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경전철 운행 모습. 경기 용인시 제공 |
허술한 사업 관리와 터무니없는 수요 예측 탓에 수천억 원이 낭비된 용인경전철 사업에서, 당시 사업 결정자인 지방자치단체장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퍼주기 사업’에 예산을 헤프게 쓰면 단체장 개인도 천문학적 금액을 배상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다.
16일 대법원은 용인시민들이 이정문 전 용인시장(2002~2006년 재임) 및 한국교통연구원(KOTI·연구용역기관)을 상대로 낸 주민소송 재상고심에서 이 전 시장과 KOTI 측 배상 부분을 확정했다. 이 확정 판결에 따라 경전철 사업 주체인 용인시는 이 전 시장 등에게 60일 이내에 배상금 지급을 청구해야 한다.
2002년 이 전 시장 선거공약으로 시작돼, 2010년 완공을 거쳐 2013년에야 지각 운행(수익성 부족 탓 개통 연기)을 시작한 용인경전철은 지자체 혈세 낭비의 대명사 격이다. 예산 1조 원의 대규모 사업임에도 계획은 부실했고, 수요 예측은 비정상적으로 부풀려졌다. KOTI는 이용객을 ‘하루 16만 명’으로 예상했는데, 개통 첫해 실제 이용객은 일평균 8,713명으로 예측치의 5%에 머물렀다. 당시 용인시는 시공사인 캐나다 봄바디어사와 최소 수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는데, 이 때문에 용인시가 시공사에 물어준 돈은 8,500억 원(이자 포함)에 이른다. 이로 인해 용인시는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매년 수십억 원 적자를 기록 중인 인천의 월미바다열차, 뻥튀기 수요 예측 때문에 적자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의정부경전철 등 유사 사례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용인경전철은 표를 얻기 위해 세밀한 검토 없이 무리한 인프라 사업을 남발하는 일부 단체장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로 기록되어야 한다. 퇴임 19년이 지난 전직 시장에게도 배상 책임을 물린 이번 사례를 거울 삼아, 지자체들은 꼼꼼한 사업 계획과 철저한 공정 관리를 통해 예산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 발주기관 입맛을 맞추기 위해 영혼 없는 수요 예측을 남발하는 연구기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