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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동화 속 숨겨진 성공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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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동화 속 숨겨진 성공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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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면 유치원생이던 우리 아이가 졸린 눈을 비비며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가 동화책을 읽어줄 거라는 믿음으로 졸음을 참으며 기다린 아이에게 나는 '미운 오리 새끼'를 읽어주었다. 백조가 되는 마지막 장면까지 가보기도 전에 아이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다음날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였지만, 왕자를 만나기도 전에 이미 아이는 꿈나라에 들어갔다.

우리의 동화는 언제나 중간에서 끊긴 이야기로 남았다. 오리는 늘 미운 채로 잠들고, 공주는 영영 잠든 채로 책을 덮었다. 그렇게 수년간 책을 읽어주다 문득 난 깨달았다. 동화의 비밀은 '끝'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이와 함께 읽던 그 모든 동화는 마지막 장에서야 성공이라는 마법이 일어난다. 미운 오리 새끼도 끝에서야 백조가 되어 저 넓은 하늘을 날 수 있다. 인생도 사업도 마찬가지다. 후반부에 좋은 일이 생긴다. 끝까지 가봐야 성공을 만날 수 있다.

구독경제도 마찬가지다. 수백만~수천만 원짜리 제품과 서비스를 월 몇천~몇만 원에 제공하다 보니 기업의 매출은 단기적으로 줄 수밖에 없다. 구독료는 소액이지만 해지하지 않으면 평생 부담해야 하기에 소비자는 선뜻 구독을 망설인다. 구독경제가 성과를 내기까지는 3~10년이 걸린다. 특히 1년 단위로 임원을 평가하는 국내 기업 문화에서는 구독 서비스가 단기 실적에 불리해 어느 순간 사라지기 쉽다.

하지만 동화 속 숨겨진 성공 법칙과 구독경제는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끝까지 버틴 기업이 백조처럼 비상한다. 미국의 아마존, 한국의 쿠팡이 그 증거다. 쿠팡의 성공은 와우멤버십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장기간 적자를 감수하며 끝까지 밀어붙였기에 가능했다.

다른 유통 기업들도 구독 멤버십을 따라 했지만 1~3년 하다가 포기하거나 명목상 유지만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가전 구독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구독 서비스 확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다만 양사의 구독 멤버십은 여전히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구독 서비스 고도화는 물론 고객 경험 전반에 걸친 정교한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강제 구독의 시대'에 한국 대기업은 꾸준함이 없다. 동화처럼 구독경제도 끝까지 가야지 성공과 만난다. 결국 구독 생태계를 만든 기업이 업종의 사실상 유일한 선두가 되어 성과를 독식하게 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쟁자들은 중간에 포기해서 미운 오리 새끼로 남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나 단기간의 성과와 빠른 성공을 갈망한다. 그러나 그런 조급함으로는 백조가 될 수 없고, 강제 구독의 시대에 살아남지 못하며, 인생도 해피엔딩에 도달할 수 없다. 렌탈과 구독은 다르다. 렌탈은 약정 기간, 위약금, 소유권 이전이 있지만, 구독은 기간의 약정 등이 없다. 렌탈이 정해진 기간 동안의 버티기라면, 구독은 끝을 정하지 않은 믿음과 동행이다.

실패처럼 보이는 지금도, 멈춰 선 것 같은 인생의 여정도 끝까지 가보면 동화가 될 수 있다. 해피엔딩은 마지막까지 걸어간 사람만이 만날 수 있는 결말이다. 중간에 멈추면 그것은 실패로 끝난 이야기로 남는다.


정해진 시간을 버티는 건 할 수 있지만, 기약 없는 시간을 살아내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포기하면 현실이고, 살아내면 동화가 된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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