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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 단통법이 폐지되면 통신비가 내려갈까

조선비즈 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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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 단통법이 폐지되면 통신비가 내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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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이 폐지되면 통신 요금 인하 효과가 있을 겁니다.”

지난 14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한 발언이다. 2014년부터 시행된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오는 22일부터 폐지될 예정이다.

단통법은 지난 10여년간 통신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방패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실제 단통법 시행 직후 1년간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급등했다. 2015년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3조1690억원으로 2014년(1조6107억원) 대비 96.7%나 늘었다. 마케팅비 지출이 줄어든 효과가 반영된 덕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단통법 폐지는 분명 통신비 인하에 도움이 된다.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고가 촉발한 통신사간 보조금 경쟁으로 일부 이동통신 유통점을 중심으로 불법 보조금이 풀려 ‘공짜폰’이 확산된 점도 이러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단통법이 폐지되면 공짜폰 영업이 더이상 불법이 아니므로, 보조금 경쟁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통법만 폐지되면 정말로 통신비가 내려가는 걸까. 보통 우리가 말하는 통신비는 단말기 할부금과 통신 서비스 요금을 합산한 금액이다. 단말기가 통신사 대리점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한국의 통신 시장 구조 때문에 매달 청구되는 통신비에 단말기 대금이 포함된다. 단통법 폐지 기대 효과는 통신비를 차지하는 단말기 할부 원금을 줄여 통신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단통법 폐지 후 보조금 경쟁이 고가 요금제를 중심으로만 일어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아무리 많은 보조금을 받더라도 2년 넘게 10만원이 넘는 고가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면 실질적인 통신비 절감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지금도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일부 유통점에선 고가 요금제 가입자에게만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자사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는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돈을 풀겠다는 통신사의 의지가 반영된 탓이다. 단말기 보조금 지원이 아니라, 선택 약정 통신 요금 할인율을 25%에서 35%로 높이는 등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통신 요금 인하를 유도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처럼 보조금 출혈 경쟁이 일어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아니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본래 단말기 보조금은 제조사와 통신사가 함께 분담한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팬택 등 다양한 단말기 제조사가 공존했던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제조사도 함께 보조금 경쟁에 참여해 판을 키웠다. 하지만 지금은 삼성과 애플 두 개 제조사만 남았다.

통신사 입장에서도 단통법 시행 이전과 달리 보조금 지급을 통한 고객 방어 필요성이 낮아졌다. 각종 상품 결합과 가족할인 결합 가입자 비중이 크게 늘면서 타사로 이동이 어려워졌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 이후 보조금 출혈 경쟁을 하면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통신 3사 모두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걸 모를 리 없다”고 했다.

단기적으로는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중심으로 공짜폰이 대거 풀려 일부 국민을 대상으로 통신비 경감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단통법 이후 불린 조 단위 영업이익을 지키기 위해 통신 서비스 요금 인상에 나설 것이다. 이들은 6G(6세대 이동통신)와 AI에 투자할 비용이 필요하다는 명분도 가지고 있다. 통신사들은 과거에도 4G(4세대 이동통신)에서 5G(5세대 이동통신)로의 전환을 명분으로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통신 요금을 1만~2만원씩 올렸다.


작년 12월 말 단통법 폐지 법안 통과 직후 만난 이종호 전 과기정통부 장관은 “가계 통신비를 줄일 근본적인 대안은 단말기 보조금 경쟁이 아니라 통신사 요금 경쟁에 있다”고 했다. 통신 3사의 요금제를 살펴보면 서비스 내용과 가격 측면에서 차이가 크게 없다. 사실상 통신 요금제 상품 자체에 대한 경쟁이 없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다. 경쟁이 사라진 통신 시장에 메기 효과를 일으키기 위해 논의된 제4 이동통신 도입은 지난 15년간 원점에서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제4 이동통신 도입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발언한 배경훈 신임 장관이 해법을 찾기를 바란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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