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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중지란 野, 뭔 말 하든 씨알이나 먹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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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중지란 野, 뭔 말 하든 씨알이나 먹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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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인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극심한 자중지란에 빠졌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비상계엄과 탄핵 등 과거 윤석열 정부와 당의 과오에 대한 사과와 인적 쇄신을 주장하고 나섰으나, 전·현 당지도부와 주요 인사들이 거부하는 양상이다. 심지어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지도부가 ‘탄핵 반대 집회’ 주도 세력 중심으로 치러진 행사에 참석해 당내에서조차 비판이 나왔다. 내란·김건희·채해병 등 3개 특수검사팀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야당의 내분과 윤 전 대통령의 ‘버티기’ 속에 정부와 여당에 대한 견제와 비판의 목소리는 완전히 파묻힌 상태다.

윤 위원장의 혁신안 핵심은 사과와 이를 거부하는 인사들의 청산이다. 이에 대해 송 비대위원장은 “어떤 사람을 내치는 것은 혁신의 최종목표가 아니다”라고 했고,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도 “(현역 의원) 107명이 똘똘 뭉쳐도 부족할 판에 여기 떼고 저기 떼고 뭘 하겠다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인적 쇄신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 것이다. “의견수렴 없는 혁신안은 갈등과 분열을 되풀이하는 자충수”(나경원) “언제까지 사과만 할 것인가”(장동혁) 등 당권주자들의 반발도 나왔다.

나오는 쇄신안 족족 내칠 것 같으면 도대체 왜 혁신위를 세웠는지조차 이해가 불가하다. 게다가 북한 도발을 목적으로 한 드론 작전,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 채해병 순직 사건 은폐 발단이 된 윤 전 대통령 ‘격노설’ 등에 대한 진척된 수사 상황은 언론을 통해 시시각각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당지도부는 14일 윤상현 의원실이 주최한 ‘리셋코리아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 참석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와 부정선거론을 주장한 인사가 주축인 행사였다.

그러니 지지율은 땅에 떨어지고 국민에겐 야당의 말이 씨알도 안 먹히는 것이다. 국회 인사 청문회에선 강선우(여성가족부), 이진숙(교육부)을 비롯한 여러 후보자들을 겨냥해 국민의힘이 요란스레 비판 목소리를 높였으나 여당은 크게 안중에 두지 않고 오로지 여론만 살피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국민 직접 소통 행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말하는 자의 권위와 신뢰는 추락하고, 그마저도 중구난방에 쓸 말 또한 많지 않으니 국민의힘이 자초한 ‘야당 패싱’이라 할 것이다. 인사 검증 뿐 아니라 개정상법 후속대책, 노란봉투법, 방송3법, 검찰개혁 관련법 등 야당이 견제하고 보완해야 할 국정 안건이 많으나 정작 ‘제 집 단속’도 못하는 꼴이라면 거대여당의 독주에 명분만 주게 될 것이다.