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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재건축 추가이주비, '얼마'가 적당할까요?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김미리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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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재건축 추가이주비, '얼마'가 적당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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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선정 경쟁 불붙은 건설사들
'LTV 150%', '무제한 대출' 등 제시
압구정2구역선 조합이 제한하기도
"담보가치 넘어선 대출, 조합에도 부담"


최근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정비업계에선 건설사가 제공하는 '추가이주비'가 시공사 선정을 가른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6·27 대출 규제로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기본이주비 대출에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6억원 제한'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관련 기사:정비사업 이주비도 6억에 묶여…"비싼 재건축 불리"(7월2일)

하지만 건설사가 자체 신용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빌려 조합에 사업비 명목으로 대여하는 추가이주비는 대출 규제적용을 받지 않는데요. 정부가 규제하려는 가계대출이 아닌 기업대출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수주전 단골 카드 '추가이주비'

추가이주비는 기본이주비보다 금리가 1~2%포인트 더 높습니다. 하지만 새집이 지어지기까지 거주하기 위한 집을 마련하기 위해 목돈이 필요한 조합원들에게는 꼭 필요한 장치로 꼽힙니다. 특히 주변 지역 전셋값이 높은 주거 선호 지역이거나 노후한 기존 주택 감정평가 금액이 적은 재건축·재개발 지역이라면 필수적입니다.

권리가액이 20억원인 아파트의 경우 규제지역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50%여서 10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난달 28일 이후부터는 6억원까지만 주담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의 평균 전세가율이 50%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세입자 전세보증금도 반환하기 어려운 금액일 수 있어요.

그래서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추가이주비는 관심이 큰 항목입니다. 건설사도 수주전의 '단골 카드'로 이용하고 있죠. 그러나 최근 이러한 추가이주비 경쟁이 과하다는 지적이 정비업계 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추가이주비만 LTV 100% 이상, 기존주택의 감정가보다 많이 준다는 공약들이 나오고 있어서예요.

집값 넘는 이주비 대출 괜찮나요?

최근 수주전이 불붙은 강남구 '개포우성7차아파트 재건축' 사업 현장에서 삼성물산은 추가이주비로 'LTV 100%+α'를 제안했습니다. 기본이주비 6억원에 더해 추가이주비를 사실상 '한도 없이 무제한'으로 제공하겠다는 말입니다.

삼성과 맞붙은 대우건설은 LTV 100%를 이주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기본이주비(규제지역 LTV 50%)에 추가 이주비로 LTV 50%를 제안한 겁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개포우성7차는 지난달 전용면적 84㎡가 14일과 27일 각각 29억원과 30억원에 거래됐어요. 감정평가액에 따라 실제 추가이주비는 달라지겠지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보면, 삼성물산은 기본이주비 6억원에 '30억원+α'를 대우건설은 기본이주비 6억원에 15억원을 더 대출해주겠다는 얘깁니다.

개포우성7차 주변 단지인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의 동일면적 전세가는 15억7500만원, 래미안개포루체하임은 최근 16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맺어졌습니다. 디에이치포레센트는 13억1200만원에 최근 전세계약이 갱신됐고요.

추가 이주비가 있어야만 주변 지역 전세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인데요. 하지만 이를 훨씬 넘는 대출이 가능한 만큼 추가이주비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개포우성7차만의 일도 아닙니다. 앞서 서울 용산정비창전면1구역 재개발 시공권 경쟁 과정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추가이주비로 LTV 150%, 포스코이앤씨는 LTV 160%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투자자들은 추가이주비 대출을 최대한 받아 다른 주택을 사는 데 이용하기도 한다"면서 "애초에 집값이 10억원인 집을 담보로 15억원 혹은 그 이상을 빌려주겠다는 것은 투기를 부추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압구정2구역 신현대아파트 전경/사진=김미리내 기자

압구정2구역 신현대아파트 전경/사진=김미리내 기자


압구정2, 이주비 제한한 이유는

앞서 강남구 한강 변 일대 압구정2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도 추가이주비 관련 이슈가 불거졌죠. 본래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대결이 예상되며 관심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조합이 시공사 선정 입찰 지침에 △대안설계 범위 대폭 제한 △이주비 LTV 100% 이상 제안 불가 △추가이주비 금리 제안 불가 등의 조건을 걸었죠. 이 때문에 대안설계나 금융조건으로 승부를 보려던 삼성물산이 입찰을 포기하는 상황이 불거졌어요. ▷관련 기사:삼성물산, 압구정2구역 수주 돌연 '손절'…이유는?(6월20일)

정비업계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조합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고, 양사의 경쟁으로 더 좋은 조건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을 조합 집행부가 막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압구정2 조합은 "LTV 150%는 어떤 조합원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싶은데 담보가치를 초과하니 이웃 조합원들에게 수십억원의 보증을 서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어요.

이어 "아파트 담보가치를 초과하는 대출을 허용했을 때 나중에 조합원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조합이 이를 대신 변제하고, 손실은 조합원이 나눠 부담해야 한다"면서 "담보가치 총액(LTV 100%) 내에서 대출하게 하는 것이 전체 조합원의 이익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설명했어요.

조합원들도 이에 공감했다고 해요. 압구정2구역 한 조합원은 "과도하게 금융조건을 늘리는 것은 조합과 조합원 모두에게 부담"이라며 "경쟁 구도로 가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조합이 잘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어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주비 '제한해야' 지적도

정비업계 내에서는 건전한 수주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재건축 단지에서는 추가이주비를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요.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경쟁이 과열되면서 무리한 조건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담보 가치를 넘어서는 대출은 조합의 부담뿐 아니라 건설사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주부터 재입주까지 7년, 또 사업지 조건에 따라 입주 후 상환을 6년 유예하는 등 다양한 조건들이 붙는데 대규모 대출을 떠안아야 하는 만큼 건설사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어요.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재개발의 경우 종전 가치 감정평가 금액이 적어 LTV 100%를 넘어서는 추가이주비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고가 주택이 많은 재건축은 상황이 다르다"며 "재건축은 시세가 반영되는 만큼 LTV 100%를 넘어서지 않도록 하는 등의 지침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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