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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빡빡한 성능 검사만 봐도 믿음직"...車보다 빠른 '입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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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빡빡한 성능 검사만 봐도 믿음직"...車보다 빠른 '입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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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1월 CPI 전년대비 2.7% 상승…시장 예상치 하회
[중고차 격전]
<상>매매 단지도 "변해야 산다"
엠파크 '선택과 집중' 전략
기능별 전문 업체와 파트너십
'성능 점검' 직영으로 신뢰 쌓아
매매 상사 공실률 2년 연속 '0'
수출도 효자 "30% 바다 건너"


1일 인천 서구 엠파크에 중고차 매물들이 주차돼 있다. 최주연 기자

1일 인천 서구 엠파크에 중고차 매물들이 주차돼 있다. 최주연 기자


1일 찾은 인천 서구 중고차 매매단지 엠파크는 그야말로 '빈틈'이 없었다. 117개 매매 상사가 빽빽하게 들어서 한창 영업 중이었다. 매매 상사 업체 공실률은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제로(0)'다. 엠파크 관계자는 "인천·경기 부천 일대 중고차 매매단지가 문을 닫거나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엠파크는 입점 순서를 기다릴 정도"라고 말했다.

이는 실적으로도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한 달 평균 5,111대(2025년 1~5월 기준)의 중고차 거래가 이뤄진다. 2020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며 월평균 4,000대 수준으로 주춤했지만 2023년부터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허위 미끼 매물과 부실한 성능 점검 등 국내 중고차 시장 발전의 발목을 잡은 걸림돌이 매매단지 안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한 것과 관계가 깊다.

부실한 성능 점검 '원천 차단'



인천 서구 엠파크 내 성능 점검 센터에서 한 차량이 성능 점검을 앞두고 있다. 엠파크 제공

인천 서구 엠파크 내 성능 점검 센터에서 한 차량이 성능 점검을 앞두고 있다. 엠파크 제공


연 30조 원대 규모로 커진 중고차 시장이 또 한 번 탈바꿈하고 있다. 2024년 국내에서 팔린 중고차만 약 235만 대다. 신차 거래 규모(약 164만 대)의 약 1.5배 수준이다.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시장의 판 자체가 커졌을 뿐 아니라 렌터카, 수입차 등 관련 업체들도 중고차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고차 유통 거점 역할을 하는 매매단지들도 시장 흐름을 읽으며 변화를 모색 중이다.

동화기업 계열사인 엠파크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경매(현대글로비스 오토벨 등)부터 광고(KB차차차·엔카 등), 할부 금융에 이르는 중고차 유통에 필요한 기능별 전문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매매단지 내에 입점시켰다. 상사에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곳의 현대글로비스 오토벨 경매센터만 해도 인천·부천에서 하나뿐인 중고차 경매장이다.

대신 중고차 유통을 위한 핵심 역할은 엠파크가 맡는다. 성능 점검이 대표적이다. 엠파크는 점검 직원을 직접 고용하는 등 성능 점검장을 직영 체제로 관리한다. 영세 사업자들이 매매단지에 들어와 성능 검사장을 따로 운영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차를 사들여 성능 점검을 맡기는 딜러들과 점검 사업자가 적당히 타협해 부실 점검할 여지 자체를 막는다는 얘기다. 빡빡한 점검표에 처음엔 딜러들의 불만도 컸지만 결국 '성능 점검만큼은 국내에서 가장 까다롭다'란 입소문이 퍼지며 소비자 판매에도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불만 접수 3회 반복 시 상사를 내보내는 '삼진아웃제'도 빼놓을 수 없다. 소위 '물관리'를 신경 썼다는 것이다.

K중고차 수출 물량 30% 육박



엠파크 보유 매물 현황 및 수출 규모 추이

엠파크 보유 매물 현황 및 수출 규모 추이


최근엔 국내 중고차 수출 물량이 증가해 거래 회전율이 더 빨라지고 있다. 국내 중고차 수출의 약 85%가 인천항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지리적 이점도 큰 힘이 된다. 올해 2분기(4~6월) 기준 엠파크 전체 판매 차량(4,357대) 가운데 수출 차량은 29%(1,265대)에 달했다. 2022년 2분기만 해도 수출 비중은 전체의 5%를 밑돌았지만 3년 사이 급성장했다. 경쟁력은 역시 품질과 가격이다. 국내 중고차 최대 시장인 중동과 유럽에서 특히 선호도가 높은 덕에 찾는 해외 바이어들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과제도 많다. 소비자 신뢰는 중고차 업계 전체의 평생 숙제다. 고영일 엠파크 대표는 "현대차·기아 같은 대기업을 비롯해 기업형 업체들이 시장 저변을 넓힐수록 서비스 품질과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며 "엠파크도 투명하고 깨끗한 중고차 거래 문화가 자리 잡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