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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 물 폭탄에 대전·세종·충남 피해 속출…3명 사망(종합2보)

연합뉴스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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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 물 폭탄에 대전·세종·충남 피해 속출…3명 사망(종합2보)

서울맑음 / -3.9 °
시장·주택 침수 잇달아…고속도로 통제되고 열차도 운행 중단
서산에 시간당 114.9㎜ 극한 호우…충남 502개 학교 휴업
충남 예산군 폭우 피해(예산=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7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용동3리 일대 마을이 폭우로 침수돼 있다. 2025.7.17 ondol@yna.co.kr

충남 예산군 폭우 피해
(예산=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7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용동3리 일대 마을이 폭우로 침수돼 있다. 2025.7.17 ondol@yna.co.kr



(충남·세종=연합뉴스) 박주영 한종구 양영석 김소연 기자 = 17일 대전·세종·충남 지역에 '200년 만에 한 번' 내릴만한 극한 호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폭우에 차량이 침수되고 주택이 침수되면서 3명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갑자기 들어찬 물에 고립된 주민들이 급히 대피했고, 소방당국은 보트까지 동원해 구조 작업을 펼쳤다.

지역 곳곳의 도로가 통제됐으며 코레일도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장항선, 서해선 일부 구간 일반열차 운행을 일시 중단했다.

마을 침수로 고립된 주민 구조(서울=연합뉴스) 17일 오전 충남 공주시 유구읍에서 집중호우로 인해 마을이 침수돼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고립된 마을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2025.7.17 [소방청 제공] photo@yna.co.kr

마을 침수로 고립된 주민 구조
(서울=연합뉴스) 17일 오전 충남 공주시 유구읍에서 집중호우로 인해 마을이 침수돼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고립된 마을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2025.7.17 [소방청 제공] photo@yna.co.kr



◇ 차량·주택 침수되며 3명 사망…토사 매몰로 5명 중경상

도로와 주택이 침수되면서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충남도와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59분께 서산시 석남동 한 도로에서 차량이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오전 5시 14분께 한 침수 차량에서 탑승자 3명을 구조했으며, 이어 오전 6시 15분께 인근에 정차돼 있던 다른 침수 차량에서 심정지 상태의 60대 남성 A씨를 발견해 서산의료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그러나 이 남성은 끝내 숨졌다.


인근 수색을 이어간 소방 당국은 오전 11시 25분께 첫 번째 사망자가 나온 지점 주변에서 80대 남성 B씨가 물에 빠져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B씨 차량이 인근에 정차된 점을 토대로 B씨가 차량을 몰다가 밖으로 나와 폭우에 휩쓸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당진에서도 1명이 숨졌다.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당진시장 인근에 있는 침수된 주택에서 "아버지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배수 작업에 나선 소방 당국은 정오께 침수된 지하실에서 80대 남성 C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청양에서는 사태가 발생해 주민 2명이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이들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주시 정안면에서도 배수로 정비 작업을 하던 주민 등 3명이 폭우에 쓸려 내려온 토사에 신체 일부가 매몰돼 중경상을 입었다.

보트 타고 고립자 구조(공주=연합뉴스) 17일 공주시 사곡면에서 폭우에 고립된 주민을 소방당국이 보트를 타고 구조하고 있다. 인근 둑이 무너지면서 축사로 물이 들어와 고립된 상황이라고 충남소방본부는 전했다. 2025.7.17 [충남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oyun@yna.co.kr

보트 타고 고립자 구조
(공주=연합뉴스) 17일 공주시 사곡면에서 폭우에 고립된 주민을 소방당국이 보트를 타고 구조하고 있다. 인근 둑이 무너지면서 축사로 물이 들어와 고립된 상황이라고 충남소방본부는 전했다. 2025.7.17 [충남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oyun@yna.co.kr



◇ 하천 범람·마을 고립…소방 당국, 보트 타고 구조

하천이 범람하거나 둑이 무너지면서 마을 전체가 고립되는 안타까운 상황도 벌어졌다.

예산군 봉산면 봉림리 마을은 전기, 수도, 도로가 모두 끊긴 채 고립됐고 삽교천과 접하고 있는 삽교읍 하포리 마을도 물에 잠겼다.

성인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 도로와 논밭 구분이 되지 않았고, 소가 빗물에 떠내려가는 장면도 목격됐다.

주민 구조 작전도 펼쳐졌다.

이날 오전 7시 20분께 공주시 유구읍에서는 마을 50가구 중 20가구에 물이 차면서 15명이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구조대원들은 성인 허리 높이까지 침수된 이 마을에서 주민들을 업어 대피시켰다.

마치 바다처럼 물이 가득 차버린 마을에서는 보트까지 동원됐다.

공주시 사곡면 화월리에서는 둑이 무너지면서 축사로 물이 갑자기 밀려 들어오면서, 주민 1명이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낮 12시 42분께 보트를 이용해 주민을 구조했다.

당진시 용연동에서도 소방대원들이 보트를 이용해 구조 작업을 했다.

서산시 음암면 유계리 주민들도 마을 옆을 지나는 도당천이 범람해 "몸만 겨우 빠져나와 어두컴컴한 산을 넘어 대피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212세대 주민 942명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마을회관, 친척 집, 초등학교 등으로 몸을 피했다.

