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등과 함께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매점에서 출입기자단과 예정에 없던 티타임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각료 임명할 때 한꺼번에 다 임명해야 합니다. 물소떼 강 건너듯이….”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 인사가 강선우(여성가족부)·이진숙(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으로 교착 상태에 놓인 가운데, 이 대통령이 과거 한 유튜브 방송에서 내놨던 발언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이 2017년 7월 경기 성남시장 시절 출연한 것으로 보이는 한 유튜브 영상을 보면, 당시 이 대통령은 정부의 장관 인사와 관련해 “각료를 임명할 때, 한꺼번에 다 임명해야 한다”며 평소 갖고 있던 인사 전략을 피력한다. 이 대통령은 “야권의 발목잡기를 돌파하는 방법”이라며 “각료를 임명할 때 좀 시간 간격을 두더라도 한꺼번에 다 해버렸어야 된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물소떼 강 건너듯이, 그게 작전”이라며 “(인선이 따로따로 발표되니) 그때마다 공격이 집중된 것”이라고 덧붙인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 초기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몇몇 장관을 순차 지명했다가 야권의 공세에 주요 후보자들을 낙마시킨 데 대해 언급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영상에서 “‘설마’하는 선의로 그랬던 것 같은데 저 사람들(당시 보수 야권)은 타협을 하지 않는 사람들인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꺼번에 탁 (후보자 명단을) 던져 일률적으로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일괄 인사를 통해 여론의 공세를 비껴가는 이른바 ‘물소떼 전략’은 이 대통령의 지론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당시 기자들과 사석에서 만난 자리에서도 “물소들은 강을 건널 때 맹수들에게 잡아채이지 않으려 우르르 한꺼번에 뛴다. 검증 때문이라도 급할 것 없으니 일단 차관 체제로 가고 한꺼번에 몰아서 인사 명단을 발표했어야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전략을 집권 뒤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11명의 장관 후보자를 ‘깜짝’ 발표한 데 이어 26일 6명의 후보자를 추가 발표하며 대부분의 국무위원 인선을 단박에 마무리했다. 여당은 하루에 후보자 3~4명씩 인사청문회를 잡아 눈돌릴 틈 없이 청문 절차를 밀어붙이고 있다.
비판 여론이 집중되고 있는 강선우·이진숙 후보자의 거취 문제 역시 물소떼 전략의 연장선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자의 청문회가 14, 16일 마무리됐으나 대통령실은 1·2차로 지명된 장관 후보자 17명의 청문회가 마무리되는 19일까지 거취 문제를 보류해두겠다는 분위기다. 19일은 강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마감시한이기도 하다. 일단 ‘물소떼’가 모두 도강을 완료한 뒤, 여론의 추이를 두루 살펴 낙마 여부와 대상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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