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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이진숙 거취, 이재명 대통령 결단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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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이진숙 거취, 이재명 대통령 결단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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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주 후반까지 여론 지켜볼 것"
국민 눈높이와 정치적 후폭풍 사이 고심
청문회 진행 후 이진숙·강선우 평가 갈려
강선우 자진 사퇴 시 '현역의원 불패' 깨져
진보진영·여성단체 등 잇단 '부적격' 판정
진보·보수 불문 1기 내각 3명 이상 낙마
자진사퇴 형식이지만 사실상 대통령 결단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정다빈 기자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정다빈 기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적격성 논란을 두고 대통령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높아진 국민 눈높이와 후보자 낙마에 따른 후폭풍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역대 정부 1기 내각 사례를 보면 국민 여론을 의식한 읍참마속은 늘 있었다. 정권 초 안정적 국정을 위해서도 의혹 해소가 불충분한 후보자에 대한 이 대통령의 결단이 불가피한 배경이다.

대통령실 "청문회 끝나는 주말까지 여론 봐야"


16일 여권에 따르면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서면 일일보고를 이 대통령에게 하고 있다. 일부 후보자에 대해선 부정적 여론도 보고서에 담겼다. 이에 이 대통령은 아직까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청문회를 마친 당일 밤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가 올라간다"며 "청문회 일정이 마무리되는 주 후반까지는 여론을 지켜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낙마 1순위로 지목되는 이들을 서둘러 낙마시킬 경우 언론과 야당의 칼날이 제2, 제3 후보자들에게 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후보자 소명에 따른 여론 추이를 살피면서 후폭풍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다.

청문회 전후 후보자 평가도 변화


청문회를 거치면서 평가가 바뀌기도 한다. 당초 낙마 1순위로 꼽혔던 이 후보자의 경우, 이날 청문회를 계기로 여권 내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 중심으로 "이 후보자가 논문 표절 및 자녀 조기 유학 의혹에 대한 답변을 예상보다 잘했다" "의혹 일부는 소명됐다" 등의 반응이 나오면서다. 다만 참여연대가 이날 이 후보자와 강 후보자에 대해 "중대한 결격사유가 확인돼 국민 눈높이에 미달하는 만큼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사퇴를 촉구하는 등 여권의 우군인 진보 진영에서조차 싸늘한 여론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강 후보자는 청문회를 거치며 여론이 더 나빠진 경우다. 지난 15일 청문회에서 보좌진 갑질 의혹에 대한 거짓 해명이 기폭제였다. 민주당 보좌진협의회 역대 회장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보좌진의 인격을 무시한 강 후보자의 갑질 행위는 여가부 장관은 물론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 자세조차 결여된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즉각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장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식구인 민주당 보좌진마저 강 후보자에게 등을 돌린 셈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여성단체도 강 후보자 청문회 이후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강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인사청문 제도 도입 이후 현역의원이 낙마하는 첫 사례다.

역대 정권도 읍참마속... "1, 2명 낙마 불가피" 관측


여권에선 후보자 1, 2명에 대한 낙마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보·보수를 불문하고 역대 정부에서도 인사가 국정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읍참마속을 택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 4명, 문재인 정부는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4명, 박근혜 정부는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 등 3명, 이명박 정부는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 등 3명이 낙마했다. 대부분 자진 사퇴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인사권자의 결단이 작용했다. 이번에도 낙마자가 나온다면 자진 사퇴 형식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대통령 지지율이 높다고 임명을 강행할 경우, 이재명 정부의 오점으로 남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지지율 하락세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국민 여론을 보기 위해 청문회를 개최한 것인데, 여론이 나쁜데도 임명을 강행한다면 '지난 정권과 다른 점이 뭐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