초토화된 비닐하우스(서산=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 17일 오전 충남 서산에 많게는 400㎜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진 가운데 서산시 음암면 유계리의 초토화된 비닐하우스 뼈대에 부유물이 잔뜩 걸려 있다. 2025.7.17 cobra@yna.co.kr

초토화된 비닐하우스
(서산=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 17일 오전 충남 서산에 많게는 400㎜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진 가운데 서산시 음암면 유계리의 초토화된 비닐하우스 뼈대에 부유물이 잔뜩 걸려 있다. 2025.7.17 cobra@yna.co.kr



◇ 시장·농경지 침수…삶의 터전 '초토화'

주택과 농경지, 시장 등 삶의 터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오전 당진천에 유입되지 못한 빗물이 인근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시장이 침수됐다.

당진 전통시장과 어시장에서는 냉장고와 테이블, 의자 등 집기류가 빗물에 떠내려갔고, 상가 내부는 흙탕물로 뒤덮였다.

서산동부전통시장, 대산종합시장, 해미읍성 전통시장 등 서산지역 3개 전통 시장에서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도로가 유실되고 주택이 침수되는 등 시설물 피해도 속출했으며, 하천 곳곳도 범람하거나 범람 위기를 맞았다.

물 폭탄이 떨어진 서산 성연면 성연삼거리 일대에는 빗물이 가득 찼고, 읍내동 골목과 도로는 침수됐다.

당진시 채운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도 빗물이 들이치면서 차량 여러 대가 침수됐다.

폭우에 홍성 갈산천이 범람했고, 금강지류인 예산 삽교천 4개 지점 수위가 모두 홍수경보 단계에 달했고 당진 역천, 세종시 상조천교에도 홍수경보가 내려졌다.

아산 둔포천·군계천·음봉천 등도 범람 위험 수위에 가까워진 상태다.

세종시 소정면 광암교도 폭우에 다리 일부가 주저앉아 통행이 통제됐다.

조치원 일대 1번 국도도 한때 잠겨 차량 6대가 침수되기도 했다.

천안 성남면 화성리 비닐하우스가 침수되는 등 도내 곳곳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봤다.

폭우로 마을 전체가 침수(예산=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7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용동3리 일대 마을이 폭우로 침수돼 있다. 2025.7.17 ondol@yna.co.kr

폭우로 마을 전체가 침수
(예산=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7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용동3리 일대 마을이 폭우로 침수돼 있다. 2025.7.17 ondol@yna.co.kr



◇ 고속도로·기찻길 통제…학교 수업도 중단

많은 비에 지반이 약해지면서 산림청은 17일 오전 6시 30분을 기해 대전·세종·충남지역의 산사태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비탈면 토사가 흘러내린 대전당진고속도로 면천IC 부근 양방향이 한때 전면 통제돼 극심한 정체현상을 빚었다.

빗물과 쓸려 내려온 토사에 일부 고속도로 운행이 불가능했고, 국도 39선 일부, 서산시 운산면 등 지역 도로, 지하차도 상당수가 한때 통제됐다.

당진 시내와 면천·고대·석문면을 오가는 버스 운행 일부가 중단됐다.

폭우의 영향으로 일반열차 운행도 일부 중단됐다.

코레일은 이날 오전 4시 30분부터 경부선 서울역에서 대전역 간 일반 열차 운행을 일시 중지했다. KTX는 전 구간 운행 중이다.

장항선 천안역∼익산역, 서해선 홍성역∼서화성역 일반열차 운행도 멈춘 상태다.

1호선 전동열차는 평택역에서 신창역까지 구간이 일시 운행 중지된다. 연천에서 평택역 간 열차는 정상 운행 중이다.

충남도교육청은 당진·서산·아산·예산·홍성 등 5개 시군의 모든 학교와 함께 천안 7개교와 공주 12개교 등 총 502개교가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번 집중호우로 도내 21개 학교에서 교사동과 운동장 등 시설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충남경찰청은 경비 비상 단계 가운데 가장 높은 '갑호 비상'을 발령하고 재난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홍수조절을 위해 보령댐 수문 방류를 하고, 시설물 등 피해가 없도록 인근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폭우 속 구조 나선 소방대원(당진=연합뉴스) 17일 오전 충남 당진시 용연동에서 소방대원들이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2025.7.17. [충남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폭우 속 구조 나선 소방대원
(당진=연합뉴스) 17일 오전 충남 당진시 용연동에서 소방대원들이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2025.7.17. [충남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19일까지 많은 곳은 300㎜ 이상"

많은 비가 내렸지만, 앞으로도 비가 예보돼 피해가 우려된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0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서산 519㎜, 홍성 414.3㎜, 세종 전의 386㎜, 당진 신평 378㎜, 공주 유구 375㎜, 청양 369㎜ 등이다.

1시간 최대 강수량은 서산 114.9㎜, 홍성 98.2㎜, 춘장대(서천) 98㎜, 태안 89.5㎜ 등으로 기록됐다.

서산에는 이날 오전 0시부터 10시간 30분 동안 438.5㎜가 쏟아지기도 했다.

438.5㎜는 1968년 1월 서산에서 지금과 같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서산 일강수량 역대 최고치에 해당한다. 기존 최고치는 1999년 8월 2일 274.5㎜이다.

기상청은 서산 등 충남권에 내린 비의 양이 '200년에 한 번 내릴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오전 1시 46분부터 1시간 동안 서산에 114.9㎜의 비가 쏟아진 것은 '100년 만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강도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오는 19일까지 대전·세종·충남 지역에 100∼200㎜, 많은 곳은 300㎜ 이상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youngs@yna.co.kr, so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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