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과 악취' 불편 호소하는 새 아파트 주민들
아파트 입주 훨씬 전부터 숲은 백로들의 터전
아파트 입주 훨씬 전부터 숲은 백로들의 터전
[앵커]
백로는 길조입니다. '백로가 모이면 부자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그런 백로도 너무 많이 모이면 환영을 받지 못합니다. 한 신축 아파트 주민들은 백로들 때문에 소음과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깊은 밤, 산책로에 불이 켜집니다.
1500세대 주민들이 사는 전남 나주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지금 시간이 밤 11시거든요. 아파트 산책로인데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주민들 이야기를 한번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경이/아파트 주민 :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소리인데 사람처럼 같이 대화한다는 느낌?]
[김백중/아파트 주민 : 황소개구리? 오전 9시부터 저 강변 쪽으로 영산강 쪽으로 날아가고 다시 돌아오고.]
날아다닌다는 그 동물을 쫓아 영산강으로 가봤습니다.
제가 지금 나와 있는 곳은 영산강입니다.
여기서 새들이 물고기를 사냥한다고 하는데, 제 휴대전화 카메라로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새가 물고기를 삼키더니 아파트로 향합니다.
아파트와 마주한 숲속에 하얀 새, 바로 백로입니다.
수천 마리가 이 숲에 살고 있습니다.
어미새가 새끼를 기르는 이 장면이 귀하다는 한 사진가.
[유연재/생태사진가 : 새들을 이렇게 관찰하다 보면 우리 자연환경의 현상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어요.]
일부 주민들 의견은 조금 다릅니다.
[아파트 주민 : 냄새가 보통이 아니라니까. 문을 못 열어. {소리는 어떻게 들리세요?} 꽥꽥꽥꽥.]
아파트 게시판엔 "백로와 함께할 수 없다"는 반응까지 나옵니다.
아파트 4층으로 올라와 봤습니다.
숲이 잘 보이는 곳인데, 이렇게 창문을 열어보니까 백로가 보입니다.
한 주민은 악취 때문에 창문도 못 열 정도라면서도,
[강대현/아파트 주민 : 비 오는 날 오랫동안 행군했을 때 내 몸에서 나는 냄새 있지 않습니까.]
함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강대현/아파트 주민 : 백로가 철새니까 겨울에는 동남아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아마 10월쯤이 될 텐데 그때 입주민들과 너무 가까운 숲은 일부 다듬고요. 공존하면서 서로 행복하게 살 수 있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하지 않을까.]
사실은 올 1월 주민들이 입주하기 훨씬 전부터 이 숲은 백로들 터전이었습니다.
[용세열/생태사진가 : 우리도 그렇잖아요. 내 집에 다른 사람이 쳐들어오면 안 좋잖아요.]
인허가 단계 때 이 문제를 제대로 짚지 않았던 지자체는 이제야 대책을 고민 중입니다.
피해가 심한 구간은 대체 서식지를 유도할 수 있지만 당장 백로 수천 마리를 바로 옮기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방음벽 설치와 동시에 주민들 대상 생태교육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두표/전 호남대 생물학과 교수 : '백로가 우리 마을에 와서 새끼를 치면 복이 들어온다' 그래서 백로들을 지금까지 잘 보호해왔거든요.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야 해요. 특히 어린 아이들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잖아요.]
[한유미/아파트 주민 : 새들이 많으니까 아기는 신기해하는 것 같아요. 공존할 수 있는 그런 환경들을 만들어줬으면 해요.]
아파트와 숲이 마주한 이곳. 사람에게도 백로에게도 생존을 위한 중요한 터전입니다.
공존할 방법을 찾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작가 유승민 VJ 김진형 영상편집 홍여울 취재지원 홍성민]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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