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여론 악화에 이 대통령 결단 요구…대통령실도 기류 변화
여당 보좌진협의회 회장단 “자진사퇴 마땅”…이진숙도 ‘부정적’
여당 보좌진협의회 회장단 “자진사퇴 마땅”…이진숙도 ‘부정적’
여권 내부가 갑질 의혹이 제기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사진) 낙마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여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과 강 후보자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에서도 강 후보자 스스로 결단하기를 바라는 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 역대 회장단은 16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강 후보자는 즉각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장관 후보직에서 자진사퇴함으로써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좌진에 대한 태도는 곧 국민을 대하는 태도”라며 “갑질 행위는 장관은 물론 국회의원으로서 기본적 자세조차 결여된 것”이라고 했다. 고건민 민보협 회장도 이날 SBS 인터뷰에서 “강 후보자가 정말 당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거취 결정을 본인이 스스로 해주시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에서 “갑질 논란은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한 중대한 결격사유”라며 “자진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전날 입장문에서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발생한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인식이 없다”며 이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여당 분위기도 낙마 쪽으로 기울고 있다. 갑질 의혹 초기에는 ‘문제가 없다’며 적극 방어했지만 지난 14일 인사청문회 후에도 여론이 악화하자 이 대통령의 결단을 바라는 분위기가 읽힌다. 다만 당이 현역 의원인 강 후보자에게 공개적으로 거취 정리를 요구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옹호하는 의원들이 꽤 많았는데 지금은 다들 말을 아낀다”며 “결국 대통령실에서 결단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대통령실도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도 “우리가 부적격하다고 말하긴 어렵고, 결국 대통령실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실에서도 (강 후보자를) 조금 더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갑질 문제는) 여론에 (더) 영향을 미치니 그렇다”고 말했다.
여당의 기류 변화는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새 정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도 ‘지명 철회보다는 강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게 낫다’는 의견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적으로는 “인사청문회 과정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는 입장이지만, 물밑에서는 갑질 의혹에 대한 강 후보자의 해명이 부적절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서는 대부분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일단락되는 주 후반쯤 후보자 본인이 결단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일부 후보자의 경우 여론 동향이 매우 안 좋게 돌아가는 것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의 거취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논문 표절 문제 등으로 당 내외에서 임명에 부정적 기류가 형성되어 있는 상태다. 두 후보자가 모두 낙마하면 새 정부 인사 검증 부실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강 후보자 낙마 시 2005년 국무위원 대상 인사청문 제도 도입 후 첫 현역 의원 낙마 사례가 된다.
김한솔·박하얀·정환보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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