서울행정법원이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분식회계 혐의 입증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2심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공소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검찰이 제시한 주요 증거에 대한 증거 능력도 인정되지 않았다.


■'기계적 상고'에 대한 우려 시선

일각에서는 1·2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사안에 대해 검찰이 무리하게 상고를 하는 관행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증거나 법리 해석의 변화 없이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가는 이른바 '관성적 상고'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는 이런 행태가 기업인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이 회장은 560일 동안 수감 생활을 했고, 2020년부터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로 102차례 법정에 섰다. 1심부터 항소심 무죄 선고가 나오기까지는 4년5개월이 걸리며 '사법 리스크'가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고대역폭메모리(HBM), 인공지능(AI) 시장 선점 등을 놓치며 삼성 전반의 경쟁력은 하락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과 이 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지난 10년간 계속됐고, 기업에 미치는 피해도 컸다. 그 사이 중국, 대만 등 경쟁사만 더 키웠고 기업가치는 떨어졌다"며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 사법 리스크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도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출발점으로 이 같은 상고권 남용 문제를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과 기업이 받는 실질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구태 관행 타파'가 먼저라는 것이다. 해외 선진국들은 무분별한 상고를 막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 연방헌법에 규정된 ‘이중 위험 금지’ 조항에 따라 미국에서는 피고인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 검사가 항소할 수 없게 돼 있다. 국민 기본권과 사법 자원의 낭비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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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h0109@fnnews.com 권준호 임수빈 서민지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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