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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2024 트럼프, 2025 맘다니

머니투데이 김주동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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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2024 트럼프, 2025 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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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뒤 한 이름 없는 정치인이 뉴욕에서 거리 인터뷰에 나섰다. "원래 민주당 지지자이지만 트럼프를 찍었다" "내 의견은 반영이 안 돼 투표하지 않았다" "물가가 올라서 살기 어렵다" "2~3가지 일을 해야 사는 사람들이 있다" 등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이를 3분짜리 영상으로 잘 편집해 SNS(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었다는 데 대해 호평이 나왔다.

이후 몇 달 뒤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1%로 꼴찌였던 그는 지난달 민주당 경선에서 뉴욕시장 후보로 뽑혔다. 우간다 출신 인도계 무슬림인 33세 조란 맘다니가 현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0% 공산주의자 미치광이"라고 비난한 것은 오히려 그의 주목도를 높인다.

조란 맘다니 /AFPBBNews=뉴스1

조란 맘다니 /AFPBBNews=뉴스1


정치색은 정반대이지만 트럼프와 맘다니에게는 공통점이 읽힌다. 두 사람 모두 주류 정치인이 아니었다. SNS 활용을 적극적으로 잘하고 이를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트럼프가 텍스트 위주라면 맘다니는 영상 중심이다. 이들은 직관적이고 쉬운 단어를 잘 쓴다. 이는 대중의 귀에 잘 꽂히게 하고 이해도도 높이는데, 그만큼 내용이 좋아야 효과는 커진다.

지난해 대선 트럼프는 득표율 49.8%를 기록하며 당선됐다. 높은 물가 등 경제적 문제로 인해 조 바이든 민주당 정부에 실망한 사람들의 표심이 이동했다. 상대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유색인종이었지만 유색인들도 경제에 강점이 있다고 본 트럼프 쪽으로 눈에 띄게 이동했다. 해리스가 생활경제 문제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사이 트럼프는 '팁 면세'라는 직관적인 공약을 먼저 꺼내며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마음을 잡았다.

맘다니도 뉴욕시민들의 마음을 읽고 이들이 원하는 지점을 짚었다. 시가 임대료 관리 권한을 가진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의 임대료 동결, 공공 보조금 주택에 700억 달러 투자, 저렴한 아파트 20만채 건설 등과 최저임금 인상, 무상버스, 무상보육 확대 등을 공약으로 걸었다. 이를 위해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에 소득세 2%를 추가하고(연 40억달러 세수 주장). 법인세는 9%에서 11.5%로(연 50억달러) 올리겠다고 했다.

정책의 과격함, 실현 가능성에 대한 비판이 따르지만 적어도 그의 아이디어는 시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줬다.


지난 2월 초 에머슨대학과 더힐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뉴욕시 유권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주택가격(23%), 범죄(22%), 경제 문제(22%) 등순이었다. 주거비가 높다는 것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동산 정보업체 줌퍼의 자료를 인용해 뉴욕에서 방 2개짜리 아파트 월세가 5560달러(약 767만원)로 1년 새 17.5% 올랐다고 보도했다. 일반 뉴욕시내 가구는 월세로 소득(2023년 기준 중간값 7만달러, 약 9700만원)의 절반 이상을 낸다는 당국 자료도 있다.

미국 전체로 봤을 때도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2023년 41.8(세계은행 자료. 백분율 방식. 0~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로 높은 편이다. 1980년 미국의 지니계수는 34.7이었는데 악화 추세에 있다. 통상 30 정도가 균형 잡힌 수준으로 평가된다.

인공지능(AI), 무역전쟁 등 세계의 가까운 미래를 흔들 거대한 주제들이 연일 주요 뉴스로 다뤄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개개인의 일상 생활 문제가 작은 것은 아니다.


실생활 문제에 주목하는 이들이 정치적 색깔을 떠나 자신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사람에 열린 태도를 보인다는 건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드러났다. 현지 언론에는 이번 민주당 뉴욕시장 경선에서 작년 트럼프에 투표한 이들이 맘다니에 표를 준 사례들이 실린다. 뉴욕타임스는 경선 전 막판 2주 동안 등록한 유권자가 지난 경선 때의 10배 이상이라고 전했다. 맘다니를 보며 정치 참여 의지를 가진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맘다니가 시장에 당선될지, 되면 공약을 잘 실현할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그가 만든 바람이 지금 정치계에 무엇이 필요한지는 잘 보여준다.

김주동 국제부장 news9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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