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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반도 안보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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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반도 안보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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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가 끝난 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헤이그/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가 끝난 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헤이그/로이터 연합뉴스




홍현익 | 국정기획위원회 외교안보분과장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국익 극대화 차원에서 한-미 동맹 관계의 전면 재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렛대로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자 이제 한국과 일본에도 동일한 요구를 행하고, 대북 억지 등 한반도 안보는 한국이 책임지며 주한미군은 주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양안 갈등 시에도 한국이 미군을 도와 중국 견제에 나설 것을 바란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은 미국이 전담하겠다는 애초의 동맹 간 약속은 잊은 듯 이제는 선의로 제공해온 방위비 분담금의 천문학적인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7월 말까지 합의하지 않으면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며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수십년간 한국의 안보를 지원해온 미국에 고맙다는 마음을 가지고 우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방위비 분담금의 증액 요구는 바이든 정부와의 합의를 무시하는 것이므로 합의 준수를 요구해야 한다. 설사 마지못해 재협상을 하더라도 지디피 대비 한국의 분담금이 일본보다 50% 이상 과다 지급되어왔고, 한국이 제공하는 1조원 정도의 토지사용료는 분담금에 산정되고 있지 않은 반면 일본은 이를 계산하므로 사실 한국은 일본의 2배 정도를 지불하고 있는 점이 고려되어 책정되어야 한다. 게다가 그간 주한미군은 분담금 사용을 감사도 제대로 받지 않았고 불용액을 반납하지도 않았으며 전용하기 일쑤였다. 일본처럼 사전에 용도를 제출하면 항목별로 우리 정부가 지불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만일 미 행정부가 의회의 제한에도 주한미군 감축을 압박할 경우에는 우리가 이를 바라지는 않지만, 미국이 정 원한다면 합리적인 수준의 감축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대응하여 한-미 우호 관계를 지키고 우리가 한국 안보의 주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국면에서 국내 전문가들과 언론의 성숙한 반응이 기대된다. 이미 2009년 우리 군은 미군의 도움 없이 예비군도 동원하지 않고도 북한군을 격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바 있고 남북한 군사력은 이후 더 벌어졌으므로 크게 우려할 바는 아니다.



나아가 그간 미군을 주둔시킨데다 작계(작전계획)까지 기획하고 지휘해준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고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이제는 명실공히 우리가 북한의 남침을 억지·격퇴하는 주요 책임을 맡고 한미연합군도 지휘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간 우리가 그런 능력을 갖출 기회가 없었다는 데 있다. 따라서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을 넘겨받은 뒤 바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위임했던 작계 수립 등 6개 사항의 연합권한위임(CODA)부터 2단계로 환수해 조속히 작전 기획과 지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또 한치의 빈틈 없는 국가안보 태세와 철통같은 한·미 협력을 유지하면서 이번 정부 임기 내 시점을 정해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여 우리가 한반도 안보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 재래식 군사력이 세계 5위이고 북한은 36위로 평가되는 상황이므로 자신감을 갖고 작전 기획과 지휘 능력을 갖추면 우리는 능히 이를 해낼 수 있다.



단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위반해 핵을 개발했지만 우리는 국제사회와 미국의 바람에 따라 핵 개발을 자제해왔으므로 비확산 주도국인 미국은 우리 국민이 핵 개발의 필요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현재보다 더 확실하고 구체적인 확장 억지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미-중 경쟁과 관련해서는 한-미 동맹을 한국 외교안보의 주축으로 견지하되 중국과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양안 갈등 시에는 주한미군이 이동하더라도 한-중 충돌을 야기하지 않고 대북 억지력 약화를 최소화해야 하는 동시에 한국군은 북한의 남침 억지 때문에 지원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관세 협상에서도 미국의 요구를 명확히 파악해 호혜적인 이익의 균형점에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특히 세계 최고의 기지이자 중국 견제에 최적지인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제공, 미국이 절실히 원하는 군함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협력,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사업 참여, 미국의 석유·가스 수입, 반도체 협력 등 우리의 강점을 슬기롭게 활용해야 한다.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자강력을 키워가면서 한-미 동맹의 미래를 개척해가면 트럼프 행정부와도 호혜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한-미 동맹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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