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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과 함께 부상한 경찰 ‘권한 비대’ 우려···자치경찰제가 해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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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과 함께 부상한 경찰 ‘권한 비대’ 우려···자치경찰제가 해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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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로고.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찰 로고.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재명 정부들어 검찰개혁 논의에 속도가 붙으면서 ‘자치경찰제도’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검찰개혁을 통해 수사·기소권한을 분리하면 수사를 담당할 경찰의 권한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해결할 방안 중 하나가 자치경찰제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경찰의 “비대화‘를 거론하며 “경찰 권력 집중 문제는 자치경찰제도와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와 지방정부, 경찰권 누가 쥐냐 따라 나뉘는 자치경찰 모형


한국은 현재 국가경찰 중심의 ‘절충형 자치경찰제’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12월 경찰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도입됐다. 경찰 조직은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한 단일 지휘체계에서 국가경찰·자치경찰·수사경찰로 분리됐다. 국가경찰은 정보수집, 대테러, 주요 행사 경비, 외사 등 국가차원의 사안을 처리한다. 자치경찰은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경찰로 지역 주민의 생활과 직결된 민생 치안을 담당한다. 수사기능만 떼어낸 수사경찰은 국가수사본부로 분리됐다.

원칙적으로 자치경찰제에서는 시·도 자치경찰위원회가 시·도 경찰청을 지휘해야 한다. 그러나 절충형 자치경찰제에서는 인사나 예산 등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여전히 국가경찰과 인사·조직이 섞여 있기도 하다.

검찰개혁으로 경찰의 권한이 커질 것에 대비해 자치경잘체를 ‘실질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지난 16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경찰의 권한 집중 견제를 위해선 실질적인 자치경찰제 시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자치경찰제도는 크게 일원화 모형과 이원화 모형으로 나뉜다. 일원화는 인사·조직은 국가나 지방정부 중 한 곳이 통제하고 일부 기능을 다른 곳이 가져가는 것이다. 이원화는 국가와 지방정부 모두 각자의 경찰권을 보유하는 방식이다. 최근 자치경찰제 논의는 통상 이런 일원화 형태에서 이원화 모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두고 진행 중이다. 윤 후보자도 “향후 자치경찰제 본연의 취지를 구현하기 위해 보다 실질적인 조직·인사·예산 권한을 갖는 이원화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특별자치시·도 등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를 하고, 그 성과를 보아 가며 전국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원화 체제는 대표적으로 서울·제주·세종형 모델이 있다. 서울시가 학술용역을 통해 발표한 ‘서울시 모델’은 안보·정보·외사 등 국가 차원의 치안 업무는 국가경찰이 맡고 자치경찰은 시·도 경찰청을 넘겨 받아 일상과 밀접한 생활안전 치안 서비스를 맡는 방식이다.


제주형 모델은 국가경찰을 그대로 유지한 채 지방정부에 별도에 자치경찰대를 두고 이들이 주민 생활과 밀접한 영역의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위생·환경 등 지역에 맞는 분야에 대해 특별사법경찰관을 운영해 일부 수사와 단속 업무를 맡는다. 세종시에서 연구된 ‘세종형 모델’은 국가경찰의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등 지역 관련 치안 사무를 지방정부가 넘겨 받고, 자치경찰이 지역 거점의 ‘커뮤니티 경찰센터’를 중심으로 예방 순찰 등을 맡는다. 대신 112신고는 국가경찰이 처리한다.

자치경찰제에서는 지역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할 수 있다. 반면 국가경찰 중심으로 경찰이 움직이면 지역별 상황을 반영해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제주도는 지역에 맞는 치안 활동을 위한 자치경찰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전문 음식점에서 중국산 식자재를 신고없이 수입해 불법 사용했다가 자치경찰단에 적발된 현장이다. 제주자치경찰단

제주도는 지역에 맞는 치안 활동을 위한 자치경찰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전문 음식점에서 중국산 식자재를 신고없이 수입해 불법 사용했다가 자치경찰단에 적발된 현장이다. 제주자치경찰단


제도 장단점 있어…시민들 만족한 방안 찾기 위해 숙고해야


단점도 있다. 우선 지방정부의 빈부 격차에 따라 지역 간 치안 격차도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자치경찰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어도 지방정부에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완전히 분리하면 경찰 전체의 범죄 대응 역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이스피싱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에는 초기 단계부터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자치경찰제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지방정부 중심의 자치경찰제도를 운영하다 범죄 대응 등을 이유로 국가경찰 체제로 전환했다.

경찰은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자치경찰제의 장·단점을 모두 보고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다양한 모델마다 장단점이 있고 실제 제도로 운용될 수 있을지, 어떤 안을 채택할지 등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수사·기소 분리 때문에 자치경찰제 강화를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 주체인 경찰의 권한 강화가 우려된다면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거나 검찰의 보완 수사권을 두는 등 내외부의 견제 수단을 두는 것이 적합한 처방이라는 것이다. 자치경찰제가 실제 필요와 효율 때문이 아닌 정치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온 논의라는 비판도 있다.


정순관 전국시도자치경찰위원장협의회장은 “현재는 자치경찰 없는 자치경찰제라는 모순이 있다”며 “자치경찰은 주민들의 수용에 맡게 지방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정부의 예산 지원 등을 통해 운영하면 지역별 격차 없이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치경찰제는 매우 값비싼 제도로, 기존의 국가경찰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없다”며 “오랜 시간 지속하고 있는 제주형 자치경찰을 우선 확대해 실질화하면서 자치경찰제도를 운영하는 경험을 쌓아가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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