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경전철. 용인시 제공 |
전직 용인시장 등이 용인경전철 사업으로 세금을 낭비해 주민들에게 끼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방자치단체가 민간투자사업 실패로 예산상 손해가 발생하면 선출직 공직자가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확정된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용인시장을 상대로 “용인경전철 사업 책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라”며 낸 주민소송 재상고심에서 이정문 전 용인시장 등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파기환송심 판결을 16일 확정했다.
앞서 용인시민 8명은 2013년 10월, 전직 용인시장 3명(이정문·서정석·김학규)과 경전철 사업에 관여한 전현직 용인시장을 포함한 공직자와 시의원, 경전철의 수요예측 조사를 담당한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원 등 34명에게 1조3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주민소송을 용인시장을 상대로 제기했다. 부풀려진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민자사업자에게 운영사업비 보전을 약속하면서 세금을 낭비하게 됐다는 이유였다. 지방자치단체가 불법적인 일에 세금을 썼다면, 주민은 주민소송을 제기해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주민소송 판결을 근거로 지자체는 관련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용인경전철 주민소송에 참여한 주민들은 특히 사업 당시 최종 의사결정 책임자였던 이정문 전 시장(2002~2006년 재직)이 공사비를 과다하게 투입하고 캐나다 회사인 봄바디어(봉바르디에) 한곳만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점을 들며 세금을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1·2심은 당시 용인시 정책보좌관 박아무개씨의 일부 책임만을 인정해 10억원대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지만, 다른 책임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용인시장에게 요구하는 주민소송 청구는 적법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민소송단이 주장하는 책임자들에 대한 주민소송 청구가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원심 법원이 이들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다시 심리해야 한다며 2020년 7월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사건을 돌려받은 서울고법은 현 용인시장이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담당 연구원 3명에게 214억6천여만원을, 한국교통연구원은 42억9천여만원을 용인시에 지급하도록 청구하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 전 시장의 후임이던 서정석·김학규 전 용인시장의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날 재상고심에서 용인경전철 수요 예측 용역을 수행한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원 3명의 배상 책임은 다시 따져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연구원들이 용인시와의 관계에서 어떠한 주의의무가 있었고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 그 행위가 사회상규에 어긋나는지, 그러한 행위를 함으로써 용인시에 직접적으로 손해를 가하였는지 등을 심리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를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원들의 책임을 면밀히 심리해 배상액을 다시 결정하라는 취지다.
대법원이 일부 파기환송을 결정했지만, 이번 판결로 용인경전철 사업에 관여한 공직자들의 손해배상 책임은 대부분 인정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로 주민소송 청구는 대부분 인용으로 확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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