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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협상 화두는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가공육 개방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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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협상 화두는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가공육 개방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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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젤렌스키 회담 종료…유럽 정상과도 통화
미국 측 요청에 정부, 대응 방안 논의
농식품부는 개방에 완강히 난색 기류
NTE 보고서 언급된 가공육 규제 등도
협상 과정서 다뤄져 '깜짝 변수' 부상


1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소고기가 진열돼 있다. 한국 정부와 관세 협상 중인 미국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허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1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소고기가 진열돼 있다. 한국 정부와 관세 협상 중인 미국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허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와 쌀 수입 허용 안건이 중점 논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에 따라 가공육 수입 문제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문가들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 '식량 안보'와 직결된 만큼 정부의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16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본보에 "미국 측에서 소고기와 쌀 (수입을 확대해 달라고) 얘기를 하고 있어 부처 논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만드는 중"이라고 밝혔다. 소고기와 쌀이 다른 품목에 비해 우선 논의사항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어느 품목 할 것 없이 개방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관련 논의가 진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단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의제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다. 한국은 2008년 '광우병 사태' 이후 지금까지 월령 30개월 미만으로 수입 제한을 유지하고 있다. 소고기 못지않은 쟁점은 쌀이다. 한국은 5%의 관세(저율관세할당물량·TRQ)가 적용되는 미국 쌀 40만8,700톤을 초과하는 수입 물량에 대해 513%의 관세를 부과하며 국내 시장을 보호하고 있다. 미국은 TRQ 물량 확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반추동물 성분 사료 규제도 NTE 보고서 언급


다른 품목이 협상 카드로 깜짝 등장할 여지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이 무역장벽보고서(NTE)에 있는 내용 대부분을 협상 과정에서 언급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월 '2025년 NTE'를 통해 한국이 가공식품, 반려동물 사료 등을 거론한 바 있다. 실제 한국은 현재 소시지나 육포, 패티 등 소고기 가공·분쇄육 수입을 전면 제한하고 있으며, 반추동물(소 등 되새김질하는 동물) 성분이 포함된 반려동물 사료도 수입 문턱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까다로운 농축산물 검역 기준 역시 미국으로선 눈엣가시다. 한국은 국제식품규격(Codex)보다 엄격한 자체 농약잔류허용기준(MRL)을 적용하고 있다. 축산물은 성장보조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야 국내로 들여올 수 있다. 미국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미 통상협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미 통상협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개방으로 농업 기반 무너지면 회복 어려워"


모든 한국산 수입품에 관세율 25% 부과를 피하려는 한국 정부로서는 농산물 개방 카드가 가장 현실적인 협상 타결책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농업계는 "어느 품목 하나 미국에 양보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농식품부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관수 서울대 교수는 "농산물 시장 개방의 물꼬가 터져 국내 농가의 기반이 무너지면 다시는 회복이 어렵다"며 "관세 협상의 수단으로 쓰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국내 농가 체질 개선도 시급하다. 정대희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앞으로도 무역 협상 때마다 추가 개방 압력이 있을 수 있다"면서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키워 국민이 선호하게 만들고, 해외로도 수출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협상 결과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 이뤄질 경우를 대비해 농가를 향한 대규모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종=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세종=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