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농지소유 현황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22대 국회의원 10명 중 2명 이상이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행 농지법은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적용한다. 조사를 진행한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국회의원이 농지를 보유한 경우 농지취득 경위와 농지이용실태 및 이용계획 등을 명확히 공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이 16일 발표한 ‘22대 국회의원 농지소유 현황’을 보면 국회의원 300명 중 67명(22.3%)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소유한 농지 총면적은 26㏊(약 7만8604평)로 총 소유 가액은 143억5244만원이었다. 특히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은 농업인을 농업을 경영하거나 이에 종사하는 자로서 1천제곱미터(0.1㏊) 이상의 농지를 경영하거나 경작하는 사람으로 정하는데, 농지 소유 국회의원 67명 중 52명이 1천제곱미터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여러 예외가 있을 수 있으나 농지소유 및 이용과 관련된 정책의 결정과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의원의 농지소유는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다. 농지를 투기 목적이나 직불금 부당수령을 위해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흔히 농지 소유와 관련해 등장하는 ‘상속 재산’이라는 해명이 적용되지 않는 국회의원도 적잖았다. 농지법 제7조는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한 사람으로서 농업경영을 하지 않는 사람은 농지 중에서 총 1만제곱미터(1㏊)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고 정하지만, 해당 기준을 넘은 의원이 7명으로 나타났다. 농지소유 면적 기준으로 상위 3명은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1.69㏊),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1.43㏊),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1.37㏊)으로 드러났다. 소유 가액 순으로는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11억6000만원),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10억8500만원),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10억2100만원)이 상위를 기록했다.
농지 소유 국회의원 중 이해충돌이 우려되는 국토교통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속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11명, 국민의힘 6명, 진보당 1명으로 총 18명이 해당됐다. 이외에도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 등은 평당가액 50만원이 넘는 농지를 소유해 경실련은 “농지 가격이 평당 50만원 이상이라는 것은 정상적인 농지소유보다는 투기 목적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다수의 국회의원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국회가 농지의 공익적 성격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입법과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며 “비농민의 농지소유를 제한하거나 실경작 여부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국회의원의 농지소유는 이해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경실련은 △국회의원 농지소유에 대한 관리 강화 및 이해충돌 방지, △농지 전수조사 실시 및 관리체계 구축, △농지 규제 완화 중단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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